[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안정된 선발과 불안한 불펜, 안정된 수비와 허약한 타선

2020 시즌 초반 한화이글스는 선발진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불펜진의 부진과 타 침체로 인해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사진은 한화이글스 주요 선수들 모습.
2020 시즌 초반 한화이글스는 선발진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불펜진의 부진과 타 침체로 인해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사진은 한화이글스 주요 선수들 모습.

2020시즌 한국프로야구가 세 번째 주를 맞는다. 본격적인 순위 다툼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시즌 공인구의 반발계수 조정으로 “투고타저”의 시즌을 보내면서 타자들의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시즌에도 이런 기류는 계속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주를 마무리한 현 시점까지는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그대로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타고투저” 현상이 시즌 초반 리그를 뒤덮고 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개막 시점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겨우내 땀을 흘린 타자들의 기술 향상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진단이다.

한화이글스는 2018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시즌 초반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SK와의 개막 시리즈 위닝 후 5연패를 당하며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안정된 선발진의 호투를 바탕으로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던 2018시즌에도 한화이글스의 시작은 2승 6패였다. 2020시즌 한화이글스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2승 6패이다. 5연패를 끊고 상승세의 롯데와 만난 주말 시리즈에서 다시 위닝(2승 1패)을 가져오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선발진의 안정감, 역시나 예상치 못했던 불펜진의 불안감, 많은 물음표가 있었던 타선의 허약함이 드러났다. 선발진의 안정감을 유지하고 불펜진의 불안감을 떨쳐내며 타선의 허약함을 보완해야만 “어게인 2018”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선발진의 안정감, 에이스 서폴드와 토종 선발진의 대활약

지난 2년간 한용덕 감독의 야구는 “불펜 야구”로 대변됐다. 어떤 감독이 선발 야구를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만큼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이 허약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던 2018시즌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강력한 불펜진의 힘이었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시즌에도 두 외국인 선발 투수의 대활약에도 선발진은 여전히 약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불펜마저도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팀은 9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한용덕 감독은 선발진 강화를 위해 두 외국인 투수를 잔류시키고 장시환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경쟁을 통해 선발진의 안정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채드벨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빠지면서 시즌 초반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에이스 서폴드가 지난 시즌 보다 한층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지난 시즌 토종 선발진의 중심이었던 장민재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시환의 활약과 더불어 대반전을 이루어내고 있다. 여기에 김민우와 김이환, 두 영건이 연이은 인생 피칭으로 산뜻한 출발을 선보이며 선발진의 안정감에 더해 강력한 어메이징 선발진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불펜진은 새로운 얼굴보다는 기존 선수들의 경험과 경기력을 믿고 큰 변화없이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연기되면서 불펜진의 컨디션이 예상대로 조절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이지만 불펜진의 불안감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연이은 역전패가 양산되고 있다.

이태양과 김범수는 퓨처스로 강등됐고 안영명과 신정락, 박상원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피칭을 연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우람이 17일(일) 경기에서 불펜 피칭 중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등판하지 못하면서 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 시즌 선발 경험과 올시즌에도 선발 경쟁을 벌였던 김진영이 불펜에 합류하면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한용덕 감독은 김진영, 박상원, 정우람을 필승 계투진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불안감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태양과 김범수가 컨디션을 회복하고 복귀할 수 있을지, 안영명과 신정락, 박상원이 자신들의 가치를 마운드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가 한화이글스 불펜의 해답이 될 것이다. 또한, 박빙의 승부에서 나머지 투수 엔트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한용덕 감독의 의지에 달렸다.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투수 엔트리의 다양한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넓은 시선과 긴 안목과 호흡으로 투수진의 엔트리 운영이 필요한 한용덕 감독이다. 

안정된 수비의 꾸준함과 허약한 타선을 보완할 방법 찾기 절실

이용규과 하주석의 복귀, 호잉의 수비 제자리 찾기, 정진호의 영입은 내, 외야의 수비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최재훈과 더불어 센터 라인이 안정되면서 전반적인 팀의 수비 안정도 찾아왔다.

첫 주에 나왔던 아쉬운 수비들도 점차 좋은 수비들이 나오면서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용규와 호잉이 부상을 당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장진혁, 이동훈이 수비에서는 나름의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역시나 공격 생산력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이징 커브”를 겪으면서 절치부심한 김태균은 여전히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송광민은 개막 시리즈의 활약이 전부였고 이성열은 안타는 만들어내고 있으나 정작 필요한 적시타와 장타는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해줘야 할 베테랑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득점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한화이글스의 현 주소다.

복덩이 정진호와 오선진, 하주석의 활약이 그나마 팀을 지탱해주고 있다. 하지만 하주석이 17일(일) 경기에서 주루 중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며 교체됐기에 부상 악령이 걱정이 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이용규와 호잉의 이탈로 타선의 허약함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장진혁, 이동훈, 장운호의 젊은 외야진이 어렵게 잡은 기회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타선의 허약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타격의 싸이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베테랑들의 “에이징 커브”에 따른 파괴력 감소는 단시간에 해결된 문제는 아니고 젊은 선수들의 폭발적인 성장 역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할 뿐이다. 팀 타율은 평균 즈음에 이르고 있으나 득점권 타율이 형편없다는 얘기는 결국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아울러 장타의 감소는 분명히 타격 파트에서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이다. 한화이글스만 장타에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투고타저”의 공인구를 이겨내기 위해 다른 구단들은 방법을 찾았고 시즌 초반 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한용덕 감독의 팔색조 엔트리 운영을 기대하고 타격 파트에서의 부진 탈출을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상승세의 KT 그리고 선두로 치고 올라간 NC와 원정에서 만나는 이번 주가 한화이글스가 중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하느냐 아니면 다시 하위권으로 처지느냐의 시즌 초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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