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자료사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자료사진.

중국인 입국을 처음부터 막았더라도 ‘코로나19’가 지금처럼 확산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싱가포르나 이탈리아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나섰는 데도 우리처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다. 또 중국인 입국을 철저하게 차단했다손 치더라도 내국인 통제에 실패했다면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코로나 전파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어온 내국인이지 중국인은 별로 없다는 주장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인의 입국 금지는 섣불리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분명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액의 40% 이상은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중국인 금지가 무역 마찰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사드 보복처럼 중국의 경제적 몽니는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이해(利害)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다를 수 있으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건 확실하다. 중국인 입국을 막기 힘든 여러 사정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중국인 입국 금지 반대’에 실망하고 있는 이유는 이 조치의 정치성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미온적인 조치가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보다는 ‘현정권의 정치적 이해(利害)’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보는 국민들이 많다. 필자도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경제’보다 ‘정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 정권이 그동안 중국에 대해 보여 온 저자세 외교와도 무관치 않다. 근래에는 시진핑 방한에 무척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어서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설사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 예상되더라도 사태가 종료되면 다시 복원할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다. 정권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도록 방치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정책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일은 없다. 다수 국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정책을 기꺼이 선택하는 정부는 그 나라 국민의 정부라고 보기 어렵다. 

내 식구 문제라도 그랬겠나 국민이니까 ‘여유’

싱가포르나 이탈리아처럼 입국 금지 조치가 별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나 효과를 보는 나라들이 훨씬 많다. 당연한 이치다. 이웃집 식구가 괴질에 걸렸는 데도 이웃집 주인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그 집 식구를 피하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자기 식구문제라면 그렇게 놔둘 가장은 없다. 내 식구가 아닌 국민들의 문제니까 그런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절박한 상황에선 여유를 부리기 어렵다. 여유를 부린다는 건 간절하고 절박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 정권에서 우리 국민은 그런 존재임이 드러났다. 이 정권에게 절박한 건 국민의 안전보다 정권의 안위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로 이웃 나라에 괴질이 돌아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데도 “그대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그대로 문을 열어두기는 어렵다. 감염학회와 의사협회 등 전문기들이 위험하다며 여러 번 문단속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보다 멀면 멀지 가까울 수 없는 일본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코앞에 닥친 올림픽 개최라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중국의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일본의 국민적 과제다. 우리의 경우는 중국에 대해 그런 절박한 사정이 정권에게만 있을 뿐이다.

4.15총선은 현 정권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다. 시진핑이 방한해서 한반도 분위기를 바꾸고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이 정권에겐 더 없이 좋은 일이다. 문재인 정부 3년을 돌아보면 그나마 국민들에게 점수를 받았던 게 ‘평화 이벤트’였다. 어떻게든 그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돌려야 가능한 일이면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기꺼이 그런 선택을 한 게 이번 정부의 코로나 대책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미국보다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한중일의 삼각동맹 체제에서 벗어나 중국 쪽에 다가가려는 모습들도 자주 노출됐다. 5000만 국민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의 변화라면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문제지만 그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면 국민들도 정부의 새로운 외교적 시도는 이해하고 따라준다.

정치만 좋아하면 정권은 관료 전문가 안중 없어

그러나 국민들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시도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국가의 제1의 의무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장이다. 경제도 외교도 궁극적으론 국민의 안전과 행복 추구가 목표다. 아무리 기막힌 이론이나 고상한 정책도 국민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 국민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나라가 망해서 사라질 때고, 둘째는 정권이 제 욕심을 부리느라 국민들 안전을 팽개칠 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겨울철 모기’를 언급했다가 혼쭐이 났다. 오늘은 거짓말 논란으로 사퇴요구까지 받고 있다. “모기는 문을 열고 잡는 게 맞다”고 말해야 하는 게 이 정부다. 대통령의 애초 약속과는 반대로 이 정부에선 ‘영혼이 있는 공무원’은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수도 없이 드러났는데 검은색을 검다고 할 수 없는 장관이 있겠나?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되는 걸 보면서 어떻게 바른 말을 하겠나?

‘정치’만 너무 좋아하는 정권에선 전문가도 관료도 안중에 없다. 의사의 말이 먹히고 장관의 소신이 통하는 정권이라야 지금 같은 코로나 사태는 잘 발생하지 않는 법이고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중국 우한도 우리도 이런 위험에 빠지게 만든 책임은 정치에 있다. 무능하면서도 권력욕에만 혈안이 된 천박한 정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불안에 떨면서 우리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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