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중도층의 분노, 누가 불렀나
[김학용 칼럼] 중도층의 분노, 누가 불렀나
  • 김학용
  • 승인 2020.04.09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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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은 높아야 좋지만 높은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경우는 대체로 좋은 신호가 아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거나 정치가 정말 형편없을 때 투표율이 높아진다. 전자의 경우는 여당에도 유리할 수 있고 후자는 야당이 이기는 선거다. 이런 선거는 어느 한쪽이 대패하기 십상이다. 이번 총선이 그런 선거가 될지 모른다.

얼마 전 발표된 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대로라면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가 4년 전에 비해 10.4%나 높았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도 8.8% 높았다. 이번 선거에는 후보자의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답변도 크게 높아졌다. 4년 전 16%에서 29%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분노의 선거.. 어느 한쪽은 참패

정당이 민주주의의 필수 수단이기는 하나 인물 대신 정당만 보고 뽑겠다는 반응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든 야든 심판을 하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그만큼 크고, 쌍방의 정치적 적대감도 높아져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평소엔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편인 중도층까지 많이 끌어들이면서 이러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 야의 지지자든 중도층이든 “저 당은 정말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5000만 국민들이 다 회초리를 들고 나설 수 있지만 모두가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 이런 선거에서 매운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중도층이다. 정치 관련 선거는 기본적으로 3-3-3의 분할 구도에서 치러진다. 진보 3, 중도 3, 보수 3(혹은 여 3, 야 3, 중도 3)의 구도에서 중도층이 어느 쪽을 밀어주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 선거에선 중도층이 재판장이다.

중도층은 어느 쪽에 회초리를 들 것인가? 무능하고 고집만 센 대통령과 여당인가, 아니면 대통령은 잘하는데 사사건건 대통령 발목을 잡아 나라를 어렵게 하는 야당인가? 여와 야는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게 일상이다. 웬만해선 잘 나서지 않는 중도층이 나선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손을 분명하게 들어주겠다는 뜻이다. 양쪽 다 50점씩 페널티를 주는 식이라면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여야 어느 한쪽은 참패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참패하면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고, 여당이 참패하면 정권에 대한 경고가 된다. 야당 심판론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여당 입장에선 누워서 침 뱉는 말이다. 야당 때문에 일을 못했다면 야당도 문제지만 여당이 더 무능한 것이다. 야당 심판론은 여당의 무능을 고백하는 말이다. 대통령 임기 중반의 총선은 정권심판 선거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야당은 무능해서 한 일이 없다. 죄라면 그게 가장 큰 죄다.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 한다면서 경제를 망칠 때도 대책 없이 바라만 봤고, 결국 ‘조국 사태’로까지 번지게 된, 부적격 장관 임명도 막지 못했으며, 권력의 호위무사 노릇이나 할 게 뻔한 공수처법 제정과 국민들의 70% 가까이가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막지 못했다. 무능한 약자는 격려나 동정의 대상은 될지언정 국민적 심판의 대상은 못 된다. 

‘잘난 1등 더 밀어주기냐’ vs ‘못난 1등 혼내주기냐’

잘했든 못했든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 지지자가 보면 정부 여당이 잘한 일도 많겠고 야당 지지자가 보면 잘못한 일만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소용없다. 중도층의 평가가 중요하다. 선거는 그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결론이 난다. 중도층의 평가가 어떠할지는 모른다 해도, 여야 어느 쪽에서 중도층을 선거에 끌어들이고 있는지를 가늠해보면 그들의 선택을 예측해볼 수 있다. 적어도 ‘못난 2등(야당) 혼내주기’는 아닐 테고, ‘잘하는 1등(여당) 더 밀어주기’ 아니면 ‘못난 1등 혼내주기’ 둘 중 하나가 확실하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을 보면 중도층의 관심 이유가 어느 쪽일지는 알만하다. 조국 사건으로도 부족해서 그 죄를 덮으려고 나라까지 둘로 쪼개는 정부를 어떻게 이해하겠나? 그러고도 조국이 뭐가 문제냐며 선거판까지 조국을 가져왔다. 검찰 수사를 받는 대통령 측근은 가만두지 않겠다며 도리어 검찰을 협박한다. 누가 도둑이고 누가 경찰인지,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가 헷갈릴 지경이다. 국가의 기본이 흔들리고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나라가 뒤집혀 돌아가면서 국민들은 자신들이 뒤집힌 것처럼 어지럽다. 

누군가는 여러분이 아니라 정치가 뒤집혔다고 제대로 얘기해줘야 한다. 지식인의 몫이다. 어용 지식인은 할 수 없는, 진정한 지식인이어야 한다. 진보적 정권에선 진보 지식인이, 보수적 정권에선 보수 지식인이 오히려 권력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강준만 진중권 씨 등 일부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진보 문재인 정권을 향해 ‘정말 이건 아니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시민단체나 법조계 진보 인사 중에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중도층에게 더 잘 들릴 수 있다. 중도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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