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코로나19 시대, 바꿔야 할 음식문화

‘사스’(중중급성호흡기중후군)라는 신종 감염병이 2002년 겨울 중국 광둥 지방에서 처음 발생하여 30여개 나라로 번지면서 인류를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감염 확진자나 사망자 수가 요즘의 코로나19보다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훨씬 적었지만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형태의 감염병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두려움을 주었다.

그 때도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모임을 갖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피치 못할 식사자리가 있었다. 술 한 잔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건배사에 이어 술잔이 돌아야 친근감이 돋고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믿음은 몇 사람의 꺼림칙한 표정을 덮어 버렸다. 이때 한 사람이 나섰다.

그는 종업원에게, 술잔을 사람 수 만큼에다 여벌로 한 개를 더 달라고 주문했다. 자기 앞에 있는 잔으로 마시고 나서 술잔을 돌리려면 여벌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고 싶은 사람에게 그 잔을 주라는 것이었다. 일종의 ‘공용 술잔’인 셈이었다. 공용 술잔으로 술을 받은 사람은 받은 술을 자기 잔에 따르고 다시 공용술잔에 술을 따라 반배하는 식이었다. 그러니 누구의 입에도 닿지 않은 술잔이 오갈 수 있었다.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까지 해야 할까 하면서도 떠름한 술잔돌리기는 하지 않고도 나름 분위기는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후 사스가 잦아들자 ‘불편한데다 술잔을 주고받는 맛’이 없다는 이유에서인지 널리 퍼지지 않았고 이어지지도 않았다. 한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돌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차제에 새로운 음주문화로 정착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큰 일이 생기면 사람들의 생활에 변화가 있게 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찾는다. 코로나19사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얻어야 할 것이 있으면 찾아서 바꾸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요즘 일반 사람들에게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과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손씻기가 생활화되고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혼밥, 혼술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정착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외식문화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먹던 수저로 휘젖는 습관 고쳐보자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이참에 함께 고쳐야 할 행태가 있다. 전통사회에서 끈끈한 정으로 여기는 한 뚝배기, 한 냄비모듬 찌개를 자기가 먹던 수저로 휘젓고 반찬을 젓가락으로는 들썩거리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모임 할 때 어느 사람은 찌개를 뜰 때마다 자기 입에 넣었던 수저로 찌개를 꼭 몇 번씩 휘저은 다음 떠먹는다. 반찬을 집을 때도 닭이 모이를 헤치듯 젓가락으로 뒤집고 들었다 놓았다를 되풀이 한 다음 집어 먹는다. 알 만한 사람이 매번 그러는 것으로 보아 자기의 그릇된 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아예 습관이 되었는가 싶다.

어쩌다 그 사람 가까이 앉게 될 때는 예민해진다. 무어라 말하거나 낯빛을 달리할 수도 없으니 결국 그 날은 찌개 먹는 것은 포기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유난 떤다’고 해야 하는지 분간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단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 기대어 앞으로는 앞 접시를 쓰고 국자를 사용하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음식점에서는 손님이 찾지 않더라도 국자와 앞 접시를 주도록 해야 한다.

겸하여 술잔 돌리기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술잔 주고받는 것을 한국 고유의 전통이고 정이나 친근감의 척도요 나눔의 미덕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주량이 있고 몸 상태가 다른데 억지로 강요하는 문화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19는 감염병의 무서움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얻은 청결과 위생관념의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여 생활화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침을 통해서 전파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것을 깨우치고 바꾸지 못한다면 언제나 이런 무서운 질병 앞에 전전긍긍하고 말 것이다. 이제 비위생적인 습관은 바뀌어 한다. 찌개 휘젓지 않기, 반찬 헤집지 않기, 술잔 안 돌리기는 바른 음식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19로 얻은 엄중한 교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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