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진가 발휘할 (右)김민우, 재능 꽃 피울 (左)김범수

김민우(왼쪽)와 김범수(오른쪽).
김민우(왼쪽)와 김범수(오른쪽).

2020시즌을 준비하는 구단과 선수들은 과연 언제 시즌이 개막될 수 있을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이사회를 통해 4월 중 개막으로 시즌 개막을 연기한 상태이다.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코로나 19”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개막 2주 전에는 공표해야만 개막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데 모든 구단이 동의했다. 다만, 4월 중 개막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전체 일정을 다시 짜야 하는 어려움 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까지도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 관계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생각을 하고 각 구단에서는 개막을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이 개막전을 준비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없도록 잘 관리하고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팬들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빠른 시즌 개막을 위해서 각 기관에서 요구하는 것들의 메뉴얼을 잘 숙지해서 모두가 시즌 개막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화이글스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잘 마무리하고 귀국을 했다. “코로나 19” 정국에서 국내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고 많은 선수들의 노력으로 팀 전력이 상승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8년 한화이글스는 바로 투수진 특히 불펜진의 힘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펜진의 역량이 좋았다. 하지만 LG로 이적한 송은범과 안영명의 베테랑 그리고 이태양과 장민재로 이어지는 경력 있는 선수들이 중심을 이뤘고 박상원 정도만이 젊은 선수로 힘을 보탰다. 토종 선발진의 발견도 부족했지만 젊은 불펜진 또한 흔하지 않았다. 

사실 한화이글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 이후 투수진에서 1군 주전급으로 성장한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3년 정도를 기준으로 보면, 장민재, 이태양, 박상원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다른 구단에 비하면 질적으로 양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장민재도 특별한 보직 없이 꾸준하게 1군에 머물지 못했고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이태양도 부상과 기복으로 꾸준한 활약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박상원은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는 투수에 불과하다.

현재 한화이글스 투수진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2010년대 초 중반에 입단한 선수들이 선발이든 불펜이든 3-4명 정도는 주전급이 아닌 1군 붙박이 주전으로 성장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어야 했다. 후보군은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투수가 오늘 소개할 두 선수이다. 아쉽지만 아직도 기대를 걸어야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2015년 입단 동기 “김민우와 김범수”다. 

부상을 떨쳐내고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김민우

김민우는 2015년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 프로필을 보면 189cm/105kg의 신체 조건만 보더라도 대형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춘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이런 하드웨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에 달하는 직구와 낙차가 큰 커브는 당장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의 유망한 투수였다.

각 구단들은 지명을 받고 입단이 예정된 신인 선수들을 홈 팬들 앞에서 소개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필자는 그 당시 중계 방송 중 팬 인사를 위해 구장을 방문한 김민우와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김민우 선수가 그때 인터뷰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완 류현진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혀달라”는 필자의 질문에 김민우는 “류현진 선배처럼 한화이글스를 이끄는 투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기억한다.

김민우는 당당했다. 그만큼 신체 조건 뿐 아니라 투수로서 성장 가능한 충분한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도 “우완 류현진”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굉장히 컸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물론 아직도 그 믿음은 굳건하다.

김민우는 2015년 김성근 체제에서 나름 기회를 받아 1군 무대에 36경기 출전하며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등판 일정과 보직 변경 그리고 특투 등의 다양한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부상까지 당하게 된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나고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8년 김민우는 다시 1군 무대에서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2015년 좋았던 모습을 찾지 못하고 굉장한 기복을 보이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기회를 놓치고 만다.

2019년에도 선발 투수로서의 기회를 잡은 김민우지만 역시나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구속이 살아나지 않았다면 2019년에는 제구가 잡히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2년간 김민우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경험과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절치부심하며 2020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우. 한용덕 감독은 아직도 김민우를 선발 투수 후보군에 포함 시켜 지켜보고 있다. 이제 프로 6년 차에 접어드는 김민우. 아마추어 때 보여줬던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김민우가 선발의 한 축을 맡아준다면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김민우의 선전을 기대한다.

자신의 재능을 꽃 피울 시기가 된 김범수

“150km를 던지는 좌완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는 야구계 격언이 있다. 바로 김범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범수는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한화이글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좌완 투수이다. 완성도는 높지 않았지만 150km를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이기에 한화이글스는 김범수를 1차 지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범수는 빠른 공에 비해 제구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전력감보다는 성장이 필요한 선수였다. 김민우가 우완 유망주라면 김범수는 좌완 유망주였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도 김범수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는 김성근 감독 눈에 차지 않았고 김범수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2018년 한용덕 감독이 부임하고 송진우 투수코치가 돌아오면서 김범수는 다시 담금질과 함께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김범수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코치는 김범수를 팀의 중심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도했다. 그 결과 김범수는 2018시즌에 55경기에 출전하며 4승 4패 7홀드를 기록했다. 입단 4년 만에 가장 좋은 결과물을 받아든 것이다.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믿으며 선발 투수 수업도 받았던 김범수는 2019시즌에 선발로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된 이후에는 빠른 공을 주무기로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복이었다. 커리어 최다승인 5승을 거두고 103이닝을 소화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아홉 개의 패배를 기록해야 했다. 소위 긁히는 날에 김범수의 빠른 공은 낮게 제구가 되는 무시무시한 공이 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는 날에는 많은 타자들이 손쉽게 출루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직 김범수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범수의 제구가 잡히고 변화구의 구종이 하나 정도 더 완벽하게 습득이 된다면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와야된다는 좌완 150km 선수”의 가치를 입증하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김범수의 매력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2020시즌에 김범수는 불펜에서 시작할 전망이다. 하지만 언제든 선발로 전환이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알기에 김범수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2020시즌 도약을 위해서는 많은 변수가 있고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다방면에서 필요하겠지만 입단 6년 차가 되는 김민우, 김범수가 구단과 팬들이 기대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정말 강해질 것이다. 

아직 기약이 없는 2020시즌 개막을 위해 많은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단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라운드에서 많은 팬들의 함성을 들으면 경기할 날을 기다리며 부상 없이 훈련을 소화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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