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덟 번째 이야기] '민주당만 빼고'와 '도로 새누리당' 논란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일부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일부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의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국가균형발전특별법일부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 의원들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기자회견장에 선 모습은 국회 출입 4년여 동안 처음 봤다. 그래서 낯설고 생경했다. 그 덕분인지 모르나 해당 법안은 다음날(20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8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두 고개만 남았다.

이처럼 정치권의 연대와 공조의 힘은 가공할 만큼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그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가 더 적확한 표현일 게다. 선거가 이래서 무섭다. 4년 동안 한 번도 뭉치지 않던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게 하다니. 이런 광경과 결의는 자주 보고 싶다. ‘선거 때만’ 빼고.

이번 주 정치권은 ‘민주당만 빼고’와 ‘도로 새누리당’ 논란에 들썩였다. 민주당은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를 고발했다. 임 교수가 쓴 칼럼이 사전 선거운동과 투표참여 권유 활동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커지자 하루 만에 취하하고 당 지도부가 사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임 교수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칼럼을 쓴 이유를 “민주당 겁 좀 먹으라고 썼다”고 했다. 그는 “조국 사태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들은 척을 안 한 것 같다. 정당이 국민을 섬기는 때는, 무서워하는 때는, 선거 때밖에 없다”고 말했다.

펜의 힘은 법보다 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임 교수 칼럼에 한 행태에 비판받는 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촛불혁명을 거쳐 탄생한 정부와 여당으로 영전한 민주당이, 이전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닮아가고 있다는 정서가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오만과 독선의 병이 깊어가는 민주당에 건넨 처방전을 ‘고발’로 받으니 지지층조차 화를 낸 것 아닌가. 그래서 이런 칼럼도 자주 보고 싶다. ‘선거 때만’ 빼고.

미래통합당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떠들고, 행동은 그대로이니 ‘도로 새누리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 집과 사람은 옛날 그대로인데, 핑크색 페인트칠만 다시 해놓고 ‘새집’이라고 우기면 누가 믿겠나. ‘박근혜만 빼고’ 다 모였다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잖은가.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3개 정당(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전진당)이 합쳐 113석을 만들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도 만들었다. 주판알을 튕겨보니 해볼 만 한 판이라고 여기나보다.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기개가 호기롭다.

어쩌면 이들이 변화와 혁신을 굳이 ‘실천’에 옮기지 않으려는 까닭도 이런 오만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무섭지 않은데 반성과 성찰을 할 마음이 있을 리 만무하다. 탄핵의 강을 건너려고 올라탄 배가 이래저래 말 많은 사공들 탓에 전진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민심의 바다에 침몰할 뿐이다.

시험일에 닥쳐 ‘벼락치기’를 해선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에 대한 겸손과 양심은 저버리고 상전 노릇만 하다 선거가 닥쳐서야 자세를 낮춘다고 국민들이 찍어주겠나. 그러니 평소에 잘하자. ‘선거 때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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