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한 번 째 이야기] 국면전환용 포석(布石)을 놓다

지난 달 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빨간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지난 달 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빨간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수, 국면 전환을 꾀하는 그 한수를 바둑에서는 묘수, 꼼수라 부른다. 묘수가 빛나는 바둑이란, 그동안 불리한 바둑이었다는 반증이다.” 한때 유명세를 탔던 드라마 <미생>의 대사 중 일부다.

꼼수와 꼼수가 부딪쳤다. 통합당은 한달 전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게임의 룰(rule)’인 공직선거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한데 따른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소위 ‘4+1협의체’에 공수처법도, 선거제개편안도 힘 한번 못 써보고 밀린 통합당이었다.

그야말로 판이 안 좋았다. 따라서 미래한국당은 범여권의 다수결 논리에 벼랑 끝까지 몰린 통합당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승부수였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놓은 수가 ‘신의 한 수’가 될 줄 꿈에라도 상상했을까.

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신청자가 500명을 넘고, 비례의석수 독식이 예상되자 민주당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비례정당은 꼼수”라고 통합당을 비판했던 민주당도 결국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어제(12일)부터 만 하루 동안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전 당원 투표를 진행했다. 답은 이미 정해놓고 말이다.

민주당은 소수정당이 약진할 기회를 마련해 선거제 개편안 취지를 살린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통합당의 ‘보복 탄핵’을 저지한다는 걸 비례연합정당 참여 명분으로 삼고 있다.

또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이 의석을 도둑질 하려고 만들었지만, 비례연합정당은 진보진영 시민단체가 주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쉽게 말하면 비례연합정당은 ‘나쁜 정당’을 막을 ‘착한 정당’이라는 논리다. 이에 질세라 통합당도 ‘자가당착’, ‘내로남불’로 맞불을 놓고 있다.

꼼수는 때로 정수(正手)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 정당의 국면전환용 포석(布石)을 '선거개혁'이라고 받아들일 국민이 있을까. ‘기득권의 재연장’을 위한 반칙과 변칙이 정수가 된다면, 어쩌면 ‘공정사회’란 먼 나라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고 했던 법정 스님 말씀처럼 민주당은 민주당답게, 통합당은 통합당답게 선거를 치를 순 없을까.

내가 얻지 못하면 남도 가져선 안 된다는 셈법은 악수(惡手), 자충수, 무리수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국민들이 투표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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