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본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난 선거는 야당 미래통합당 후보들에게 억울하기 그지없다. 본선거에서는 이겼지만 사전선거에서 큰 표 차로 지면서 승패가 뒤바뀐 곳이 많았다. 대전에서도 동구 중구 대덕구에서 이런 현상이 타나면서 야당 후보들이 고배를 마셨다. 

낙선자의 입장에선 본선거와 사전선거의 결과가 크게 다른 점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인데, 여야 후보의 득표율이 63대 36으로 거의 같게 나온 점은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여야의 사전선거 득표율은 서울 63.95 대 36.05, 인천 평균 63.43 대 36.57, 경기 평균 63.58 대 36.42였다. 253개 선거구 가운데 17곳에서 63 대 36의 비율이 나왔으니 의문이 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이상한 수치’만 가지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건 너무 나간 것이다. 

63대 36 비율 지역구 많아 의심하는 건 ‘착시’

주사위를 10번 던져 모두 ‘1’만 나올 확률은 대략 6천 만분의 1이다. 5천 만 국민들이 ‘주사위 10번씩 던지기’를 한다면 한 명 정도는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어떤 사람 A가 “내가 주사위를 10번 던져 전부 1만 나왔다”고 말하면 친구 B는 그 말은 선뜻 믿기 어렵다.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1만 연속 10번’의 확률이 6천만분의 1이기 때문에 믿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주사위를 10번 던져 나오는 어떤 ‘경우의 수’도 똑같이 6천만분의 1이다. 그렇다면 A가 “내가 주사위를 던졌는데 ‘1-3-6-2-1-1-3-...’(임의의 경우의 수)와 같은 결과 나왔다”고 말해도 B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해야 옳다. 그래야 ‘1만 연속 10번’과 ‘1-3-6-2-1-1-3-...’에 대한 공평한 평가다. B가 ‘1만 연속 10번’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는다면 착시 때문이다.

17군데 선거구에서 63대 36의 비율로 나온 점도 이런 착시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언뜻 보면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동일한 비율’ 자체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이 될 수 없다. 전국적으로 보면, 정당별 선호도는 지역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나 같은 지역이나 선거구 안에서의 선호도는 큰 차이가 없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광주 유권자와 대구 유권자는 다를 수 있으나 경기와 서울은 차이가 없는 게 이상할 게 없다.

정치적으로 지역색이 강하지 않는 곳이면 63대 36 비율의 선거구가 실제보다 더 나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번에는 후보보다 정당을 보고 뽑겠다는 사람이 많은 선거였기 때문에 정치색이 강한 선거구가 아니라면 여야 후보의 득표율의 편차는 적을수록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

학자들에게 물어볼 일로 변호사 찾는 야당

본선거와 사전선거 결과의 큰 편차도 패자 입장에선 큰 의문이다. 그럴 만한 요인이 없다면 두 선거의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 게 맞다. 그러나 사전선거 결과의 의문을 제기하려면 ‘그럴 만한 요인’이 없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엔 그런 요인이 있었다. 여당 지지층이 많은 호남 지역에선 사전 투표율이 평소보다도 더 높았던 반면 야당 지지층이 많은 대구에서 그 반대였다. 

여당 지지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내가 응원하지 않으면 우리가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떤 선거보다 고조된 선거였고 이 때문에 여당 지지층이 사전투표에 더 많이 참여한 선거로 보인다. 더 절박한 유권자가 투표에 더 적극적이고 사전 투표도 많이 했다고 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본선거와는 크게 다른 사전선거의 여야 득표율’과 ‘하필 여러 선거구에서 63대 36이라는 특정 비율로 차이가 나느냐’는 두 가지 의문점이 야당 일부에서 내세우는 부정선거 근거의 전부라면 하루빨리 접는 게 낫다. 이번 선거에서 ‘수치’는 부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부정이 있었다면 부정한 일을 뒷받침하는 팩트가 나와야 한다. 여당 쪽에서건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아직 그런 얘기는 없다.

과거 여느 선거에 비하면 지난 총선에선 여러 면에서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 게 사실이다.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사전선거 결과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은 사법기관이 아니라 정치학자 같은 전문가들이 나설 문제다. ‘중간평가의 여당 압승’이란 초유의 결과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런 결과들이 나온 원인과 의미를 분석하는 데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자들에게 물어 볼 일로 변호사를 찾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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