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급 직원 대상 3년 치 임금 환수 추진
노조 정식 감사 요청에 세종시 "신중해야"

출범 5년차 세종시설관리공단 6~7급 직원들의 보수가 하루아침에 감액됐다.

월급 명세서엔 기존 보수 대비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40만 원까지 적은 숫자가 찍혔다. 월급이 과다 지급돼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사람 당 수 백 만 원에서 1800여 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도 맞닥뜨렸다.

4억 원에 가까운 ‘환수 폭탄’, 보수 규정을 입맛대로 적용해 온 방만한 공단, 이를 수 년 째 방치한 관리·감독기관 세종시의 안일한 행정이 초래한 결과다.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만든 불필요한 갈등. 이번 사태의 원인과 노·사 입장, 관리·감독 기관인 시의 판단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연속보도] = 세종시설관리공단이 6, 7급 직원들에게 지급해 온 최대 3년 치 보수 일부에 대한 환수 조치에 나섰다. 노조는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위반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본보 4월 20일자 '피켓 든 세종시 산하 공기업 직원들, 왜?' 보도)

환수 대상 인원은 총 65명이다. 1차 환수 추진 설명회 참여자 60명 중 47명이 환수 미동의 의사를 밝혔다. 시가 추산한 환수 금액은 약 3억 4000여 만 원이다. 

노조는 지난 3월 사측의 임금 감액, 환수 조치 움직임이 현실화되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 단체협약 위반 등으로 제소했다. 

김상수 노조위원장은 “지난 3년 기간 동안 1인당 환수 금액이 200만 원에서 18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체협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 협상 없이 임금이 감액된 점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보수 규정 적용 위반 여부와 책임 규명 등이 선행되지 않은 채 직원들에 대한 환수 조치를 서두르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직접 보수를 지급해온 공단과 환수액이 억대로 늘어나도록 방치한 세종시에도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사측은 감사를 받지 않기 위해, 합당한 행정적·법적 근거 없이 시의 명령만 이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책임자들이 면피하기 위해 하위직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생각이다. 전 이사장, 시청 전 담당자 등의 내부 결제를 마치고 지급된 보수도 하루 아침에 삭감해버렸다”고 강조했다.

시 생활임금 규정 이행 문제도 쟁점이 됐다. 노조는 호봉 재산정이 반영된 3월분 급여에서 생활임금 수준 이하의 보수를 받는 직원들도 생겼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 보수 규정에는 ‘해당 호봉 상당의 기본급이 생활임금 하한선보다 낮은 경우 상위 호봉으로 상향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김 위원장은 “생활임금 이하의 160만 원대 월급을 받는 사람도 생겼다”며 “올해부터는 세종시 생활임금이 각종 수당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현장에서 꼼수로 작용되고 있다. 특별한 성과급이나 명절이 아닌 달에는 월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생활임금 수준 근사치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공무원=공기업 직원? 갑질 민원 접수까지

세종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메인 화면.
세종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메인 화면.

노동조합 집행부 조 모 씨는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세종시가 산하기관인 공단에, 공단은 하위직 직원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시가 자체 보수 규정을 운영 중인 산하기관 직원들의 보수 감액, 환수 문제를 반드시 이행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이 골자다. 

조 모 씨는 민원글에 “시 산하 기관인 공단은 간접경영법인이고, 근무자의 신분도 공무원이 아니다. 공기업 직원들을 공무원 관점에서 보고 노동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단과 세종시는 보수규정 개정이나 임금 저하의 문제를 노조와  협의 없이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하위직 직원들에게 세금도둑 프레임을 씌우며 죄인취급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씨는 “생활임금 조례가 산하 기관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이유는 일종의 보호의 의미가 있다”며 “공무원 9급과 비교하며 공기업 직원들이 더 높은 월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보수 지급이 위법했다면, 그에 따른 정당한 처분과 행정 절차를 거쳐 공개적으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문을 맡은 노무법인 하율 박사영 대표노무사도 “근로기준법 제5조와 노조법 제33조 등에 따르면, 사용자는 단체협약 제5조를 위반해 임의로 혹은 일방적으로 임금과 직결되는 호봉을 낮출 수 없다”며 “공무직 근로자의 시급을 생활임금으로 적용하는 것 또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세종시 “환수 불가피, 감사는 신중”

감사원 또는 세종시 자체 감사가 이뤄지더라도 책임 규명은 요원할 전망이다. 초대 이사장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 공석이고, 전 본부장은 공석인 이사장 자리를 직무대행하다 올해 교체됐다.

신임 이사장은 이달 말 취임이 예정돼있다. 

관리·감독기관인 시는 올해 초 공단에 보수규정 위반 사실을 통지하고 조치를 요구했다. 보수 감액과 환수 등을 임금정상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 강경무 공기업담당은 “최근 본부장이 바뀌면서 공단 측이 잘못을 인정했고,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이라며 “급여 외에 다른 방식으로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후생복지 차원의 대책도 고민 중이다. 다만, 꿈의 직장 중 하나인 공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발은 시민 입장에서 보면 지탄받을만 한 일이고, 공조직에서 있으면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감사 등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책임 규명에 대해서는  "현재 징계를 받을 당사자가 내부에 없는 점, 말단 담당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시 고문변호사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등 자체 검토를 거쳐 보수 하향과 임금 환수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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