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전형적 팀 뎁스 약함, 백업의 제 역할 필요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백업들의 반란이 필수다.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백업들의 반란이 필수다.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중인 스프링캠프 모습.

한화이글스는 가을야구가 반드시 필요한 팀이다. 특히 2020시즌은 더욱 그러하다. 모든 팀이 가을야구에 사활을 거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은 우승에 모든 것을 거는 팀도 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대부분은 5강, 즉 가을야구를 목표로 설정한다.

가을야구 진출은 기본적인 성공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특히, 오랜 기간 하위권에 처져 있었던 팀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한화이글스는 가을야구 언저리에도 못 가보는 암흑기 속에서 2018시즌에 무려 11년 만에 비로소 가을 축제에 초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가을야구는 먼 산이 되어버렸다.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다시 가을야구에 초대를 받게 된다면 한화이글스는 부흥의 시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암흑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지금 한화이글스의 팀 상황이 그렇고, 팀 구성이 그렇고, 팀 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약팀의 단점 중에 단점은 팀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는 것이다. 주전이 이적을 하거나 갑작스런 부상 등으로 팀에서 이탈을 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시즌 한화이글스의 모습이었다. 고로 한화이글스는 약팀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가을야구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이를 극복하면 가을 축제에 초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전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백업의 활약이 가을야구의 지름길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최근 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팀은 바로 두산베어스다. 두산베어스의 야구를 일반적으로 “화수분”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곤 한다. 또는 “미라클”이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그 중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라는 의미이다. 즉,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발굴되고 육성되어 활약을 펼친다는 것이다. “미라클”은 어떠한가, “기적적이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바로 두산베어스이다.

두산베어스처럼 “화수분 야구”가 되기 위해서는 백업들이 튼튼해야 한다. 주전을 뒷받침하는 백업들이 주전을 능가하는 경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그런 백업들이 하나가 아닌 둘, 셋이 되어야 가능해진다. 

최근 키움이 두산의 “화수분 야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젊은 선수들과 함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과 육성으로 짧은 기간 내에 주전급 선수로 키워내는 것이다. 그것이 그 팀이 갖게 되는 최고의 장점이 되는 것이다. 

2020시즌 10개 구단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구단은 한화이글스이다. 그만큼 노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장이 많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성적을 낸 한화이글스가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론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한화이글스는 베테랑들의 팀이다. 그럼에도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베테랑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젊은 백업들이 튼튼해져야 한다. 지난 시즌 이용규와 하주석의 이탈로 한화이글스는 시즌 내내 센터 라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성열의 이탈 상황에서는 장타력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바로 백업이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아픔이 약이 됐다. 지난 시즌 주전들을 대신해서 경기에 투입되었던 백업들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주전과 백업들의 간극이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많은 성장도 이루어냈다.

과연 이 선수들의 경험치가 올시즌 얼마만큼의 경기력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무서운 것이다. 각 야수 포지션에서 활약할 백업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스토브리그의 재미가 될 것이다.

포수 지성준이 떠난 최재훈의 백업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이해창이 1순위다. 이해창은 1군에서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성장 보다는 안정에 포커스를 맞추면 된다. 오히려 백업 선수들의 성장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창의 장점이다. 문제는 제3의 포수이다. 현재로서는 박상언과 허관회의 싸움으로 압축되는데 과연 전지훈련을 통해 이 두 선수들의 경기력이 얼마나 상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용덕 감독은 최재훈, 이해창의 투톱에 아마도 박상언, 허관회 두 선수 중 한 명을 가끔은 1군 무대에 올려서 경험을 쌓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안방의 뎁스가 두터워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필자가 항상 우려를 하는 내야진은 아직까지도 물음표가 생긴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훈련 소식을 들어보면 2년차 노시환이 유격수로 출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즌에 들어가서도 노시환을 유격수로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주석과 정은원이 키스톤 콤비로 나서는 가운데 키스톤 백업으로 오선진과 노시환이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강경학이 전지훈련 참가가 불발되면서 노시환의 포지션 적응 여부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 박한결의 성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우려되는 한화이글스 키스톤을 튼튼하게 백업할 수 있을 것이다. 박한결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화이글스이 키스톤 백업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주석, 정은원에서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도 높다.

코너 내야는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이 주전으로 나서며 김회성과 최승준이 백업으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회성은 1, 3루를, 최승준은 1루와 지명 그리고 대타 요원으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3루 백업에 오선진과 노시환도 합류가 가능하다. 여기에 전지훈련 명단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김인환, 김태연, 변우혁 등의 빠른 성장이 이루어져야 코너 내야진의 백업도 튼튼해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외야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정근우의 부상과 부진 그리고 이용규의 이탈로 많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여기에 주전을 위협할 수 있을 수준의 선수들이 영입된 것(김문호, 정진호)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용규와 호잉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다면 한 자리의 주전과 2-3자리의 백업을 놓고 많은 선수들이 경쟁 체제 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김문호와 정진호가 눈길을 끌고 있고 지난 시즌 많은 성장을 이룬 장진혁 그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동훈과 유장혁이 전지훈련에서 눈도장을 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우타로서 장점이 있는 베테랑 최진행과 장운호가 경쟁 체제에 뛰어 들었다.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양성우, 백진우(개명 전 백창수), 김민하까지 하면 2-3자리를 놓고 10여명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한화이글스의 외야진이다. 분명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외부 영입으로 인한 나비 효과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한화이글스의 야수 주전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이다. 과연 백업의 자리를 어떤 선수가 채울 것인가 그리고 한용덕 감독이 엔트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올시즌부터 엔트리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 기존에는 27명 등록에 25명 출장이었으나 올시즌 부터는 28명 등록에 26명으로 출장 엔트리가 확대되었다. 통상적으로 12명으로 투수 엔트리를 가져간다면 야수는 16명이 등록이 가능해진다.

과연 한용덕 감독이 어떤 구상으로 내, 외야 엔트리 운영을 할지, 어떤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궁금한 대목이다(포수는 통상적으로 2명). 남은 전지훈련 기간에 한용덕 감독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많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업이 튼튼해지면 한화이글스의 가을야구는 팬들 앞에 성큼 다가올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의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1999년 첫 우승 당시 전지훈련 장소가 미국이었다.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부상 없이 값진 스프링 캠프를 치르기를 바란다. 선수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지도자들도 팀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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