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A업체 대덕구청 상대 손배 소송 원고 패소 판결

대전 대덕구청 전경.
대전 대덕구청 전경.

행정상 과실로 수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날릴 위기에 처했던 대전 대덕구에게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A회사가 대덕구청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회사는 2011년 7월 대전열병합발전 주식회사와 '증기 및 급수 열수급 계약'을 체결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짓기 위해 토지를 사들여 소유권 이전까지 마쳤다. 

대덕구는 같은 해 8월 26일 발전시설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내준 데 이어 고형연료제품 사용시설인 대기배출시설을 설치하는 허가도 해 줬다. A회사는 대덕구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0월 20일 건물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건축허가가 나자 환경피해를 우려해 발전시설 입주와 건축착공을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집단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덕구는 2012년 2월 13일 A회사의 건축허가를 직권으로 취소 처분한 뒤 대기배출시설 설치 허가도 취소했다. 당시 대덕구가 건축허가를 직권취소 처분한 이유는 3가지다.

대덕연구개발특구내에서는 폐플라스틱 고형연료제품 연료를 사용할 수 없다는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사 결과와 주민 4000여명으로부터 수차례 집단민원이 제출된 상황에서 착공할 경우 주민들과 건축주간 갈등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것, 그리고 대덕특구와 인접함에 따라 주택가 등에 환경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A회사는 곧바로 대전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한차례 대법원의 파기환송 등 3년여 동안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2015년 12월 15일 대덕구의 행정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덕구의 행정 실수를 인정한 것.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A회사는 대덕구가 2012년 2월 13일 건축허가 직권취소 처분에 따라 발전시설 건축공사를 중단한 뒤 2015년 12월 15일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 3년 10개월 동안 손해배상을 요구하게 된다. 즉 대덕구가 건축허가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건축공사를 진행해 준공한 뒤 영업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A회사 측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을 근거로 A회사 측은 대덕구청장을 상대로 3년 10개월분 총 16억 2300만여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대전지법 제12민사부)는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대덕구 공무원들의 행정 과실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담당 공무원들은 2012년 2월 13일자 건축허가 직권취소 처분을 함에 있어 공익과 사익 간에 구체적인 비교형량을 한 바가 없다"며 "건축허가에 대해 집단 민원이 발생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적법한 근거 제시없이 건축허가 직권취소 처분으로 나아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객관적 주의의무를 누락해 건축취소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봄이 옳아 건축허가 직권취소 처분과 같은 행정행위를 한 데 대해 적어도 과실이 있다"면서 "피고는 불법행위인 건축허가 직권취소 처분으로 피해를 입은 원고 회사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덕구의 행정처분을 '불법행위'라고 표현할 정도로 잘못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손해배상액은 A회사가 요구한 금액의 20%만 대덕구 책임으로 산정해 16억원이 아닌 3억 2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덕구는 혈세 3억원 이상을 업체 측에 고스란히 지불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취소처분이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됐더라도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함으로써 국가배상법이 정한 손해배상 책임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취소처분이 판결에 따라 취소돼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됐지만 공익상 이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손실보다 크다고 보아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으로서는 인근 환경피해 방지라는 공익적인 목적 아래 이 사건 취소처분으로 인해 착공신고에까지도 이르지 않은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보다 공익상의 필요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이 사건 취소처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않았거나 이익형량의 정당성·객관성을 결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쉽게 얘기하면 대덕구가 A회사를 상대로 건축허가 처분을 취소한 것은 행정상 과실이지만, 당시 공익적인 목적 등을 고려해 내린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다.

업체 측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다시한번 행정처분에 대한 배상 책임 유무를 따져야 하지만 항소심 판단까지만을 볼때 혈세 낭비는 막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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