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온라인 진로·진학 상담 주간 운영
신임 교장의 결단과 자사고 출신 교사들의 노하우

세종대성고등학교 온라인 진로·진학 상담 모습. 몽골에 있는 학부모와 현재 한국에 임시 거주중인 둘곰 양, 손석근 부장교사가 화상 플랫폼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종대성고등학교 온라인 진로·진학 상담 모습. 몽골에 있는 학부모와 현재 한국에 임시 거주중인 둘곰 양, 손석근 부장교사가 화상 플랫폼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3개월 째 적막한 학교. 등교를 10여 일 앞둔 빈 교실 밖으로 오랜만에 들뜬 선생님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이번 학기에는 전공 학문의 세계를 넓혀 보는 게 어때?”, “제2외국인 전형으로 목표하고 있는 학교가 있을까?”, “올해는 학급 반장이나 부반장에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너의 성품이라면 선생님은 가능하다고 본단다”.

등교가 2개월 이상 늦춰지면서 나타난 고교 온라인 상담 풍경이다. 세종대성고등학교는 오는 8일까지 일주일 간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참여하는 상담 주간을 운영한다.

이날 상담을 받은 몽골 유학생인 둘곰(TSOLMONBAATARDULGUUM)은 올해 2학년이 됐다. 화장품 연구원을 꿈꾸고 있다.

둘곰 양의 어머니는 10여 년 전 서울 소재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경험했다. 그때의 좋은 기억이 둘곰이 한국에서 수학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담임교사에 따르면, 유창한 한국어와 학습 능력, 사회와 역사 과목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면서 한국의 우수 인재로 성장하는 중이다.

전인권 교장은 “코로나 사태로 모든 학교가 학생 상담에 거의 손을 놓은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불안감을 낮추고, 등교 후 바로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상담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율동아리 활동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시작했다. 2~3학년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동아리를 소개하고, 1학년 학생들을 맞이했다.

손석근 부장교사는 “이번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바로 3학년 학생들”이라며 “모의고사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보긴 했으나 자신의 위치는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온라인 상담을 통해 이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명 바꿔 새 출발, 다시 돌아온 초임 발령지

전인권 세종대성고 교장. 1984년 이곳에 초임 발령을 받은 후 올해 3월 교장으로 다시 부임했다.
전인권 세종대성고 교장. 1984년 이곳에 초임 발령을 받은 후 올해 3월 교장으로 다시 부임했다.

세종대성고등학교(전 성남고등학교)는 올해 교명을 바꾸고 새 출발했다. 올해까지만 예술계 신입생을 받고, 내년부터는 예술중점학교로만 운영된다. 다만, 인문계와 미술, 공연예술까지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는 올해 1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계속 유지된다.

전인권 교장이 이곳에 부임해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이 바로 교명 변경과 학과 체제 개편이다.

전 교장은 “일반계와 예술계를 함께 운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세종예술고가 생긴 뒤 학생 미달 현상까지 발생해 결단을 내렸다”며 “예술중점학교로 운영되면 학생들의 진로도 계속 지원하고, 고교학점제와도 연계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 교장에게 이곳은 특별한 학교다. 1984년 그의 초임 발령지가 바로 성남고였다. 이후 대전대성고로 옮겨 30년을 교사로 재직했다. 교장 승진 후 3년 뒤인 지난해 3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내년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전 교장은 “당시 제자들이 이제 50대 중반이 돼 사회의 주류 세대가 됐다”며 “지금도 찾아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와보니 조금 더 일찍 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회고했다.

대성학원 재단은 1966년 설립됐다. 세종대성고는 올해로 52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당시 성남고 설립은 이 지역 임 씨 가문에 의해 이뤄졌다. 충남 연기 종촌 지역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자 손수 땅을 내놓고, 재단에 학교를 지어 경영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재단은 이후 그 땅에 성남중·고등학교를 세웠다. 운동장 한쪽에는 이를 기리는 비석이 남아있다.

전 교장은 “우리나라에서 50년 이상 된 사학 대부분은 교육과 애국의 정신으로 시작된 곳이 많다”며 “재단 전입금을 두고 말이 많지만, 재단은 기업체를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시작된 첫 시작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많은 사학들이 재단 전입금 납입과 관련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자체 조례로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곳도 생겼다. 세종시의회도 지난 2016년 관련 조례안을 제정한 바 있다.

전 교장은 “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찾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평준화 정책을 통해 이곳에 입학한 학생들이라면 교육 시설과 학업 환경에 불리함이 없어야한다”며 “세종 유일 사학이 소외돼선 안 된다. 동시에 재단 역시 세종시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 교사들의 진로·진학 노하우 ‘강점’

오는 8일까지 실시되는 온라인 상담 주간 중 학생과 화상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손석근 부장교사.
오는 8일까지 실시되는 온라인 상담 주간 중 학생과 화상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손석근 부장교사.

올해 세종대성고에는 기존 대전대성고에서 오래 근무한 교사들이 인사 이동해 왔다. 학년별로 담임 외 그룹별 컨설팅 팀을 구성해 진학 지도를 지원한다.

전 교장은 “지난해 평준화 1기 일반계 아이들이 50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진학 성적이 좋았다”며 “재단 내 인사이동을 통해 진학 지도 노하우를 보유한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학생을 최우선에 두는 교육이 가능한 환경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전 교장은 “자사고에 근무하셨던 교육자분들은 학생이 최우선이 되는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태도를 갖고 계시다”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마음, 전폭적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좋은 사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 교장은 “대성재단 학교와 통일성 있게 교명을 바꾸니 주변 반응이 좋다”며 “처음과 끝을 이곳에서 함께하게 돼 남다른 기분이다. 예술중점학교로의 전환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준 교육청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오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3 학생을 시작으로 6월까지 1주일 간격을 두고 개학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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