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매화(梅花)
<구례 화엄사의 홍매, 2017>

1. 그 향에...
매신(梅信)이 오면 그윽한 웃음이 절로 난다.
님인 봄이 온 것이다.
그러기에 털고 바로 달려간다. 향을 향하여...
이 계절엔 매화와 어울릴 줄 알아야 다. 

매화나무는 사군자 중 하나로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활엽수이다.
남쪽의 양산, 하동, 광양이 매화로 유명하다. 
매화나무 열매가 매실이고, 꽃은 향기 나는 매화다.
이른 봄, 추위를 뚫고 먼저 꽃을 피워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매화는 음기(陰氣)가 끝나고 양기(陽氣)가 모일 때 피는 꽃이다. 
산청의 450살 남명매(南冥梅)와 퇴계의 도산매(陶山梅)는 철학이다.
두 부인과 사별한 퇴계는 매화를 매군(梅君), 매형(梅兄), 매선(梅仙)이라 했다. 
퇴계는 매화를 혹독하게 사랑, 혹호(酷好)했다. 
지금은 도산매의 후손들이 자라고 있다. 
퇴계는 매화를 음양(陰陽), 오행(五行)의 천심(天心)을 알고 있는 꽃이라 했다. 
매화는 태극(太極), 이(理)와 성(性), 마음(心)과 도(道)의 상징이었다. ​
성리학자들은 매화를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는 꽃으로 믿었다. 
퇴계의 유언은 ‘저 매분(梅盆)에 물을 주어라’였다.

퇴계보다 한 세대 위인 김시습(金時習)의 호는 매월당(梅月堂)이다.
그는 5살 때 세종에게서 오세(五歲)라는 이름과 비단을 받을 정도로 천재다.
생육신이 이었고, 사실 그의 호는 사후에 붙여진 것이다.
불가에 귀의했던 율곡은 긍정, 동인인 퇴계는 부정적으로 매월당을 평가했다. ​
23살의 율곡이 안동으로 58세의 퇴계를 찾아뵌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임금님의 Dung도 매화라 한다.
나도 비싼 분매를 키웠는데 여름철 에어컨 실외기에 그만 타버렸다.
매는 붉은 홍매(紅梅), 흰 백매(白梅) 그리고 겨울 설중매가 있다. 
난 설중매 과실주에 숙성 도미회면 밤을 샌다. 


2. 대표 선수들
하나, 절제된 선비를 닮은 딱 그런 매화나무가 율곡매(栗谷梅)다.
오죽헌 몽룡실(夢龍室) 뒤쪽 모서리에 있으며 매실이 큰 연분홍인 홍매다. 
3월 20일을 전후하여 은은한 매향이 퍼진다.
신사임당의 맏딸이며 매화도를 남긴 이는 매창(梅窓)이다.

둘, 세상 풍파에 찢기고도 남겨진 민초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입이 꽉 다물어지게 하는 힘을 가진 매화나무로 구례 화엄사 길상암 앞 대나무 숲 속에 있다. 이 화엄매는 꽃은 작으나 향기가 강해서 들매화다. 많은 사람들은 각황전 앞 홍매화만 찾고 사진 찍는다. 

셋, 뼈를 깎는 고통으로 진리를 탐구한 흔적, 그리고 외로운 삶이지만 뻗어가는 용기를 가진 매화나무는 고불(古佛, 부처 본래의 면목)을 닮아 백양사의 고불매가 되었다. 진분홍 꽃을 피는 홍매로 4월 초까지 은은한 향으로 경내를 채운다.

넷, 의젓하고, 딱 벌어진 호남(好男)의 매화나무는 순천 선암사 선암매다.
선암사의 원통전 담장 뒤에서 자라는 토종 매화나무로 매화가 유난히 붉고 향이 짙기로 제일이다.

 집안에 분매(盆梅)를 키우든, 화단에 정매(庭梅)를 심 든, 자연의 지매(地梅), 야매(野梅)를 찾아다니든 탐매(探梅)하라. 
봄이니깐.
그리고 살아가면서 매향이 되어 보자.
심연에서부터, 진득하게.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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