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당초 도시계획과 딴판, 재구성 필요”..총선 출마 의지 내비쳐

“세종시에는 꿈이 있다. 그리고 난 세종시의 꿈을 이룰 의무가 있다.”

김병준(65)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세종시 설계자’로 유명하다.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기획한 인물로, 누구보다 세종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때문에 세종시가 당초 기획했던 의도와 달리 기형적 도시개발과 그에 따른 지역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의 세종시를 “수도권 주변에 있는 신도시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세종시를 계획한 건 청와대가 가는 것이었지만, 행정기관을 몽땅 옮기자는 건 아니었다”며 “우리가 세종시를 설계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행정수도를 이야기할 때는 신도시 개념 그 이상을 담았다. 미래를 여는 하나의 축으로서 도시를 상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온갖 IT기술을 포함한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새로운 교육과 문화가 융성하는 도시로서 생각했다. 스위스 취리히는 인구는 20만, 30만 정도지만, 1년에 700만 명이 들여다보고 문화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역시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할 도시, 시대변화의 전환점이 되는 도시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대에 못 따라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지난 26일 세종시를 다녀온 사실을 언급하며 “조치원역도 가보고, 정부 청사 주변도 돌았는데 너무 딴판이다. 청사 주변은 하나의 신도시이고, 남쪽은 대전 사람들의 베드타운, 북부는 개발에서 제외됐다. 상당한 재설계와 재구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세종시 출마가 거론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종시에는 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혼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며 “그런 점에서 세종시 출마가 의미 있다고 보고, 당에서도 출마를 이야기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대 교수와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거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을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1시간여에 걸쳐 코로나19 정국에 정부의 대응을 비롯해 세종시가 나아갈 방향, 미래통합당의 비전과 가치, 총선 출마설까지 들어봤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다음은 김병준 전 위원장과 일문일답]

-코로나19 사태로 민심이 뒤숭숭하다. 정부의 대응시스템과 방역체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실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나 의료체계는 메르스와 사스를 경험하면서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해야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번도 결국 청와대와 대통령부터 낙관적 견해를 너무 일찍 밝혔다. 낙관적 견해를 표방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컨트롤타워가 굉장히 미숙하다보니 사태가 확산되는 거다. 더구나 질병관리본부나 감염학회, 대한의협에서 여러 차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얘기했는데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정부가 중국에 대해 굴종적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 방한에 목을 맸던 거 같고,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는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지만 고민 자체가 낮고, 얕고, 없었다. 정부가 잘못한 거다. 우수한 방역체계를 갖고 있음에도 중국 다음으로 심각해졌다. 국격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제 페이스북에도 썼지만, 이번 사태에 국민의 고통은 복합적이다. 단순 전염성 문제가 아니라 소비와 생산이 줄었다. 이번 사태가 겹치며 국민 고통이 정부의 생각보다 넓고 깊은 걸 정부는 모를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생과 경제에 문제없다고 했다. 실제는 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것이다.” 

“정부 컨트롤타워 미숙에 코로나19 사태 확산”
“영수 회담보다 잘못된 정책 깊이 고민해야”
“총선 연기 부작용 만만치 않아..준비 세워야”

-오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국회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다. 추경 논의 등 정치권의 역할과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야당 상황과 입장에서 대통령이 보자면 안보기 힘들다. 야당이 협조하겠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할 이유가 큰 건가. 추경에 협조하고 정부 방역조치도 협조하겠다고 하면 정치적 이슈는 없어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일으켜놓고 영수회담을 제안하는데, 차라리 시민사회의 협력을 더 요청하고 잘못된 정책들을 깊이 고민하는 게 옳다.” 

-일부에서는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총선은 그대로 가는 게 맞다. 이런 저런 사태는 총선 전에 있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 임기와도 관련한 문제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생성할 기회도 된다. 길거리 유세가 줄고, SNS 유세하고, 투표도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게 투표소를 많이 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지 총선 연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함부로 거론하면 안 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정말 심각해 전염병 확산이 우려되면 얘기할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날짜에 치르고, 선관위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통합당, 화학적 통합으로 보기 어려워”
“선거 때 파인 골 드러날 것..이질성 극복이 과제”
“총선 이후 미래 청사진과 가치, 당 정체성 정해져야”

-보수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다. 총선 승리를 비롯해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또 지금 미래통합당에 개선‧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하루 종일 얘기할 만큼 문제가 적지 않다. 국민들에게 비전과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내부 갈등도 봉합된 정도에 머물고 있다. 총선 승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브레이크 걸어야겠다고 통합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걸 깨우쳐줘야겠다고 통합했는데, 화학적 통합이라고 보긴 어렵다. 선거 때가 되면 이질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내부에 파인 골도 드러날 거다. 스스로 선택을 했으니 이겨나가도록 노력은 할 것이다. 이질적 요소를 극복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 정부 여당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총선 뒤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국민들은 어느 당이 5년 동안 국정을 잘 이끌지 미래를 보고 투표한다. 그러면 미래를 위한 청사진과 가치와 당의 정체성이 정해져야 한다. 지금 통합당은 불분명하다. ‘보수’라고 통칭하지만 그 보수만 하더라도 박정희 정권 때처럼 국가역할을 강조한 보수가 있고, 자유와 시장을 강조하는 보수가 섞여 ‘보수’라고 한다. 선거 후에는 잘 정리해서 국민에게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보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양보하고 인내해야 한다.” 

-2018년 6월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패배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이듬해(2019년) 2월까지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심혈을 기울여 노력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소위 친박과 비박, 당을 사수했던 사람들과 복당파 갈등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비대위를 출범했다. 선거 참패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당내 갈등 치유가 가장 급했고, 다음은 당이 어떤 비전과 가치를 갖고 갈 것인지 정립하는 것이 중요했다. 당내 여러 시스템에 혁신이 들어갔고, 인적쇄신은 제일 나중에 했다. 주변에서는 내가 비대위원장으로 온 이유가 인적 쇄신하라고 왔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공천권을 갖고 인적쇄신을 했겠지만, 당협위원장 교체정도로 당을 수리할 순 없다. 그래서 인적쇄신은 일부러 뒤로 미루고, 갈등을 봉합하고 치료했다. 이어 비전작업과 가치정립을 하고, 당이 나아갈 정책적 목표를 정해 당 운영시스템을 갖췄다. 그런 다음 중진을 포함해 현역 당협위원장 현역 21명을 교체했다. 국민들께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당시 리얼미터 기준 10% 초중반이던 지지도가 7개월 반 동안 30%까지 올라간 결과가 있었다.” 

“세종시 위헌 판결 결정문 해석해 재추진”
“미래를 여는 하나의 축으로서 도시 상상”
“지금은 기대 못 따라가..재설계와 재구성 필요”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시절 세종시 설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작금의 세종시 상황과 세종시의 방향성을 말씀해 달라.

“행정수도 이전 이야기는 오래됐다. 내가 기억컨대 김대중 대통령이 1971년 신민당 대선 후보로 나오면서 행정수도를 이전하자고 했다. 이후 멈췄다가 90년대 초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저를 중심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주 관심사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었다.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 공약을 내놓을지 고민했다. 잘못하면 수도권 표가 도망가기 때문이다. 논란을 겪다 결국 공약으로 발표했다.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 되어서 인수위에서 다듬고 간 거다. 그래서 제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 제안자로 할 수 있다.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 이전을 통과했는데, 당시 야권 일부와 시민사회가 위헌이라고 문제제기했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났다. 재밌는 건, 제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헌재 결정문을 몇 번을 읽었다. 헌재 결정문을 보니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했지만, ‘수도’를 정의한 부분에는 실질적으로는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하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관습법으로는 서울을 수도로 해놓고, 대통령 집무실만 두면 다른 건 옮겨도 괜찮다는 거다. 집무실은 1집무실도, 2집무실도 있을 수 있다. 애초 계획한 것은 청와대가 (세종시로)가는 거지만, 행정기관까지 몽땅 옮기자는 건 아니었다. 수도권에 필요한 일부 기관은 제외하고 옮기는 거였다. 청와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 서울에 두고, 행정기관을 옮겨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가게된 것이다. 우리가 세종시를 설계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이야기하고 행정수도를 이야기할 때는 하드웨어로 신도시 개념 이상을 담았다. 미래를 여는 하나의 축으로서 도시를 상상했다. 온갖 IT 기술을 포함한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새로운 교육과 문화가 융성하는 도시로서 생각했다. 스위스 취리히는 인구는 20만, 30만 정도지만, 1년에 700만 명이 들여다보고 문화를 즐긴다. 세종시도 인구는 50만~80만까지 생각했지만, 인구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할 도시로 만들자는 거였다. 시대변화의 전환점이 되는 도시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 기대에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어제(26일) 조치원역도 가보고, 정부 청사주변도 돌아봤다. 청사주변은 하나의 신도시고, 강의 남쪽은 대전 사람들 베드타운, 북부는 개발에서 제외돼 문제가 있는 도시가 됐다. 상당한 재설계와 재구성이 필요하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균형발전 차원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마땅” 
“제로섬 게임 아닌 ‘포지티브 섬’ 게임해야”

-세종시 인구가 30만을 넘어서면 이번 총선에서 분구 기준을 충족했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분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분구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분구는 한다는 입장이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회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분구가 되지 않을까 본다.” 

-대전과 충남에서는 혁신도시 추가 지정이 최대 과제다. 두 지역은 세종시 건설로 인해 1차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지만, 지금은 인구 유출을 비롯해 경제적‧행정적 역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간 상생발전 차원에서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 

“혁신도시 지정은 다른 시‧도에서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수도권 이전 기업이나 시설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지정은 대전‧충남이 다른 지역과 ‘제로섬’ 게임으로 가면 곤란하다. 전체적으로 서울 중심의 구도가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 ‘포지티브 섬’ 게임으로 가면서 수도권 과밀화가 해소해야 한다. 충청권에 혁신도시는 들어서는 게 마땅하다. 다만,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같이 상생할 수 있다.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세종시 출마? 한다면 지역개발 필요한 북쪽”
“배신자 프레임? 누가 누구를 배신했나 공개 토론할 것”

-총선을 앞두고 위원장의 세종시 출마 여부가 세간의 주요 관심사다. 

“세종시는 어찌됐든 저와 인연이 깊다. 저는 기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종시 건설을 제안한 사람이다. 그 뒤에 선거를 치러냈고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챙겼다. 헌재 결정문을 해석해서 다시 세종시가 들어서게 하는데 인연이 깊다. 평생을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지역 균형발전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시에는 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혼이 담겨 있다. 세종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보고 있다. 과거 총리 지명을 받은 뒤 인터넷을 보니 소위 ‘김병준 테마주’가 이슈였다. 김병준이 총리에 지명됐다고 하니 세종시 관련 주식이 올라갔다고 하더라. 그만큼 사람들이 저와 세종시에 일체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 출마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당에서 출마를 이야기 하는 것 아닌가. 선거구 분구와 총선 출마를 전제로 한다면 남쪽보다는, 지역개발이 필요한 북쪽으로 가야할 것이다.” 

-일부 여권 지지층에서는 위원장의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참모 경력을 내세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세종시는 어떤 한 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안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백지계획)’이라는 이름하에 추진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획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야 합의 원칙을 고수했고,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집념으로 밀어붙인 곳이다. 여야의 합작이고, 좌우, 보수, 진보의 합작이다. 정당의 문제로 국민 총화로 이루어진 도시로 봐야지, 여야를 나누고 진보와 보수를 나눌 건 아니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고, 노무현 정신이 뭐였는지 나는 자신 있다. 만일 그와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다면 현 지역구 의원인 이해찬 대표도 좋고, 상대후보도 좋고 공개 토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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