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 지원금 설계오류, 자치구 협력불발로 재정바닥
지방채 발행확대 불가피...임기후반 리더십 문제로 대두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오는 7월이면 취임 3년차, 임기 후반을 맞는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지방재정 안정화가 최대 난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코로나19 비상상황에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이하 대전형 지원금) 제도를 마련해 선제 대응했지만, 행정오류 등으로 예상치 못한 추가 재정수요가 발생한 까닭이다. 

재정악화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코로나19 추가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재정안정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어 다른 시책사업 추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임기 후반을 맞아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허 시장 입장에서 큰 난관을 만난 셈이다. 

대전형 지원금 설계 과정상의 오류가 뼈아픈 대목이다. 허태정 시장은 지난 3월말 대전형 지원금 계획 발표 당시, 코로나19 관련 직접대응 예산규모를 1300억 원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전형 지원금 소요예산 700억 원과 중소상공인 지원금 260억 원 등을 포함한 액수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긴급생계지원시 대전시가 분담해야 할 지방비 규모를 전체 지원금의 20%인 약 600억 원으로 예상했다. 5개 자치구가 약 200억 원을 분담하더라도 대전시는 약 4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했다. 

결국 코로나19 비상상황 때문에 대전시는 예측치 않았던 약 1700억 원 정도의 재정투입을 결심한 것이다. 이 돈은 대전 신축야구장인 베이스볼드림파크 건립과 둔산센트럴파크 조성 등 허태정 시장 핵심공약 2개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규모다.   

당시 허 시장은 “대전시 재정은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맞지만, 세출 구조조정과 각종 기금 등을 적극 활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 충당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대전시는 이 무렵 2385억 원 규모 긴급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신속하게 시의회 의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전형 지원금 설계오류와 자치구 비협조가 대전시에 더 큰 재정압박을 안겨 줬다. 대전시가 대전형 지원금 설계시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전체를 정부 한시생활지원대상자로 판단하고 대전형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누락시킨 것이 나중에 확인돼 8만여 가구 약 270억 원의 추가 재정수요가 발생했다. 

정확한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지만, ‘대전형 지원금’ 설계상 또 다른 오류 때문에 이의신청이 잇따르고 있어 추가 지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허태정 시장으로서는 발 빠르게 정책적 결단을 내리고 긴급지원에 나섰지만, 행정 설계상 오류로 도리어 시민들에게 질타를 받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일색의 자치구청장들이 ‘원팀’으로 대전시 재정압박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분담비율에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불발된 것도 허 시장에게는 곤혹스런 대목이다. 대전시는 정부 긴급생계지원금 중 지방비 분담액 전체인 550억 원 이상을 고스란히 떠안기로 했다. 

전체적으로는 3월말 대전형 지원금 계획 발표시 예상했던 것보다 최소 500억 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대전형 지원금 규모만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허태정 시장이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간부공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한 배경은 결국 대전시 행정의 정책설계와 기획력 부재, 보고체계와 협업·소통 부재 등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허 시장은 7일 영상회의에서 “예측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했다. 재정예측을 면밀히 실무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사업(긴급재난지원)은 시급성 때문에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중대한 실수와 오류가 발생했다. 행정부시장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기획과 집행에 문제가 없는지, 부서간 협력 문제는 없는지 별도로 보고하라”고 강한 질책성 발언을 했다. 

이후 허 시장은 <디트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대전시 공직자들이 코로나19에 헌신적이고 모범적으로 대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행정 과정상 미스(실수)에 대해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행정 실수의) 최종 책임은 시장에게 있지만, 간부공무원의 관리상 문제인지, 부서간 소통의 문제인지 원인은 반드시 점검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는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미루는 등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재해구호기금에서 법정준비금 성격의 60억 원을 제외한 전액을 사용하더라도 지방채 등 빚을 내지 않고서는 재정운용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대전시의회 A시의원은 “재정압박이 단순하게 재정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정 구석구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임기 중반을 넘어선 허태정 시장의 리더십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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