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총선’ 승자에 미리 보내는 고언(苦言)
‘코로나 총선’ 승자에 미리 보내는 고언(苦言)
  • 김재중 기자
  • 승인 2020.04.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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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물갈이·판갈이 없는 ‘깜깜이 선거’ 결과에 도취되지 말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코로나19 비상상황과 맞물려 ‘깜깜이 선거’로 진행된 21대 총선이 15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막을 내린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4일 각 후보들은 마지막 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돌고 돌았지만, 결국 문재인을 지키는 선거냐 아니면 심판하는 선거냐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미래통합당은 끝까지 정권심판론을,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여당에 안정적 힘을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다수의 선거분석가들이 내놓은 전망과 여론조사 데이터 등을 종합하면, 민주당의 과반 이상 달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후대에 ‘코로나 선거’로 명명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비상상황 때문에 후보들의 정책이슈가 묻히고 정치신인들은 얼굴 알리기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 선거전 초반, 정치신인들은 대면접촉을 피하면서 방역봉사에 나서는 것 외에 달리 자신을 알릴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다.

국회의원 총선거 때마다 일었던 ‘물갈이론’도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국적 스타’로 떠오른 정치신인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이미 금배지를 달고 있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선거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선거법 개정을 무색케 만든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로 인해, 정의당 등 진보정당의 약진에 제동이 걸렸다. ‘물갈이’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듯 ‘판갈이’도 기대하기 어려운 선거였다. 결국 큰 틀에서 ‘인물과 구조를 바꾼 선거’로 역사의 평가를 받기엔 턱 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선거였다.

중도의 의미도 퇴색했다.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유의미한 제3세력의 등장이 어려운 선거였고, 결국 완충지대가 사라져 버려 세대간, 지역간 대결양상은 더욱 극명해졌다. 파란색과 분홍색 중에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선거였고, 코로나19 재난보도에 허덕인 대다수 언론은 이렇다 할 대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대안제시를 떠나 언론은 구태의연한 정파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문재인 심판’을 부추기거나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코로나 총선’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실수를 많이 한 정치세력을 심판하거나 실수를 덜 한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피동적’ 선거가 될 전망이다.

물론 뚜껑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승리한 정치세력의 세리머니에 앞서 미리 찬물을 끼얹는 이유는 ‘코로나 총선’의 결과에 도취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잘 해서가 아니라 덜 못해서였다.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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