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올해 88세인 친정아버지의 폐암 진단을 받고 가족 모두가 모였다. 조직 검사를 실시했는데, 출혈이 심해서 결국 조직 검사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 의사가 다시 조직 검사를 권유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치료를 하겠다는 목적이 있다면 조직검사를 하자는 거였다. 다시 조직 검사할 때는 위험부담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또 출혈이 있으면 개복수술해서 조직 검사를 실시해야 한단다. 조직 검사 때 출혈이 심할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으니 가족들과 모여서 상의하라고 한다.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조직 검사를 할 이유가 없다 라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남은 시간을 6개월에서 일 년을 말했다. 가족들의 의견보다 아버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아버지의 신념은 확고했다. 치료를 원치 않으신다. 세상에 원이 없다고 하신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무엇이 가장 하고 싶으냐고. 가족들 손잡고 다니는 거란다. 그게 뭐라고.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작고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졌다. 아버지는 9형제의 장남이고, 어머니는 6형제의 큰 딸이다. 가난한 살림에 혹독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파란만장한 삶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의 숨소리가 힘들게 들린다. 잦은 기침과 객혈도 시작한 듯한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의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암은 치료하는 게 아니라는 주관적인 생각은 오래전부터다. 항암치료를 받고 고통스런 사람도 보았고, 항암치료 중에 사망하는 사람도 보았다. 암 수술을 하나 안하나 사는 날은 비슷한데, 수술 받은 사람들은 더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 사례들도 많다. 우리 몸에는 필요한 균들이 있다. 항암치료는 필요한 균들까지도 죽게 한다. 더 면역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암치료는 그만큼 독하다. 일종의 독약을 몸에 붓는 것과 같다.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파괴한다. 그래서 기운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운을 차리기 위해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입맛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현재 체중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 된다. 체중이 떨어지면 항암치료제도 잘 듣지 않는다. 결국 암 환자들은 고기를 못 먹어서도 아니고 영양보충을 못해서도 아니다. 치료를 견뎌내지 못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암의 전이속도가 빨라서 70대보다 더 빨리 죽음에 이른다. 전이속도는 나이와 반비례한다. 어쩌면 암보다도 혈관성 질환을 더 조심해야 한다.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 동맥경화증으로 쓰러지면 몸의 어느 부위에 따라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재활치료 받으면서 평생을 장애처럼 살아간다. 또는 치매일 경우에는 투병 시간도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풍과 치매가 오는 것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인 것이 들러붙어 있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진다. 그것이 몸 안에 돌다가 뇌의 모세혈관에 들러붙으면 중풍과 치매가 온다. 간에 끼면 지방간과 간암이 되고, 체장에 기름기가 차면 당뇨병이 생긴다. 결국 혈관벽에 기름이 찬 거다. 음식에 기름이 많은 것은 삼겹살이다. 기름기를 많이 먹으면 내장에 기름이 차게 되어 있다. 그것이 내장지방이 된다. 피하는 방법은 동물성 기름 섭취를 피하는 것과 흰 쌀밥만을 먹는 것도 좋다. 고기를 먹는다면 개고기나 오리고기가 좋고, 밥은 보리밥이나 잡곡밥이 좋다. 암은 치료가 아닌 예방이 되어야 한다.

암 진단을 받는다면 남은 삶을 어떻게 준비할까? 암에 걸린 것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암을 더 악화시킨다.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인생이 자신을 더 옭아매는지도 모른다.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건강한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겸손이 있다. 이것은 모든 병의 최악이나 말기일 경우에는 모두 해당되는 마음가짐이다. 겸손이란 자포자기가 아닌 진정한 내려놓음이다. 진정한 내려놓음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와 같은 마음이다. 현재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감사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병을 완전히 치유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게 해 준다.

만약, 나에게 주어진 삶이 일 년밖에 없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일 년이 아닌 일주일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할 뿐이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일정이나 계획은 없지만, 치우치는 삶이 아닌 균형이 깨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더 쉽게 말하면 감정에 사로잡힌 삶만 아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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