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갑 넘어 기능장 합격한 정재성 자동차정비 기능장

"한 번도 이쪽 일이 싫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하는 정재성 자동차 정비 기능장.

“한 번도 자동차 정비 일이 싫다고 느낀 적도, 제 손에 지워지지 않는 기름때를 창피하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40년 넘게 한 길만 걸어온 제 인생을 보여주는 건데요.”

지난 8일 충남 천안시의 자동자 정비업체의 현장에서 만난 정재성 기능장(65). 수줍은 표정이었지만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동차정비 기능장은 해당 기능 분야에서 최상위 등급의 국가기술자격증으로 최근 5년간 합력률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취득이 어렵다. 지난 2017년 환갑을 넘긴 나이로 기능장 시험에 도전한 그는 학원 등 전문교육기관의 도움이나 동영상 강의 한 번 보지 않고 오로지 책과 일터에서의 경험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1점차로 한 번, 2점 차로 두 번째 떨어지고 3수만에 이룬 성과다.

“매일 4시에 일어나 6시까지 공부하고 출근을 해요. 꼭 시험 준비를 위한다기 보다는 남들보다 배움이 짧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자는 생각에 40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현장 일은 자신 있었지만 이론이 부족했으니까요. 기능장 시험 준비를 위해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밥도 굶어가며 책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답니다.”

회사에서 수여한 감사장.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주경야독(晝耕夜讀)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시험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힘이 들었다. 이북 피난민 출신인 그의 부모가 대전에서 자리를 잡았던 그 시절, 모두들 어려운 상황에 그의 가정은 유독 더 척박했다. 그 와중에 자동차 기술에 호기심을 가진 정 기능장은 충남직업훈련소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웠고 지금까지 한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산업기사, 기능사, 검사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현장업무가 베테랑인데 굳이 기능장 시험을 보려 하느냐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었고 업계 정점을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뒤늦게 도전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죠. 고객 중 알아봐주고 ‘기능장과 악수라도 한 번 하자’고 하면 뿌듯합니다.”

홀아비 마음은 과부가 알아준다고, 정 기능장 역시 그랬다. 길을 가다 폐지를 흘리고 있는 노인의 리어카를 지나치지 못했고, 당장 생계 걱정에 자동차 수리비를 걱정하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자신도 풍족하진 않았지만 그들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교회에서의 봉사활동도 적극적이었다. 무료급식, 도시락 배달봉사를 다니며 일용할 양식을 전해줬다.

그가 나눈 건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2001년부터 10년 가까이 대전 낭월동 소년원(현 대산학교)에서 재능기부로 자동차 정비 교육봉사를 나갔을 때의 감동은 생각보다 컸다. 기술의 전수보다는, 자신의 겸험담을 공유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더욱 보람됐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현장에서의 열정은 누구 못지 않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실망하며 포기하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담도 하고.. 달라질 수 있다는 동기를 주고 싶었죠. 실제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출소해서 학교도 다시 다니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기뻤죠. 그래서 그런지 제가 갖고 있는 걸 나누는 것, 특히나 자동차 정비와 관련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일은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자문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일터뿐 아니라 전국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 해결을 요청해 온다. 그럼 미안해하면서도 눈치껏 자세히 설명해주는 게 딱 이제껏 소개한 인간 ‘정재성’의 모습이었다. 그런 친절함에 감동한 고객들의 추천으로 회사는 다수의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기술자들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에 대한 열망을 남겼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 수십 년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만, 아직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못 버티고 떠나는 후배들을 자주 봐요. 기술자가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만큼 근무 환경도 좋아질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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