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권력 앞’에 놓인 한국 민주주의
‘거대권력 앞’에 놓인 한국 민주주의
  • 김학용
  • 승인 2020.04.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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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대전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중간평가라는 점에서 여당이 고전할 것으로 봤던 필자의 지난 기사는 오보가 되고 말았다. 여당 압승은 선거사의 대기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나도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는 말 이상의 이변이다. 여당의 대승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한 당이 4차례 연승한 첫 기록으로 정치학자들도 놀랐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실질적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이 이긴 선거는 없었다. 이번은 현직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였다.

정치 관심 없다는 어떤 30대의 야당비판 이유

여야 1 대 1 구도에서 승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쪽의 승리 요인은 다른 쪽의 패배 요인이다. 그 이유를 여당보다 야당에서 먼저 찾는 게 야당심판론이다.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너무 못해서 야당에게 회초리를 들었다는 얘기다. 필자 주변의 한 지인도 선거 전에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는 정치에 별 관심 없다는 30대 초반의 젊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많지만 그래도 과거의 다른 대통령보다는 나은 것 같다. 민주당도 문제는 많지만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지칭)은 더 썩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선뜻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다가 한 미래통합당 지도부 인물의 ‘지나친 말’을 꼽았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막말이나 과도한 발언으로 보이나 그는 그 말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그 지도부 인사의 이름도 끝내 기억해내 못했다. 젊은이는 자신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으며 친구들도 대체로 그런 편이라고 했다. 

그 젊은이와 친구들이 이번에 투표를 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투표장에 갔다면 어느 당을 찍었을지는 불문가지다. ‘젊은이의 생각’이 여당 승리의 요인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정치학적으론 소수 야당이 심판받는다는 게 설득력 있는 분석은 아니지만 현실에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야당에게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중간평가에 여당의 압승은 야당심판론만으로 설명이 어렵다. 그 젊은이의 말대로 문재인 정권도 잘한 게 없다면 소수 야당의 잘못이 크더라도 엇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맞다. 역대 중간평가의 기록으로 보더라도 집권 여당의 역대급 압승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코로나 우연론’과 ‘1.5정당제 필연론’

여당 대승의 이유를 ‘우연론’이나 ‘필연론’으로 보기도 한다. 여당이 코로나 19 덕을 봤다는 게 전자라면, 일본식 1.5 정당제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은 후자다. 코로나 덕은 문재인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와 통화에서 “코로나 호전이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전쟁이나 전염병 등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국민들은 정부를 응원하며 도와주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크든 작든 여당이 코로나 덕을 본 건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만 가지고는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우리 국민들의 ‘이념적 좌표’ 자체가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여 야의 잘잘못을 떠나 이제는 보다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정당과 세력을 유권자들이 지지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진보적인 집권세력이 일솜씨는 없더라도 정책의 방향은 그쪽이 맞다고 보기 때문에 여당이 이겼다는 것이다.

승패를 가른 가장 큰 이유가 뭔지는 확실하지 않다. 30대 ‘그 젊은이’의 생각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가 일시적으로 표심을 바꾸게 만들었는지, 그도 아니면 국민들이 보수보다 진보적 가치를 더 선호하는 쪽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여도 야도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

‘민주주의 수호’ 문재인 정권 최대 난제 될 수도

야당 심판론이든 코로나 우연론이든 1.5정당제 필연론이든, 어떤 경우라 해도 이번 선거 결과가 조국 사건이나 청와대 울산공작 사건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사건이 되어 있다. 권력 측근들의 범죄 혐의를 법에 따라 다룰 수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여권에선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흔들어대고 있다. 쫓겨날 만한 일이 아닌데 쫓아내면 법치 파괴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민주주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라며 철인(哲人)정치를 옹호한 철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가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은 독재의 위험성 때문이다. 권력을 독점할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하곤 한다. 민주 국가에서 권력을 실질적으로 감시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야당뿐인데 야당조차 없어지다시피했다. 거대 권력 스스로의 자정능력과 도덕성에만 민주주의를 맡겨놓은 꼴이다. ‘민주주의 수호’는 문재인 정권이 가장 큰 난제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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