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무 번째 이야기] 사회안전망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

어제(14일) 50대 후반 아파트 경비원 발인이 있었다. 그는 입주민 폭행과 괴롭힘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국민들은 공분했다. 가해자에는 강력한 처벌을, 피해자에는 애도와 명복을 빌었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 폭언‧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실제 2019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6월 말 기준)까지 5년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폭행은 2923건에 달했다. 이 중 입주민이 경비원에 한 폭언‧폭행도 70건(73건)이 넘었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해 줄 법적 장치는 허약하다.

숨진 아파트 경비원의 친형은 “경비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법적 안전장치는 하나도 없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얼마 전 공동주택관리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각종 갑질과 부당 간섭 방지를 위한 내용을 담았다. 다만, 큰 틀에서 일부만 반영했을 따름이다. 본회의 통과도 하지 않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타살’이 어찌 경비원뿐이랴. 우리는 아직도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을 기억한다. 또 2016년 5월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한 ‘구의역 김군’ 사건도 겪었다. 우리는 그때마다 명복을 빌었고, 국회는 그제야 법을 만들었다.

지난 달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에서 난 화재로 일용직 노동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안전관리자도 없이 일하다 변을 당했다. 2008년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건과 유사한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의 형태로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고 했다. “위험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부처들이 협의해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고 보고해주기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도 이런 사고는 있었다. 그때마다 대통령은 위와 같은 주문과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어땠나. 사회 안전망은 촘촘하지 않았다. 헐거웠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명복만 빌었다.

작가 김훈은 이천 화재참사 희생자 조문을 마치고 돌아와 <한겨레>에 칼럼을 썼다.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이런가’라는 마지막 문장에 울컥했다. 감히 그의 칼럼 제목을 빌려 썼다.

전 국민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한다. 대통령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이야기했다. 말은 쉽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니 사단이 난다.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데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명복만 빌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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