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 번째 이야기] ‘신뢰를 신뢰하고, 불신을 불신하라’

미래통합당 소속 충남 천안시의원과 당원들이 지난 4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을 국회의원 후보자 추가공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미래통합당 소속 충남 천안시의원과 당원들이 지난 4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을 국회의원 후보자 추가공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 공천방식과 결과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단수공천’과 ‘전략공천’이 이루어진 곳에서 유독 반발이 심하다. 여야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은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경선의 기회마저 박탈한 중앙당의 ‘하향식 공천’은 탈락한 후보들과 지지자들에게 납득하기 힘든 통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꿋꿋이 당을 지키고 당원들과 생사고락을 해온 인사들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꼈을 법하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통해 시스템 공천‧상향식 공천‧인적쇄신을 주창하며 ‘정치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천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지금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진 건 없어 보인다.

충청권만 봐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3명이나 출마한 대전 대덕구를 경선이 아닌, 전략지역으로 삼으려 했다. 기존 예비후보들은 반발했고, 지역 현역 의원들까지 나서자 중앙당은 어쩔 수 없었는지 경선지역으로 돌렸다. 이곳에서는 중앙당이 인재로 영입한 전직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의 전략공천 설(說)이 무성했다.

충남 천안갑과 천안병도 상황은 비슷하다. 두 곳 모두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략지역으로 분류했다 당내 반발과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경선지역으로 바꿨다. 여기서도 영입인재의 전략공천설이 돌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멋대로 공천’과 ‘기득권 정치’의 부작용

미래통합당도 대전 서구을과 유성갑, 충남 천안갑과 천안을에서 경선과 단수공천, 추가공모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이나 통합당이나 무엇을 근거로 경선주자를 정했고, 공천방식을 변경했으며, 어떤 결격사유로 컷오프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결과만 있을 뿐, 과정은 ‘묻지마’식이다.

시험을 볼 자격도 주지 않고, 시험을 봤어도 어디서 틀렸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겠나.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공천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하고 있다.

특정 권력세력이 정치적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듣도 보도 못한 인사를 천거하거나, 기준과 원칙도 없이 후보들을 잘라낸다면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적쇄신은 어떤가. 대전의 현역의원은 전부 살아남았다. 충남 역시 불출마를 선언한 2명을 빼곤 현역 의원들이 공천권을 챙기는 분위기다. 호언했던 ‘물갈이’는 없었고, 기득권의 힘은 보란 듯이 건재했다.

공정한 경쟁은 무시한 채 밀실에서 꼼수공천이나 하려는 정당을 믿어줄 국민은 없다. 정치의 기본은 ‘신뢰’라고 하지 않던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 ‘신뢰를 신뢰하고, 불신을 불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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