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여섯 번째 이야기] ‘참패의 땅’에 재개발이 필요하다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싹 다~갈아엎어 주세요.” 미래통합당 선거 로고송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폭주냐 견제냐’는 슬로건도 안 먹혔다. 윤석열과 조국에 옥중 ‘선거의 여왕’까지 소환했지만, 판세를 뒤엎지 못했다. 개헌 저지선만 겨우 건졌다.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은 참패했다. ‘핑크 아웃’이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통합당 참패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란 미증유 위기가 정권 심판보다 ‘안정론’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공천 파동과 선거 막판 터진 막말 파문이 악재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통합당 추락은 예고된 참사였다. 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인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지방선거까지 연전연패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당 안팎에서 인적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통합당은 바뀌지 않았고, 국민들은 이번에 회초리 대신 몽둥이를 들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2년 전 지방선거 참패 뒤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국민들 앞에서 반성문도 읽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반성문을 쓸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귀담아 들어 줄지 모르겠다. 정치는 신뢰라고 했다. 습관적으로 무릎 꿇고, 반성문만 쓴다면 ‘양치기 소년’과 같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압승 이후 오만해지자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당도 싫지만, 민주당도 싫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통합당은 그때 기회를 살려야 했다. 하지만 ‘친박’은 건재했고,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은 표류했다.

이번 총선은 어땠나. ‘묻지마 식’ 공천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까지 만들었다. 그 마저 불협화음에 공천관리위원장이 사퇴했고, 미래한국당은 대표를 교체하는 소동을 빚었다.

몇몇 후보들은 막말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당 지도부는 ‘제명’ 조치로 꼬리를 자르려 했지만,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었다. 제1야당이라면서 보수의 품격도, 실력도 없었다. ‘우한폐렴’과 ‘마스크’만 붙잡고 늘어지며 문재인 대통령 탄핵과 정권의 폭주만 운운했다. 스스로 살려는 몸부림 없이, 국민들한테만 살려달라고 했다.

이래저래 통합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나라가 무너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본인들이 먼저 무너졌다. 최근 4번의 선거를 모두 이긴 민주당은 통합당 주장대로 ‘폭주’할지 모른다.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통합당이 이제부터 할 일은 ‘강력한 쇄신’이다. 체질(이념‧정체성)을 개선하고, 근력(사람‧조직)을 길러야 한다. 참패의 땅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갈아엎는 재개발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 역시 지도부가 선거 직후 내놓은 자만과 오만을 경계하는 발언들이 구호에만 그치면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 자멸과 국민들의 심판을 무겁고, 무섭게 느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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