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권회의 안건, 승마·반려동물 테마파크형 고려
연간 세입 200억 원 예상, 세수 확충 방안 검토

한국 마사회 홈페이지 화면.
한국 마사회 홈페이지 화면.

세종시가 전국적으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는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서울 용산과 대전 월평동 장외발매소가 폐쇄되거나 폐쇄 예정이고, 인근 충남 금산, 논산에서도 유치가 무산된 점 등을 들어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시는 내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접수된 화상경마장 건립안을 시민주권회의 농업축산분과에서 논의했다.

1차 입지로는 부강면 충광농원 일대와 장군면 아세아산업개발 채석장 부지 등 2곳이 언급됐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채석장 부지는 새 소유주인 원건설 측의 반대에 직면했다. 현재 원건설은 이곳에 9홀 규모 골프장과 레지던스호텔 등을 구상 중이다.

시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화상경마장 건립 추진 유무는 시민주권회의를 통해 논의되고, 이후에도 시민 동의를 거쳐야 하는 예민한 사안”이라며 “부지 문제도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다. 언급 차원에서 검토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난 세수확보 VS 사행성 유해시설

시는 기존 화상경마장 장외발매소 외에 승마장, 반려동물 테마공원, 안내견 훈련소 등 복합 테마 시설 건립을 염두하고 있다. 화상경마장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공익 시설을 복합 설계하는 방안으로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시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장외판매소 외에 반려동물시설, 승마장, 유기동물센터 등 공익 시설을 함께 지어 시민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만약 들어서더라도 단순 발매장이 아닌 복합형 시설이 돼야 한다. 마사회의 경우 지역 기여 등도 추가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는 올해부터 취득세 감소로 인한 급격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세입 확충은 시가 화상경마장을 검토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내년 1분기 폐쇄가 예정된 대전 월평동 장외발매소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2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약 8%, 200억 원을 세수로 거둬들이고 있다.

세종시 기업들의 연간 지방세 납부액은 최대 22억 원으로 최근 유치에 성공한 네이버 데이터센터도 연간 지방세가 81억 원 수준에 머문다.

반면, 시민단체와 정당 등에서는 시의 유치 움직임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다. 화상경마장이 대표적인 사행 시설로 꼽히고, 도시 품격과 교육, 주민 생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의당 세종시당은 지난 28일 “화상경마장은 그간 충청권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도박 시설”이라며 “세종시는 인구의 20%가 12세 이하 아동이다. 시가 사행성 도박 시설을 유치해 얻은 세입으로 시민 편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기본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도 29일 “세종시 화상경마장 유치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정”이라며 “누적된 재정난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투기 심리를 조장하는 사행시설을 유치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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