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수(數)를 나타내는 숫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다.

▴ 동양인은 왜 3을 선호할까?
동양의 음양이치에 의하면 숫자에도 양기운의 숫자인 양수(陽數)와 음기운의 숫자인 음수(陰數)가 있다. 
1. 3. 5. 7. 9와 같은 홀수는 양수(陽數)이고 2. 4. 6. 8. 10과 같은 짝수는 음수(陰數)이다. 
양기운인 남자와 음기운인 여자가 서로 상호작용하였을 때 아이가 탄생되는 것처럼 천지만물의 이치는 음과 양의 기운이 함께 상호작용을 할 때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3이라는 수는 최초의 양수인 1과 최초의 음수인 2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수로서 음과 양이 합쳐진 완전수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사람들은 완전함을 나타내는 3이라는 숫자를 가장 선호한다 하겠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 만세는 왜 3번 부르나?
• 만세도 3창(三唱)해야 완전한 느낌이 들고 2번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 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릴 때 탕, 탕, 탕하고 세 번 두드려야 완전하다. 
• 가위바위보도 세 번해야 만족스럽다. 
• 술자리에 늦게 오면 후래자(後來者) 삼배(三盃)라 하여 석잔 술을 연거푸 마시게 한다. 
그래야 정이 가득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생활습관에서 무엇이든지 3번해야 완전함을 느끼는 것은 3이 완전수라는 동양의 수(數)철학에서 비롯됨이라 하겠다.

▴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인가?
천년 묵은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구미호라고 한다. 
과연 구미호(九尾狐)는 꼬리가 아홉 개 달렸는가? 임금이 사는 궁궐은 아홉 겹의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다고 해서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고 한다. 
과연 구중궁궐은 글자 그대로 9개의 담으로 둘러쳐져 있는가? 

아홉 번 죽을 고비를 겪고 겨우 살아남았다 하여 구사일생(九死一生)이라고 한다. 
꼭 아홉 번 죽을 고비를 겪고 살아남아야 구사일생이라고 하는가? 
구(九)는 동양에서는 가득 찬 수 즉 만수(滿數)라고 한다. 
왜냐하면 십(十)은 0으로 다시 돌아가는 뜻의 수이므로 9가 가장 가득찬수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九에는‘가장 많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미호는 꼬리가 여럿달린 여우, 구중궁궐은 겹겹이 담장으로 둘러쳐진 궁궐, 구사일생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겪고 살아남았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 백화점에서는 몇 가지 물품을 파는가?
백화점(百貨店)에는 백가지 물품만 있는 게 아니라 온갖 물품이 있다. 
백과사전(百科事典)에는 백가지 지식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온갖 지식이 다 들어있다. 
백화만발(百花滿發)은 백가지 꽃만 피어있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꽃이 피어있다는 뜻이다. 

천리마(千里馬)는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달릴 수 있는 말이다. 
천추(千秋)는 천 번의 가을 즉 천년의 세월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다. 
만년필(萬年筆)은 만년동안 쓸 수 있는 펜이 아니라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펜이다. 
만년설(萬年雪)은 만년동안 쌓여 있는 눈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있는 눈이다. 
이처럼 백(百), 천(千), 만(萬)에는‘아주 많다.’‘아주 먼 거리’‘오랜 시간(세월)’등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한다.

▴ 의자왕의 궁녀는 3천명이나 되었을까?
한자에는 음의 높낮이가 있는데 많은 숫자를 나타내는 말로서 평성(平聲)과 평성이 나란히 놓인 글자는 삼천(三千)이란 숫자뿐이다. 
그러니까 삼천이란 숫자는 리듬을 고려해서 굉장히 많은 숫자를 지칭하였다 하겠다. 
따라서 삼천궁녀는 중국 역사서에서 으레 수많은 궁녀를 칭할 때 통용해서 쓰던 표현일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의자왕의 3천 궁녀도 실제로 숫자를 헤아려서 3천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수의 궁녀라는 뜻이라 하겠다.

▴ 168의 뜻?
중국 사람들은 8이란 숫자를 아주 좋아한다. 
8(八)의 중국 발음은‘파’로서‘펼치다.’는 뜻의 발(發)자와 발음이 같다. 
168은 일로발(一路發)과 발음이 같다. 
그래서 168은 일로(一路)발전(發)하기를 바란다는 뜻이 되고 또한 일로발재(一路發財) 즉 계속해서 돈을 많이많이 벌기를 바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누구나 168의 숫자가 새겨진 팔찌를 좋아한다.


김충남 인문학교육 연구소장.
김충남 인문학교육 연구소장.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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