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귀섭 변호사, 법무법인 '우산'에 둥지
"사건 의뢰인위해 최선을 다하고 작지만 강한 로펌"

청주지법원장을 지낸 신귀섭 변호사가 대전에 둥지를 틀고 변호사로 새출발한다.
청주지법원장을 지낸 신귀섭 변호사가 대전에 둥지를 틀고 변호사로 새출발한다.

"의뢰인들이 믿고 사건을 맡길 수 있는 변호사가 되겠다."

법원 인사철을 맞아 대전 법조계에 새로운 인물이 변호사로 등장했다. 주인공은 청주지법원장을 지낸 뒤 원로법관으로 근무하던 신귀섭(65) 변호사다. 

신 변호사는 지난 24일 34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전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로 등록하면서 '판사'가 아닌 '변호사'가 됐다.

신 변호사는 지금은 누구에게나 존경받은 자리에 있지만 어려서는 무척 어렵게 자랐다고 한다. 1955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서중을 다니며 공부를 열심히 한 그는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할 정도로 뛰어났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 후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 선친이 지병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신 것. 이때부터 가세가 기울어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했다.

합판 공장에서 막일을 하기도 했으며,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심산으로 안경공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고향인 광주로 다시 갈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검정고시였다. 열심히 주경야독한 끝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또래보다 3년 늦은 76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기본 실력(?)이 있었고 입시학원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한 덕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고려대 법대에 합격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그는 법조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았고, 진실탐구 등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던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 법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군 전역 후 3학년때부터 사법고시 준비를 시작했고 곧바로 1차에 합격한 뒤 4학년때 2차에 합격하면서 법조인이라는 꿈이 실현됐다.

특히 사법고시(25회)에서 전체 13등으로 합격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2년간의 사법연수원 시절도 노력한 끝에 전체 7등으로 수료(15기)하면서 1986년 서울형사지법에서 법관으로 임관했다. 검찰 교수가 검찰로 오라고 구애했지만 평소 그의 체질과 적합한 법관을 선택했다. 1986년 3월 1일 법관으로 임명된 그는 2020년 2월 24일 의원면직 처리되면서 5일이 부족한 34년 동안 법원에서 지냈다.

임관 초기 서울에서만 근무했던 그는 2003년 지역법관으로 대전법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고향 광주와 서울에 있는 모친을 고려해 중간인 대전이 좋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대전지법 부장판사와 천안지원장,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지난 2016년에는 청주지법원장으로 이동했다. 2018년부터는 대전고등법원 원로법관이었다.

34년간의 법관 생활 동안 그는 형사와 민사는 물론, 행정과 도산사건까지 두루 섭렵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어려운 상황이지만 법관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가슴속에 담고 일해 달라"며 후배 법관들에게 조언한 그는 "의뢰인들이 믿고 사건을 맡길 수 있는 변호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작지만 강한 법률사무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털어놨다.

신 변호사는 홀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 않는다. 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윤영훈 변호사와 함께 근무하기로 했다. 윤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대원씨앤씨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어 구성원들과 함께 신 변호사를 맞이했다. 여기에 양홍규 변호사도 동참한다. 이들이 모이는 새로운 법무법인은 '우산'이다. 3월께 등록후 본격 출범한다.

신 변호사는 10년전부터 서예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수준급이다.
신 변호사는 10년전부터 서예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수준급으로 발전했다.

신 변호사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 몇가지를 건넸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먼저 사법고시 폐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법률가 양성 과정을 일원화(로스쿨 제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본인의 노력만으로도 법률전문가로 진출할 수 있는 창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사시와 로스쿨 병행을 주장했다.

또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는 "사법부 개혁은 시대 흐름"이라면서도 "개혁이라기 보다는 향후 사법부의 변화된 모습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경험많은 판사들도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원로법관 등 제도를 더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대해 그는 "모든 제도는 운영의 묘가 중요한 데 공연한 옥상옥이 되지 않아야 하고 만든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길 바랄 뿐"이라며 "설립 목적과 기능에 맞지 않게 운영된다면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기대보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법부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참여재판 등 국민들이 실제 재판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법은 자기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참여재판이나 조정 등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이 사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장과 원로법관을 지낸 그의 관록과 의뢰인들 편에 서겠다는 그의 노력이 지역 법조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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