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임 민예총 세종지회장, '진짜 문화도시'를 말하다

세종민예총 조성환 제5대 지회장.
세종민예총 조성환 제5대 지회장.

세종시 지역 예술계에서 보헤미안 지수(Bohemian Index)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문화 주권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헤미안 지수'는 해당 지역에 예술가들이 얼마나 거주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인간의 창조성이 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에서 산출하기 시작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등 문화 인프라 개수나 규모를 단순 측정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척도다.

세종시는 지난 2016년 문화재단 출범 직후 ‘10대 문화도시’ 진입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역 예술계에서는 도시 건설과 행정수도 완성 이슈에 묻혀 정주 기반인 ‘문화’ 분야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조성환 <풍류> 대표가 최근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세종지회(이하 민예총세종지회) 5대 지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40년 간 이어온 현장 예술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회장은 “예술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보헤미안 지수를 높이는 문화 행정이 필요하다”며 “시민주권특별시에 맞게 예술인들과 시민이 이끌어 가는 문화 주권 도시 세종을 만드는 데 회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 행정의 상위 개념 돼야”

세종축제 어가행렬 재현 모습.
세종축제 어가행렬 재현 모습.

문화 도시로 가는 길목에는 ‘문화 중심 행정’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지역 예술계에서는 시가 도시 건설에 치중한 나머지 정주 환경, 생활 만족도와 직결되는 문화 기반 확충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조 회장은 “문화가 행정의 하위 개념이 돼선 안 된다”며 “세종시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투입 비중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떠나고 싶다는 예술인들도 생기고 있다. 도시 건설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금이 내실에 더 신경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종시 문화예술 행정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관(官)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문화 행사가 시민주권특별시 기조와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 회장은 “대형기획사 위탁 등 세종축제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예술인과 시민단체, 시민이 거버넌스 조직이 돼 축제를 이끌어야 한다. 이제 시민주권특별시가 아니라 '시민문화주권특별시'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트센터 개관 앞두고도 시립예술단 ‘0개’

세종시립예술단 설립 필요성도 중요한 현안 중 하나. 4.15총선 예비후보 공약집에도, 세종시의회에서도 예술단 창단 필요성이 언급됐다.

지난해까지 전국 광역시·도 중 공식 예술단이 설립되지 않은 곳은 세종과 경남이 유일했으나, 경남은 올해 경남도립극단을 창단했다.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는 70여 개 예술단(평균 4.5개)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조 회장은 “내년이면 아트센터가 문을 여는데, 아직 시립예술단 창단 움직임이 없는 점이 안타깝다”며 “시립예술단이 있어야 전문 예술인이 유입되고, 도시 문화 저변도 확대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지역 문화 원형 탐구와 스토리텔링 작품 창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종의 인문·자연·역사·문화 자원을 소재로 한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주장.

조 회장은 “중부권 국립국악원 분원 설치를 두고 비교적 풍부한 문화 자원을 가진 도시들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며 “세종시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도시다. 세종은 음악을 정비하고 발전시킨 왕이기도 하다. 백제부흥운동 근거지 역시 바로 세종시다. 문화적 정체성이 충분하고, 명분도 있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와 문화 패러다임 변화

세종민예총 회원 단체사진.
세종민예총 회원 단체사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종시 예술인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모든 행사와 축제가 취소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다.

조 회장은 “공연이나 강습, 강연, 세미나가 모두 중단돼 수입이 제로에 가깝다”며 “자기 건물이나 연습실을 갖고 활동하는 예술인이 거의 없다. 지자체에서 정부와 상관없이 문화예술인 긴급 자금 지원을 하고 있고, 세종도 뒤늦게나마 50만 원씩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문화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세종시가 이 전환점을 맞아 문화 아젠다를 고민했으면 한다. 민예총도 자연이나 환경, 기후, 생태 가치가 인간 삶과 동격이 되는 변화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시민과 예술, 문화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예총 학술 계간지는 현재 통권 13호까지 발간됐다. ‘낮도깨비를 찾아라’ 문화예술축제, 선순환문화콘서트, 열장문화제(열차가 서는 오일장에서 열리는 축제)도 정기 개최하고 있다.

다만, 일정한 공간이나 상근자가 없고, 회원 자비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한계도 풀어야할 숙제다.

조 회장은 “사실 예술단체들이 지자체로부터 경상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100% 독립적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면서 “그래도 쓴소리하는 예술인들이 많아야 한다. 예총과 각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연대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진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현장 예술가와 소통해 답을 찾아야한다”며 “세종시는 지방자치 실험도시이자 모델도시다. 문화 분권에도 노력해야한다. 중앙 문화를 가져와 단발성으로 보여주는 것, 명망에 의존하는 것 말고, 지역 문화 육성을 통해 문화 자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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