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와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 기행③

수십m에 이르는 아부심벨 신전. 이집트 최고의 파라오 람세스2세가 사암층을 파 건설했다.

이번 필자의 이집트기행 교통편은 열차와 버스,크루즈선으로 연결되었고, 주된 관광코스는 신왕국의 황금기를 열었던 람세스2세의 대신전이 있는 아부심벨과 그가 총애했던 왕비인 네페르타리 소신전, 그리스풍이 풍겨나는 필라신전을 돌아보았다.

이어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Hjorus)신을 모신 콤옴보(Kom Ombo)신전,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굴되었다고 하는 그리스신전 형태의 에드푸(Edfu)신전 그리고 사막 지형의 모습이 흡사 피라미드와 비슷하다고 여겨졌던 왕가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에 위치한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거대한 석상으로 이루어진 멤논(memnon)의 거상 및 오벨리스크(Obelisk)가 우뚝 선 가운데 신왕국시대에 건설된 이집트 최대의 신전인 카르낙(Karnak)신전 등이다.

무엇보다 도심속 야경이 멋있었던 룩소르(Luxor)신전 등 짧은 일정 속에서도 고대이집트의 주요 신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신전은 아니지만 카이로 근처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도 보았는데 이 유적은 파라오의 무덤이지만, 파라오를 신격화시켰다는 점에서 신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방대한 신전 속 몇천 년 전 벽화 아직도 생생

이들 신전을 둘러보면서 필자 일행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비단 필자일행만이 아니겠지만) 우선 그 규모의 방대함에 놀랐고 다음으로는 그 신전들의 위치가 대부분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무엇보다 몇 천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어떻게 그 큰 규모의 돌을 떡 주무르듯이 만져 기막힌 부조와 벽화를 남겼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마치 얼마전에 채색한듯한 네페르타리왕비 무덤의  왕비모습.
마치 얼마전에 채색한듯한 네페르타리왕비 무덤의 왕비모습.

왕가의 계곡에 있는 네페르타리왕비의 무덤은 옵션이 무려 180유로였는데 들어가 보니 왕비와 여러 신들, 그리고 전쟁장면에 대한 채색이 마치 살아있는 듯해서 이를 본 일행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 채색의 원료는 모두 인공이 아닌 자연에서 채취했다고 한다.

가령 붉은 색은 바다의 홍합에서, 또 어떤 색은 나무의 어떤 부분에서등 당시 이집트에서 나오는 자연에서 색을 추출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집트의 신전에 새겨진 신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먼저 아몬(Amon)신이 있는데 테베시의 신으로 태양신 라(Ra)와 합쳐져 아멘라(Amen Ra)는 이집트 최고의 신이 된다.

또 저승의 지배자 오시리스(Osiris)신이 있는데 곡물의 풍요도 관장하는 신이다. 오시리스신의 아내이며 호루스의 어머니가 이시스(Isis)인데 죽은 자의 내장을 지키는 여신이기도 하다. 이집트 신중 중요한 신이 호루스(Horus)인데 얼굴이 매의 모습이다. 파라오가 이 호루스신의 화신으로 현세에 군림한다. 이밖에도 미라를 만드는 아누미스(Anubis)신이 있는데 이 신은 파라오가 죽은 후 최후의 심판에서 저울에 심장의 무게를 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이집트의 신은 경배의 대상으로 신전에 모셔졌는데 재미있는 것은 신들도 살해되었다가 다시 부활된다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여러 신들의 왕 오시리스의 경우 동생인 세트에 의해 살해되어 이집트 나일강에 그 시체가 조각나 뿌려졌는데 오시리스의 부인 이시스가 그의 시신을 주어서 그 속에서 호루스가 태어났고 세트에게 복수해 그가 다시 왕위를 계승해 상하이집트를 통일했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이 호루스신이 파라오의 현신으로 많은 신전에 호루스신이 세워져 있거나 부조를 통해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 파라오를 신성시해 그의 권력을 절대시함으로써 왕의 권위는 공고해졌다고 할까, 이집트에서 본 신전에는 여러 신들이 모셔져 이집트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고대국가, 또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도처에 신이 있다고 믿었던 샤머니즘의 잔재가 지금도 남아있는 것처럼 이집트 사원에 모셔져 있는 신 속에는 동물도 많았다. 아문사원에는 숫양, 호루스사원에는 매, 이밖에도 개와 고양이, 황소, 따오기 등 여러 동물을 신전에 모셨고 스핑크스에서 보듯이 인간의 몸에 얼굴은 숫양과 사자 등의 조각을 카르낙(Karnak)신전 등에서 보면서 이집트인들 역시 다신교를 믿었음을 볼 수 있었다.

오벨리스크 세워 태양 향한 끝없는 경배

태양신  라를 숭배하기 위해 세운 오벨리스크 석상. 높이만도 30m에 이르는 거대한 돌기둥인데 하셉수트여왕 때 여러 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집트에 5개가 있고 15개  이상은 프랑스등 해외로 반출됐다.

카르낙신전에서 본 화강암 돌로 된 거대한 오벨리스크(태양을 향한 꼬챙이)를 보면서 고대이집트인의 태양을 향한 끝없는 경배를 볼 수 있었는데 이 카르낙신전의 오벨리스크는 신왕국의 투트모세1세와 그의 딸 하트셉수트가 세웠다고 하느데 이 오벨리스크 옆에는 쇠똥구리 석상이 조용히 서 있다. 처음에는 이 쇠똥구리의 의미를 몰랐는데 이 쇠똥구리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즉 생명의 상징으로 고대이집트인들이 숭배했던 풍뎅이과의 곤충이다. 이 석상을 돌면서 관광객들은 각자의 소원을 빌고 있었다. 
      
이들 신전의 규모는 하나같이 웅장하고 방대해서 필자는 에드푸신전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가 관광객의 물결에 밀려 잠시 신전 안에서 일행을 잃어버리는 헤프닝도 빚었다. 신전 하나하나의 규모가 크다 보니 보통 3~4시간을 꼬박 서서 많은 관광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무척 힘이 들었으나, 몇천년전의 이집트인들의 조형미적 감각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이들 신전을 돌아보면서 특히 아부심벨(Abu Simbel)신전에서 본 람세스2세의 석상(石像)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파라오’는 이집트왕을 부르는 호칭으로 원래는 ‘위대한 집’ 또는 ‘위대한 왕궁’이라는 뜻의 ‘페르오(Per-o)라는 고대이집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국립중앙박물관,이집트문명전「파라오와 미라」도록에서 인용) 그런데 이 파라오들의 조각을 보면 팔짱을 낀채 '굽은 지팡이’와 ‘도리깨’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 굽은 지팡이와 도리깨는 왕의 상징이며 팔짱을 낀 것은 파라오가 신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러 신뿐만 아니라, 이집트인들은 파라오도 신과 동일시하였고 파라오를 하늘의 신 호루스와 동일시해 그가 이승에서 뿐만 아니라 저승에서도 영혼이 죽지않는다고 믿어 미라로 만들어 거대한 무덤에 부장품과 함께 묻었던 것이다. 또 파라오는 종교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많은 거대한 사원과 자신이 영원히 거처할 피라미드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무덤도 살아 생전에 건립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과 같은 존재인 파라오의 무덤은 대부분 다음 세대인에 의해 도굴되었고, 심지어 도굴을 집안 대대로 계승하기도 했다고 하니 인간의 욕심은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하다는 생각이다.

신들의 나라, 파라오의 나라 이집트의 여러 신전을 보면서 필자는 정말 인간이 추구하는 신들의 세계는 어디에 있으며 또 몇천년전 인간 영혼이 이승뿐 아니라, 저승에서까지도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은 옛 이집트인들의 믿음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지를 이집트 신전 앞에서 되뇌고 있었다. 

카르낙신전 앞에 도열한 여러 동물들의 얼굴을 한 스핑크스상. 고대이집트인들은  개와 양, 따오기등 동물을 숭배했다. (사진 왼쪽). 많은 신전에는 파라오의 석상이 있는데 굽은 지팡이와 도리깨를 들고 팔짱을 낀 모습이다. 이는 파라오가 왕이면서 신이라는 상징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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