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면박, 지위남용, 사적지시 등 피해사례 다수
공사, 해당 간부 직위해제 후 진상조사 중
가해자 “정당한 업무지시, 억울하다” 주장

대전도시철도공사 내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진상규명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해야 할 감사책임자가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처벌이 이뤄지겠느냐는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일 대전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와 공사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안전감사실 책임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 특별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최초 피해사례 접수 이후 지난달 9일부터 특별조사팀이 꾸려졌으며, A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직원이 다수 피해사례를 접수한 상태다.

피해를 호소한 직원들은 A씨로부터 반복적으로 모욕적 언행과 부당한 업무배제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지속적인 압박과 질책으로 질병이 악화되는 등 피해를 입었거나, A씨의 협박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결국 퇴사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신입사원도 있었다.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병가를 낸 직원도 나왔다.

<디트뉴스>에 피해사실을 호소한 공사 직원 B씨는 “모든 팀원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사소한 사항으로 수차례 망신을 줬다”며 “출근하는 것이 죽을 것 같이 싫었고, A씨가 부를 때마다 과도한 심적 부담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위를 남용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업무지시가 잇따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원 소통문화행사에서 커피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면박을 주거나 ‘적당하게 일하는 사람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출력해 팀원들에게 나눠주라고 지시했다는 피해진술도 나왔다.

비타민 음료를 사오라는 등 개인적 심부름을 시키거나 자신과 같은 대학을 나온 직원 명단을 작성해 가져오도록 지시했다는 피해사례도 있다.

또 A씨가 야식비 지출 식당을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바꾸도록 요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공사 퇴사자인 C씨는 “A씨가 공적 지위를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는 일에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며 “어렵게 얻은 직장에 환멸감을 느끼고 회사에 가는 일이 괴로워 퇴사했다”고 말했다.

공사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갑질행위 근절과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조합원은 “직장 내 갑질을 방지해야 할 부서 책임자가 갑질 가해자인 사건이라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갑질 근절을 위해 추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며 “피해자가 안심하고 제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공사 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용기를 내고 신고할 수 있도록 독려 중”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피해 직원들이 안전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는 지난달 20일 A씨를 직위해제하고, 추가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 중이기에 피해 사례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피해 접수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조사를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A씨는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업무 특성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깐깐하게 일을 챙겼다. 또한 최근 도시철도역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재난상황에서 책임자로서 바쁜 상황이었다”며 “일을 잘하기 위한 정당한 업무 지시였는데, 직원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A씨는 “엄중한 시기에 공기업 직원으로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입장도 밝혔다.

한편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직장인 73.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조사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한 사회현안으로 대두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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