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지원···피해어민 현금배당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4월 이사회 구성 후 본격사업 추진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류피해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 바다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사진은 사고 당시 태안 앞바다 모습.
유출된 기름을 없애기 위해 군인들이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가 검은 재앙으로 뒤덮여 123만 자원봉사 애국자들을 칼바람 부는 참담한 바다로 이끈지 13년이 흘렀다. 그동안 피해어민들은 폐허가 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매서운 바람살을 안고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해사해진 서해안, 이제는 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잰걸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서해안벨트 어민들이 바다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잰걸음은 3500억 삼성보상지원금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삼성중공업 소속 허베이스프리트호가 기름을 유출했고 어민들은 그 보상금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9일 태안군에 위치한 허베이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에 따르면 2018년 11월 삼성 측으로부터 유류피해 보상지원금 3500억 원을 받았다. 그 중 2000여억 원은 직접피해를 본 태안, 당진, 서천, 서산 4개 시·군 4개 조합지부에 기탁되고, 나머지 1500여 원은 전라도를 비롯한 인근 7개 시·군 피해어민들이 맡아 관리한다.

2016년에 설립된 허베이조합은 직접 피해를 본 4개 지부 조합원들로 구성, 협동조합형태로 조직됐으며 나머지 7개 시·군은 재단법인이나 기타의 형태로 보상금을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허베이조합은 4개 시·군에서 채권번호를 받은 어민 4만 2천여 명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그들을 조합원으로 유치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허베이조합이 여타 시·군과 달리 재단형태로 조직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최대한 어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민주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허베이조합은 현재 4만 2천여 명의 조합원 자격자들 중 1만2천여 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지난해 4월부터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조합측은 올해 상반기 중에 나머지 3천여 명의 어민들이 조합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상받지 못한 자’ 자원 규정에 관한 해양수산부 결정고시 안내문이 어민들에게 전달되고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지원금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난하게 투쟁했던 삼성보상지원금이 사고 10년이 훨씬 넘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됐기에 사실상 둔감해진 것이다.

허베이조합은 4년 전 조합을 구성하고 1기 이사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대의원 조직을 구성하지 못해 사업승인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대의원이 선발되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허베이조합 이수형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재의 조합원만으로도 대의원 선발요건이 충족됐다.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은 총 100명으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태안군지부가 51명, 서산시지부 19명, 당진시지부 13명, 서천군지부 17명이다. 그 중 태안군지부에서 선발되지 않은 몇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부는 충족 대의원을 모두 선발했다.

허베이조합은 조만간 대의원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보고 이달 말 경영공시를 한 뒤 5월 즈음이면 보상지원금을 통한 공익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억 원의 보상금은 철저히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금전을 분배하는 일이 아니다. 이 사무처장은 “이 사업을 위해 허베이 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했다”며 “허베이 협동조합은 앞으로 모든 피해어민들의 권익과 행복한 삶의 터를 만들고,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공익적 사업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00여억 원의 보상금은 철저한 승인 절차를 거쳐 사용되며 1년에 10%만 사용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따라서 10년 이상 추진될 공익사업이다.

조합은 오랜 기간 진행될 이 사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인근 기관 및 기업들과의 매칭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유익하고 알찬 사업 아이템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사업 아이템 발굴은 이사회가 구성된 뒤 선발될 운영위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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