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겸손치 못한 집권세력, 등골 오싹한가?
[칼럼]겸손치 못한 집권세력, 등골 오싹한가?
  • 강연환 정치평론가
  • 승인 2020.03.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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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자료사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자료사진.

2018년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이었다. 그런데 지방선거 압승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두려움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아마도 국민들이 대선에 이어 새 정부에 표를 압도적으로 주었으니 이젠 국정수행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국민을 제대로 섬기라는 엄중한 명령으로 대통령은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과거정권 핑계대지 말고 온전히 스스로의 능력으로 무한책임을 다하라는 천심의 무게를 느꼈을 것이다. 나는 대통령에게 다가온 등골의 오싹함, 그 무게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사는 대전지역의 민주당 박범계 의원 역시 그해 7월 어느 언론인터뷰에서 “등골이 오싹하다”는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진짜 집권세력이 된 민주당은 먹고 살게 해달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이뤄내야 하는, 과거에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내야 한다”고 역설한 적이 있다. 

박 의원은 “'전쟁없는 한반도’를 이뤄낸 공적은 알고 있지만 지금 국민은 '무엇을 갖고 먹고살게 해줄 것인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는 국민을 먹고 살게 할 역사적 책임을 말하며 대통령이 지닌 등골의 오싹함, 그 것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성질인지를 정확히 짚었다.

이제 거의 2년이 돼간다. 대통령과 박 의원은 지금도 등골이 오싹할까? 집권세력은 지금 오싹해지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소위 ‘가오’가 있기에 애써 표현하진 않지만, 아마도 등골이 오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2년 전 말한 국민의 명령, 그 천심의 무게나 국민을 먹고 살게 해야 한다는 역사적 책임의 무게와는 조금 결이 다를 듯 하다면 그것은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2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많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전쟁 없는 한반도에 대한 명분으로 남북관계개선과 평화경제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미국 대통령은 제 나라 선거에 바쁜 상황에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참다못해 수시로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을 반복하며 남녘 동포를 위협한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놓게 한다는 검찰개혁의 명분은 상식과 원칙에 반하는 조국 법무장관의 임명으로 국민을 고스란히 두 편으로 나눠났고, 뒤이은 추미애 장관은 더 큰 권력의 힘을 빌어 기소지연에, 인사파동에, 공소장 비공개에 국민 반쪽의 화를 돋우어 놨다.

처음 그저 중국에서 날라 온 단순한 바이러스겠지 했던 코로나19는 갑작스런 마귀로 변해 대구경북의 점령과 함께 어느덧 전국 전역이 비상이다. ‘방역이 우선이냐 중국이 우선이냐’, ‘신천지를 잡아넣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7천여 명의 확신자와 60명의 사망자 속에 점차 과거의 문제가 되어가는 상황에 이젠 마스크파동이 국민의 애간장을 끓게 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코로나19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에 동력이 꺾인 자영업을 비롯한 민생경제에 이젠 생계의 문제까지 파고들었다. ‘기본소득 100만원이네 60만원이네’와 ‘또 다른 선거용 현금살포네’, 포퓰리즘 논쟁이 불붙는다.

30여일 후면 선거다. 이제야 말은 못하고 오싹함의 바이러스가 집권여당에 퍼지는 듯하다. 그렇게 당당하게 도덕군자마냥 처신했던 이들 역시 결국 표 앞에선 장사가 못되는 듯하다.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 대통령을 탄핵하게 되면 안 된다’는 논리로 그렇게 꼼수라 비난했던 위성정당을 집권여당도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두 달여 동안 야당을 비난하며 지키려던 대의와 명분도, 그렇게 숭상하려 했던 국민의 뜻도 표 앞엔 모두 다 뒷전이다. 등골의 오싹함이 이제야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겸손하지 못했다. 당초의 마음으로 등골이 더욱 오싹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오만과 아집이 이어졌다. 그저 자기세력 지키기에 자기사상 관철에만 몰두했다. 점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켜보니 아니다 싶었다. 표가 보이고서야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겸손의 결핍이다. 겸손은 더 생산적인 정치를 만든다. 그것이 사라지면 우리사회는 갈가리 찢기고 말 것이다” 2018년 타개한 미국의 메케인 상원의원의 말이다. 
정치가 겸손했으면, 좀 더 겸손하게 등골이 오싹했으면 집권정당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 또한 지금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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