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다섯 번째 이야기] 낙법: 떨어져도 안 다치고 다시 일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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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루기 경기인 유도에서 처음 배우는 기술이 낙법(落法)이다. 낙법을 잘 배워둬야 상대 공격에 넘어가도 부상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르는 후보자도 낙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떨어져도 충격이 덜할 것이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닷새 후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회의원 300명이 탄생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47명)를 뺀 지역구 후보자는 253곳에 총 1118명. 다시 말하면 지역구 당선자의 약 3.4배인 865명은 낙선한다.

우리나라는 1등만 배지를 다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1등을 하기 위해 14일 동안 공식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로변부터 골목시장은 물론, SNS까지 온‧오프라인을 누비며 유권자에게 ‘한 표’를 읍소한다.

여야 정치 거물과 지도부까지 전국을 돌며 자당(自黨)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붓는데 패배를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가 패배를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로지 승리만 있을 뿐이다.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장함으로 임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선거도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했던가. 진다고 목숨을 잃진 않지만, 후유증은 꽤 오래 간다. 낙선의 충격에 한동안 몸져눕거나 두문불출했다는 전직 후보들이 주변에 여럿 있다. 그래서 낙법이 필요한가 싶다.

당선 축하할 줄 아는 낙선자가 진정한 승자
와신상담, 권토중래하시라

당장은 분하고 억울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열린 투표함을 닫을 순 없는 노릇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당선자를 축하할 줄 아는 낙선자가 진정한 승자다. 본인을 위해 박수치고, 응원하며, 한 표를 던진 유권자를 생각하시라. 그래야 떨어져도 덜 아프고,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는 법이다.

이번 총선은 유례없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아래 치러지고 있다. 선거운동은 조용하지만, 그 안은 온통 진흙탕이다.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 정치소외 계층에 대한 공천은 소수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은 비례용 정당을 만들어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훼손했다. 정치신인들은 코로나 사태로 얼굴을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 현역 의원은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여러 면에서 ‘기득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비방과 음해,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다. 고소‧고발도 난무하다. 축제의 장이어야 할 선거가 정치 혐오만 부추기고 있다.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배지를 달지 못했다고 좌절하지 마시라. 와신상담(臥薪嘗膽),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내공을 다진다면 기회는 또 온다. 모든 기회와 상황은 스스로 만들고 열어가는 것이다. 닷새 후 865명의 낙선자들에게 미리 박수를 보낸다. 졌지만 잘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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