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의원총회’ 합의내용 두고 설왕설래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선출을 둘러싸고 민주당 소속 시의원끼리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칫 시의원간 불협화음으로 번질 경우,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 준 지역민심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의회 22석 중 21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2018년 7월 1일 의원총회를 통해 전·후반기 의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 합의하고, 전반기 직을 맡았던 의원은 후반기에 직을 맡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세운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흘러 후반기 원구성 시점이 다가오자, 일부 의원들의 기류가 달라졌다. 2018년 7월 1일 의원총회에서 합의한 내용에 후반기 의장은 포함돼 있지 않다거나, 전반기 직을 맡았던 의원이 후반기 직을 맡지 않기로 한 원칙을 세운 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A 시의원은 “전반기 의장선출을 놓고 당시 의장직 도전의사가 있었던 김종천, 권중순 두 의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투표를 했고, 1위를 한 김종천 의원이 의장직을 맡기로 확정하고 2위를 한 권중순 의원은 후반기 의장직에 도전하는 것으로 양해한 것일 뿐”이라며 “후반기 의장까지 결정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 의원은 “명시된 합의문서도 없다”고 강조했다.
B 의원은 “(후반기 원구성 재논의가) 지난 7대 의회에서 벌어졌던 것과 같은 야합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B 의원은 “7대 의회에서는 다른 당 소속 의원들까지 끌어들여 합의된 원칙을 깬 것이지만, 이번엔 당 내부의 일 아니냐”며 “당내 재논의와 야합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A, B 의원 모두 후반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그러나 다른 시의원들과 민주당 당직자, 2018년 7월 1일 의원총회에 대한 시의원 대표의 공식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A,B 두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 소속으로 4선 최다선인 김인식 의원(서구3)은 의원총회 직후인 2018년 7월 2일 시의회 기자실을 방문, 소속 시의원을 대표해 의원총회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한 바 있다. (본보 2018년 7월 2일자 “대전시의회, 차기 의장에 ‘김종천’ 합의” 참조)
당시 김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김종천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권중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하자는데 합의했다”며 “합의추대를 했지만, 합의추대 방법에 있어서 어떤 과정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21명 소속 의원 중 1명도 반대하지 않고 전원 찬성했고, 전반기 직을 맡은 의원은 후반기에 직을 맡지 않기로 한 원칙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C 의원은 당시 의원총회에 대해 “전·후반기 의장을 김종천, 권중순 의원이 나눠 맡는다는 합의가 있었지만, 두 의원이 서로 전반기 의장을 맡기 원했다”며 “전반기 김종천, 후반기 권중순 안이 1안, 전반기 권중순, 후반기 김종천 안을 2안으로 두고 투표를 했다. 1안에 더 많은 표가 몰려 1안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의원총회에 관여한 민주당 당직자는 “2018년 7월 2일 <디트뉴스> 등이 보도한 김인식 의원의 브리핑 내용이 가장 정확하다”며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올 것을 대비해, 당내 최다선 의원인 김 의원이 대표성을 띠고 언론에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의원들의 합의 부정은 후반기 의장직, 또는 상임위원장직 등 자리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상당수 시의원들은 “원칙과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칙을 강조한 D 시의원은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 시의회 22석 중 21석,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7석 전체를 민주당에 몰아 준 민심이 있다”며 “행여 시의원들이 감투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면, 민심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겠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7대 대전시의회에서도 후반기 원구성이 ‘합의위배’에 따라 파행으로 번진 바 있다. 7대 의회 의원들은 합의문에 서명까지 해 놓고서도 합의를 뒤집고 김경훈 시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권중순 의원이 합의파기의 희생자였다. 이 사건으로 민주당은 김종천 의원에게 당원자격 정지, 김경훈 의원에게 제명 처분 등으로 중징계한 바 있다. 당시 시의원이었던 박정현 현 대덕구청장은 단식투쟁까지 벌이면서 합의파기와 김 의장 선출에 반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