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유종의 미 필요한 김태균, 명예 회복 필요한 이용규

한화이글스 베테랑인 김태균(왼쪽)과 이용규(오른쪽). 이들이 살아야 한화가 산다.
한화이글스 베테랑인 김태균(왼쪽)과 이용규(오른쪽). 이들이 살아야 한화가 산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2020시즌을 준비하는 시범경기가 전면 취소되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3월 28일(토) 예정된 시즌 개막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루 빨리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해본다.

아울러, 전지훈련 막바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을 모든 구단의 선수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부상 없이 전지훈련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화이글스는 2020시즌을 맞아 가을야구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비상하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반드시 “자신의 몫을 해줘야”만 가능해진다. 특히, 실패를 맛 본 지난 시즌 자신의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한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야구에는 “야잘잘”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 한다” 즉, “잘했던 또는 잘하는 선수가 결국에 잘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도 있다. 이 또한 “잘하는 선수의 레벨 혹은 급은 영원하다”라는 의미이다.

한화이글스에는 “야잘잘”로 통용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를 맛 본 지난 시즌에 이 “야잘잘” 네 선수는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아니 아예 보탬이 되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과연 이 네 선수가 2020시즌을 맞아 얼마나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가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네 선수는 김태균, 이용규, 하주석, 윤호솔(개명 전 윤형배)이다. 이번 글에서는 김태균과 이용규부터 다뤄 보기로 하자.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김태균

김태균은 한화이글스의 자존심이자 중심이다. 프랜차이즈 레전드 선배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날 때 김태균은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 류현진이라는 훌륭한 후배가 입단하고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김태균은 일본에 진출했다 다시 이글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세월은 야속했다. 지난 2년 동안 김태균은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성적이 이를 대변해줬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FA 1년 계약을 맺으면서 절치부심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균은 2001년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1982년생으로 2001년(고졸 기준) 또는 2005년(대졸 기준)에 입단한 동기생들 중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인정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뛰어 든 것이다. 

김태균과 운동을 함께 한 동기들 중에는 유독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추신수,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인 롯데 이대호,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2루수로 불리는 정근우, LG의 불사신으로 유니폼을 벗은 이동현,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는 포수 정상호 등은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들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컴백해 삼성의 유니폼을 다시 입은 오승환, 세이브 기계 손승락, SK 왕조를 구축한 채병용, 김강민, 박재상 그리고 채태인, 최준석, 김경언 등이 동시대에 야구를 함께한 동기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이제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김태균도 마찬가지다. 에이징 커브를 겪으면서 본인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었고 많은 팬들로부터 아쉬운 응원의 소리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김태균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활약을 펼쳐준다면 한화이글스의 반등은 더욱 쉬워질 수밖에 없다. 김태균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거둔 성적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통산 타율 0.323, 통산 출루율 0.424, 통산 장타율 0.523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 시즌의 성적이 아닌 통산 성적으로 소위 말하는 3-4-5를 커리어 성적으로 찍어낸 선수가 김태균이다. 

여기에 통산 1947경기, 2161안타, 309홈런, 1329타점은 김태균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우타자로 거론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없는 기록들이다. 김태균의 부활을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반드시 “명예 회복”이 필요한 이용규

이용규는 2014년에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1985년생으로 2004년 LG의 2라운드 2순위 전체 15번으로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겨우 적응을 한 신인 시즌을 뒤로 하고 기아로 트레이드 되면서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이 트레이드는 이용규에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기아의 유니폼을 입은 이용규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움켜잡으며 일약 주전으로 올라섰고 주전을 뛰어 넘어 국가대표로,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하였다. 

이용규는 덕수정보고 출신으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함께 입고 있는 최진행과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는 외야수였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5번으로 지명을 받게 되는데 그 전까지는 지명된 선수는 단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투수였다. 그만큼 야수로서의 가치는 최고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 한 명의 야수는 앞서 언급한 최진행이었다(한화에서 10번으로 지명).

2003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용규는 청소년 대표에 선발이 된다. 이때 청소년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미 국가대표를 거친 선수들이 많다. 롯데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강민호, 삼성을 거쳐 NC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석민, 두산의 내야 수호신 김재호 그리고 키움의 특급 좌완 불펜 오주원(개명 전 오재영), SK 정의윤, 한화의 송창식 등이 함께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여기에 이글스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는 특급 마무리 정우람과 같은 덕수정보고 출신의 최진행, 두산의 장원준도 이용규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동기생들이다.  

국가대표로 승승장구하던 이용규는 2014년 FA 자격을 취득하며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유니폼을 바꿔 입었지만 이용규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이적생이었지만 팀의 주장도 맡으면서 선배로서의 리더십도 보여주었다. 팬들의 사랑은 덤이었다.

하지만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서 치명적인 아픔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2019시즌을 통째로 날려 버린 이용규. 1년 만에 3위에서 9위로 추락한 팀의 성적. 이용규는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팬과 팀에게 용서를 구하고 팀에 복귀할 수 있었던 이용규는 마무리 훈련부터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2020시즌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겨우내 땀을 흘리고 있다. 

팀원들과 감독은 그런 이용규에게 힘을 실어줬다. 불미스러운 일로 1년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이용규에게 팀의 주장을 맡긴 것이다. 참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용규의 진정성 있는 모습들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이용규가 2020시즌을 맞아 “야잘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이용규도 한국 나이로 이제 36살이 되는 노장이다. 김태균과 같이 에이징 커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규는 자신한다.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경기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통산 타율 0.302, 통산 출루율 0.385에 달하는 톱타자에 통산 1572경기에서 1730안타와 346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쌕쌕이로서의 능력. 36살의 나이에도 굴하지 않고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용규가 반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에서의 스프링 캠프 막바지에 접어든 한화이글스 선수들. 1999년 첫 우승 당시 전지훈련 장소가 미국이었다.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부상 없이 값진 스프링 캠프를 마무리 하기를 바란다. 선수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지도자들도 팀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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