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의제 전국 떠들썩한데, 충청만 무풍지대

왼쪽부터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상황과 국회의원 총선거가 맞물려 기본소득 논란이 일고 있다. ‘한시적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담론지형에 파장을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인해 총선 의제가 실종된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과거 무상급식 논란과 같은 대형의제로 몸집을 키워가는 중이다. 과거 진보진영에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했었다. ‘인기영합 정책’이라는 비판론과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시기상조론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비상상황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일조했다. 시기적으로는 총선과 맞물려 일정한 프레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은 이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총선 후보의 생각을 궁금하게 여기게 됐고, 후보들 또한 이 질문을 피해가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이미 많은 정치인들이 전면에서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파격적인 제안을 꺼내놨고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호응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기본소득제에 반대하면서 감세로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자체적으로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긴급 추경 543억 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추경안이 통과되면 ‘전국 최초 재난기본소득제 도입’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전과 충남, 세종 등 충청권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더뎌도 한참 더딘 모습이다. 지역 주민입장에서 허태정 대전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춘희 세종시장이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20명 가까운 지역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전주시처럼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의지가 있는지, 그만한 재원은 있는지, 혹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도 도입을 촉구할 생각은 없는지, 반대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경우 재난기본소득제가 가지는 정책효과를 대체할 만한 다른 수단은 무엇인지, 지역의 정치리더들이 마땅히 답해야 할 질문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하나 담론지형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거나,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충청권은 기본소득제 논란과는 무관한 무풍지대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유는 의제능력의 부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안희정 미투 파문 이후 충청 정치권에서 ‘대망론’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큰 인물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하고 “그 때문에 지역이 소외받고 있다”는 일종의 피해의식까지 생겨났다. 스스로 잠룡을 자처하는 한물 간 정치인이 더러 있지만,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이치를 그들 스스로만 모르거나 부인할 뿐이다.    

왜 일까. 이처럼 미약한 정치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 의제능력의 부재가 큰 원인 중 하나다. 전국적 의제의 중심에 서려는 인물이 없다.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다른 정치인이 만들어 놓은 의제에 숟가락 얹기만 할 뿐 전면에 서는 경우를 도통 찾아 볼 수가 없다. 

박원순, 이재명, 김경수는 서울과 경기, 경남을 뛰어넘어 국가정책과 의제를 이야기하는데, 충청권에는 왜 그런 인물이 없나. 고위공직자 임명과 국책사업 배분에서 지역이 소외됐다는 ‘홀대론’을 키워 반사이득만 챙기려는 정치인만 수두룩할 뿐이다.

충청의 정치인들은 입버릇처럼 ‘야당 탓, 여당 탓’ 또는 ‘소외론, 홀대론’만 떠들 것이 아니라 의제의 중심에 서려는 노력부터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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