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내견 ‘조이’ 국회출입 환영한다
[칼럼] 안내견 ‘조이’ 국회출입 환영한다
  •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 승인 2020.04.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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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의 확대경]

국회사무처가 제21대 개원을 앞두고 ‘회의장에 안내견 출입 허용 여부’를 놓고 관계법과 규정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번 총선에서 시각장애인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을 놓고서다.

그동안 국회는 회의장에 안내견 등 동물 출입을 금해왔다.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고 한 국회법의 규정을 근거로 삼았다. 2004년 당시 제17대 총선에서 시각장애인 출신으로는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던 정화원 의원은 안내견 동반이 허용되지 않아 본회의장에 출입 할 때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에 김예지 당선인은 “안내견은 국회법에 명기된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다”라면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장애물 없는 환경’은 단순히 관련 설비를 시공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배려가 아닌 의무라는 인식 전환을 국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고 그냥 다수가 모인 곳일 뿐”이라며 “당연히 안내견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국회사무처는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비장애인 의원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2006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제8대 충청남도의회에 비례대표로 시각장애인인 의원이 탄생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의회사무처는 고민이 생겼다. 처음 있는 일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회에 알아보니 시각장애인 의원이 본 회의장 출입이 용이하도록 의석을 맨 뒷자리로 지정을 하고 의원보좌 인력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단체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문의를 하였으나 만족할 만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막연한 입장을 접어두고, 당선된 의원과 협의를 하니 기본적인 사항은 차차 조치해 나가되, 우선 전담 보조 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강의 의사를 파악한 다음 의회사무처와 도의 관련부서의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제도, 시설, 장비, 인력 등 4가지 분야로 나누어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장애인 충남도의원을 위해 추진했던 아이디어들

첫째, 제도적인 것으로는 의정활동과 관련되는 사항으로 ‘회의규칙’을 개정하여 점자로 된 원고와 자료를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 발언시간을 비장애인 의원보다 연장하였다.

둘째, 시설은 종전에도 관련 법규에 따라 장애인 편의시설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막상 현실적인 상황에 닥치자 보완하고 개선해야할 일이 많았다. 우선 동선(動線)별로 점자 블럭을 확충하고 점자안내판과 계단과 경사로에는 핸디 레일을 설치하는 한편 엘리베이터와 사무실, 회의실 등 출입문에는 점자표지를 하였다.

셋째, 장비는 점자인식기와 타자기, 점자프린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을 하였는데, 소요 예산도 막대하고 점자프린터는 설치 장소, 운영 인력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점자를 표기, 해독해야 하고 프린터와 제본까지도 할 수 있는 전문인력 배치문제도 나왔다. 뾰족한 해결책이 나서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다가 장비를 구입하여 시각장애인단체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넷째, 의정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보좌 인력 지원이었다. 이 또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도나 의회사무처에 의원 보조인력 정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닐뿐더러 일단 채용을 하고 난 후의 신분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의원보좌관 배치요구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의원에게만 보좌 인력을 배치한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이 난제의 해결책을 궁리한 끝에 나온 방안이 이 또한 도 협회의 운영 인력을 보강하면서 도의원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와 함께 추진한 것이 본회의장의 회의 장면을 수어(手語)로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장애인 시책을 펼쳤다. 규정이나 전례도 없고 상식도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 나감으로써 하나의 사례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합법성의 무게와 합목적성의 가치에 대하여 고민하고 판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지고, 아직은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복지시책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며 성공의 신화를 이룬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제 국회나 지방의회에도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진출하여 나라살림, 지역살림을 논의하는데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에 김 당선인을 계기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촉구해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이 허용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다행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일반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자립촉진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이 마침 장애인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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