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일곱 번 째 이야기] 총선 전 국민과 한 약속, 벌써 잊었나

국민들은 정권의 중간평가에서 정권보다 야당을 심판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열린 4‧15총선은 더불어민주당 완승으로 끝났다. 국민들은 정권의 중간평가에서 정권보다 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미래통합당의 자멸이다.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변화와 쇄신, 대안세력을 거부하다 참패했다.

또 하나의 승리 요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연전연승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에 선물보따리를 안겼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높아진 정치 수준이 180석이라는 ‘슈퍼 여당’을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변화를 거부한 통합당에는 회초리를, 코로나19 위기 속에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준 문 대통령에는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가만 보면 민주당이 스스로 뭘 잘해서 이겼다고 할 만한 게 딱히 없다. 통합당의 반사이익과 문 대통령 후광 말고 뭐가 있나. 결과적으로 거대 여당을 만든 건 주권자인 국민이다. 국민들은 그 안에 “싸우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담았다.

여야는 총선 전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국민들은 총선 직후 ‘신속 지급’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여야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어떤가. ‘긴급’이란 말은 무색해졌고, ‘협치’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며칠 바짝 엎드렸다 일어나니 국민 안중에 없나
선거는 끝났고, 약속 지킬 일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총선 전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을 약속했다. 양 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총선 전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을 약속했다. 양 당 홈페이지.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하위소득 70% 지급’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당정청은 2차 추경을 편성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번에도 사실상 문 대통령이 중재한 셈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수정 예산안’의 국회 제출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통합당은 예산을 추가로 세우는 게 아니라, 당초 예산을 전용해 지급하자는 게 총선 전 약속이었다고 항변한다. 이러나저러나 국민들로선 여야 모두에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여야가 총선 뒤 처리한다던 4대 경제법안(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국회 공전에 자동 폐기 위기에 놓였다. 선거 때 며칠 바짝 엎드렸다 권력을 손에 넣고 일어나보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 이틀 뒤 당선인 전원에 서한을 보내 국민 앞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남의 한 당선인은 유권자에 욕설 문자를 보내 공분을 샀다. 서한을 받은 지 사흘 만이다. 그는 선거 하루 전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유권자에게 큰 절로 지지를 구했었다.

민주당은 집권당이다. 통합당 역시 총선 참패는 했어도 국회 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제1야당이다. 오만하지 마시라. 오만한 권력은 부패하고, 정치를 3류로 만든다. 선거는 끝났고, 약속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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