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 관평천에서 평소 농도보다 60배나 높은 방사성 물질 세슘-137이 검출됐다. 최근 3년간 검출된 평균 농도는 0.432bq/kg였는데 작년 말에는 25.5bq.kg이 나왔다. 원자력연구원 내 일부 구역 토양에선 138Bq까지 나왔다. 세슘은 핵실험 때 나오는 것으로, 북한이 정말 핵폭탄 실험을 했는지를 확인할 때 공중 포집을 시도하는 방사능 물질이기도 하다.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어서 주민들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세슘 농도 갑짝스런 증가 원인이 원자력연구원 내부의 폐기물 자연증발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데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폐기물 자연증발시설은 본래 외부로 누출될 수 없게 설계돼 있으나, 실제로는 외부의 지하배수관으로 연결돼 있었다. 폐쇄형 시설인 데도 고의로 외부 배출을 시켜 왔다는 얘기다.

원자력안전연구원은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운영해 왔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지난 30년 간 매년 400리터씩 모두 1만 5000리터를 배출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연구원 측은 이런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밝히고 있다. 도면에는 없는 배출 시설을 누가 어떻게 시공하고 운영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퇴직해서 잘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안전수칙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기관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검출 분량이 미미하다고 밝히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모두 외부로 방출됐다고 해도 일반인이 한 해 동안 받는 방사선 피폭량의 300만 분의 1에서 3700만 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 핵무기 실험 때 나오는 세슘이 우리 주변에서 검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원자력 문제의 경우 일반인은 실질적 위험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 공개만으로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원자력 안전사고 줄이려면 주민 소통 늘려야

방사능 안전의 가장 큰 책임은 원자력안전연구원에 있다. 연구원은 이번 사고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와 결과 발표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폐기물 배출 시설이 애초의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30년이나 운영해왔다는 사실은 귀를 의심케 한다. 그 이유를 철저하게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게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우선적인 방법이다. 

원자력 안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주민과의 소통이 꼽히고 있다. 해당 기관이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야 사고의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자력의 나라’프랑스는 시민단체가 직접 안전점검을 한다고 한다. 시민단체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수준이 못되지만 주민과의 소통은 늘릴 필요가 있다. 늘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

대덕특구 내에 소재한 원자력연구원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근 주민들은 물론 150만 대전시민들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원자력연구원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뉴스가 나오면 큰 사고인가 하고 걱정하면서도 이렇다 할 해명을 듣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주민 소통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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