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기록까지 포함하면 335쪽 규모, 33번 공판 증인만 100명
재판부, 임씨 측 주장 배제 유죄 판결..검찰 및 임씨 쌍방항소

법원이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MBG 회장 임동표씨에 대해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임씨가 지난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는 모습.  

천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MBG 회장 임동표씨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된 가운데 재판부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임씨의 혐의를 어떤 증거를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을까.

이번 사건의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7일 공소장이 접수된 뒤부터 올해 2월 19일 판결 선고까지 준비기일을 포함해 총 33차례 공판을 진행했다. 때로는 일주일에 두차례씩 심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과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집중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 1년 동안 33차례 공판 증인 100명 법정 진술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는 100명에 가까운 증인들을 소환해 검찰 및 임씨 등의 주장을 직접 들었다.

그 결과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반면, 임씨 측의 주장은 배제하면서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징역 18년을 구형하면서 사건을 무겁게 본 것이 그대로 재판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29쪽(범죄일람표까지 포함하면 335쪽)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재판부가 왜 유죄로 판단했는지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우선 검찰은 임씨를 3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가 그것이다. 검찰은 3가지 혐의 중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의 경우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로 인한 범행과 미신고 증권 매출로 인한 범행으로 나눠 기소했다.

사기전 부정거래행위로 인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는 강연이나 네이버밴드, 언론기사 등을 통해 여러가지 진행사업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허위 홍보하는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유인해 엠비지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임씨가 소독수 '호클러'와 '메디호클', 인도네시아 니켈사업 1조원 투자유치, 인도네시아 산요 그룹과 1000만달러 수출계약 체결, 홍콩업체와 1500만달러 제품 수출 계약, 국방부와 납품확정 홍보, 화상 치료제 개발 홍보 등을 허위로 홍보했다고 봤다.

임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허위 공시 및 홍보 등을 통해 엠비지 주가가 급등할 것처럼 오해를 유발한 뒤 그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2016년 2월 12일부터 2019년 1월까지 피해자만 1605명, 피해금액만 892억여원에 달하고 이 금액이 고스란히 사기 금액으로 기소했다.

또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은 발행인이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 수리된 뒤에야 가능함에도 지난 2014년 10월 31일부터 2019년 1월까지 금융위 신고없이 1750명에게 951억여원 상당의 엠비지 주식을 판매해 매출을 일으킨 혐의도 포함됐다. 여기에 임씨는 공동대표 등과 함께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다단계 판매조직을 개설 관리 또는 운영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같은 혐의에 대해 임씨 측은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과 공소사실 불특정, 그리고 공소장 변경의 부적법 등도 주장했다.

재판부, 임씨 측 주장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중형 선고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공소장에 각 피해자별로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기망했는지 등에 관해 일일이 기재돼 있지는 않지만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주식판매를 위한 홍보 시점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공소사실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다"며 "4차례 공소장 변경은 포괄일죄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해 추가 또는 삭제, 변경하는 것으로서 전부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임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허위 또는 과장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임씨 주장도 배척하면서 "허위 홍보 등과 같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 및 해당 거래에 관여한 사람들의 각 진술, 허위 홍보의 내용과 수법, 시기와 횟수 및 주식판매의 방식 등을 종합해 보면 최소한 피고인이 상당한 이익을 얻은 사실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엠비지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라는 임씨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홍보한 내용이 허위임을 알았다면 (피해자들도)더 이상 피고인을 신뢰하지 못했을 것이 명백하다"며 임씨 주장을 일축했다.

무엇보다 임씨 측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에 대해 엠비지 주식은 방문판매법상 재화 등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주식을 판매해도 다단계 없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3단계 이상의 판매조직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판매한 엠비지 주권발행 전 주식은 이를 취득하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도 있으므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로서 재화에 해당한다"면서 "2016년 엠비지코리아를 설립해 기존 다단계 판매조직을 이관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룹 회장으로서 판매원들의 인사관리 등 조직관리를 총괄하고 판매원들에게 주식판매 영업에 이용할 홍보자료나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매원들의 교육훈련까지 사실상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밝힌 사건 흐름도.
검찰이 밝힌 사건 흐름도.

재판부는 이처럼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증인들의 법정진술과 피해자들의 고소장, 진정서, 각종 언론사의 보도기사 등은 물론이고 국내외 각종 기관들의 사실조회 결과도 근거로 삼았다.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언론사만 해도 중앙 및 지방을 모두 포함해 수십개 회사에 달할 정도다. 

사실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기소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투자자들이자 피해자들이 검찰청과 법원 앞에서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임씨의 석방을 요구해 왔고, 임씨 측 변호인도 보석을 신청하면서 지역사회에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 했었다.

특히 지역사회 유력인사들이 엠비지에 투자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문도 퍼지면서 그 실체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 듯 재판부도 재판 진행 및 양형에 적잖은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재판부는 임씨의 범행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고 징역 15년에 벌금 500억원을 선고했다. 임씨와 함께 기소된 공동대표들에게도 대부분 유죄를 선고하면서 징역형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과 관련해 "허위 홍보 중 상당 부분은 완전 사실무근의 것은 아니고 성급하거나 경솔하게 알린 부분도 없지 않으며, 피해자들의 환불 요구에 따라 주식대금을 반환한 부분도 적지 않다"며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고 많은 주주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유리한 정상도 언급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씨에게 유리한 부분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특히 언론사에 광고비를 줘가면서 언론사를 이용한 부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러 언론사에 적지 않은 광고비를 줘가며 주요 언론사의 명성과 공중의 신뢰를 자신의 허위홍보에 활용했다"며 "심지어 지역언론사를 인수해 허위홍보에 활동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임씨, 중앙 및 지방 언론에 광고비 줘가며 홍보도구로 이용

특히 "호재성 홍보를 띄운 다음 정작 홍보한 사업은 전혀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등록없이 다단계 판매조직을 개설 운영하면서 소비자 권익보호와 공정거래를 위한 방문판매업도 위반했다"며 "범행의 경위와 수법, 피해 규모, 범행이 반복 지속된 기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이므로 개별 피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들이 느낄 배신감과 허탈함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찾아 볼수 없다"면서 "그러고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는 터무니없는 변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검찰과 법원이 자신을 불법적으로 감금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재판부를 모욕하고 주주들을 선동하는 등 일말의 반성의 빛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미 오래 전 수사를 받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범행을 계속했을 뿐 아니라 허위서류로 수사기관을 속여 죄책을 모면하려고 하기도 했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이나 임씨 모두에게 불만을 샀고, 결국 쌍방이 항소하면서 대전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된다. 항소심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수 없지만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적잖은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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