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계약 해제했지만 사업협약은 유효 ‘딜레마’
도시공사 “법적분쟁 없는 최적의 방안 찾겠다”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4일 오후 위기상황을 맞은 유성복합터미널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사업이 전진도 후진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 상황에 빠졌다. 좌초된 암초 위에서 언제 빠져 나올 것이라는 기약도 어려워 책임론이 강하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대전도시공사(이하 공사)는 민간사업자인 KPIH가 사업자금 확보를 위한 PF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용지매매계약을 해제하고 토지대금 594억 원도 돌려줬다고 밝혔다.

문제는 용지매매계약과 별개의 성격인 사업협약이 유효하다는 데 있다.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사업협약이 해지되지 않을 경우, 공영개발이나 제3의 민간개발 등 사업방식 변경이 불가능하다.

결국 공사는 KPIH와 협상을 통해 사업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다시 모색하거나, 사업협약 해지를 위해 KPIH측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공사는 이날 언론에 제시한 설명 자료를 통해 “조속한 시일 안에 사업정상화가 이뤄지도록 관련기관과 협조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얼핏 ‘사업정상화’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민간사업자의 소송제기를 피해갈 수 있는 사업협약 해지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영균 공사 사장은 “(민간사업자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기존 방법 외에 더 강하고 납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가 주주간 갈등이나 PF대출 문제 등을 확실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기존 사업협약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유 사장은 민간사업자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협상에 임할 것인지에 대한 확답은 피했다. 법적 분쟁 시 불리하게 작용할 발언은 최소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속 시원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소송까지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사업자가 어떤 제안을 하는지 살펴보고, 법률가 자문을 받아가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협약 제15조는 협약의 해지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용지매매계약 해제’와 같은 구체적 상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사업자가 사업참여를 포기하거나 부도 등으로 사업추진이 곤란한 경우, 사업계획에서 벗어나 사업목적을 훼손한 경우, 담보물 제출 미이행, 기반시설공사 준공일까지 미착공, 공모지침 미이행, 기타 사업자의 귀책사유 등으로 사업추진이 불가능할 경우 등 8가지가 시행자인 도시공사가 협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공사 관계자는 “KPIH가 협약해지 사유 중 어떤 조항에 해당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법적 분쟁을 없애가면서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무엇인지 찾겠다”고 말했다. 대전시 안팎에서는 ‘시가 이미 공영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법적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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