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신 박세리 영입하면서 여성 및 전문체육인 배려
예산권 쥔 대전시 영향력 고려 사무처장 공직자 출신 임명

이승찬 대전시체육회장이 자신과 함께 대전체육회를 이끌 부회장 7명과 이사 40명,  사무처장 등을 임명했다.
이승찬 대전시체육회장이 자신과 함께 대전체육회를 이끌 부회장 7명과 이사 40명, 사무처장 등을 임명했다.

초대 민간 대전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이승찬 회장이 첫 인사를 단행했다. 앞으로 3년 동안 대전시체육회를 이끌면서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대전체육발전 전략을 함께 이끌 부회장과 이사진을 꾸렸다는 점에서 지역 체육계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속에 진행된 인선이었다.

그 결과는 17일 공개됐다. 당초 이 회장은 <디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3일 또는 14일까지 부회장 및 이사진들의 면면을 밝힌다고 밝혔지만, 일부 참여인사들이 마지막까지 고심하면서 최종 발표가 늦어졌다.

17일 공개된 명단은 부회장 7명과 사무처장 뿐이었다. 이사진 40명 명단은 대한체육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관계로 승인이 난 뒤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인준이 끝난 뒤인 오는 21일 새롭게 꾸려진 이사진들과 첫 상견례 겸 이사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한다.

그렇다면 부회장 7명과 사무처장을 임명한 이 회장의 노림수는 뭘까. 면면에서 알 수 있는 이 회장은 대전시와 시교육청, 그리고 종목단체 등 지역 체육 및 행정과 관련한 의견수렴을 위해 해당 분야의 인사들로 부회장을 임명했다고 볼 수 있다.

정윤기 대전시 행정부시장과 남부호 대전시교육청 부교육감은 당연직이다보니 부회장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했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최대 9명 중 당연직 2명을 제외한 7명까지 임명할 수 있었던 나머지 부회장의 명단이었다. 이 회장은 7명을 채우지 않고 일단 5명만 임명했다. 박세리, 정구선, 배영길, 김명진, 이경용 부회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박세리 부회장은 우리나라 골프의 중흥기를 이끌어 낸 장본인으로 대전 출신 체육인 중 대표적 인물이다. 오랜기간 선수생활을 접고 현재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박세리 부회장 임명을 통해 여성체육인과 전문체육인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으로 읽혀진다. 

실제 이 회장은 박세리 부회장 영입을 위해 직접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부회장 인선 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도 박세리 부회장의 고민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세리 부회장도 장고끝에 수락한 것을 봤을 때 이 회장의 적극적인 구애(?)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나머지 부회장들도 각자 해당 분야에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정구선 부회장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이자 대전고 야구감독을 지냈으며 한국야구위원회에 소속된 전문체육인 출신이다.

배영길 부회장은 전 대전서부교육청 교육장 출신으로 교육과 학교체육행정에 일가견이 있으며, 김명진 부회장은 대전축구협회장과 대전체육단체협의회 의장을 맡아 생활체육인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경용 부회장은 그동안 대전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역 체육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사무처장 자리는 전직 대전시 공무원을 발탁했다. 대전시 체육지원과장과 예산담당관을 지낸 전종대 처장으로, 이 회장은 전 처장이 체육과 예산을 담당해 왔다는 점을 높이 사 전격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회장은 여성과 전문체육인, 생활체육인, 체육행정가를 부회장으로 임명하면서 각 분야의 유기적인 활동을 모색했으며, 사무처장 자리는 예산 확보와 집행 등 내부 살림살이를 관리할 공무원을 임명한 것으로 읽혀진다.

대전시체육회도 부회장 등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민선 이전 대전시체육회는 시장이 당연직으로 수행하면서 사무처장 중심으로 운영돼 왔기에 사무처장의 역할과 권한이 상당했다"며 "하지만 민선회장 선출과 동시에 회장 중심 운영체제로 변모했고, 새롭게 선임된 사무처장은 예산 확보와 집행 등 시체육회의 내부살림 관리에 전념하고, 대외활동은 성격과 기능에 따라 회장과 부회장들이 맡아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반대로 얘기하면 이 회장이 체육회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대전시와 시교육청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시킨 셈이다. 이 회장은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5가지 공약을 발표했는데, △체육회 예산 300억 시대 개막 △체육발전기금 조성 및 회장 업무추진비 제로화 △학교체육-엘리트체육-생활체육 선순환 구조 △공공체육시설 확정 및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선진체육행정시스템 도입 및 정책자문단 구성 이 그것이다.

경제인답게 이 회장은 재정적인 문제를 제1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이같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전시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현재 250~260억 가량인 대전시체육회 예산 중 80%가 대전시로부터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교육청의 도움없이는 3번째 공약인 학교체육과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대전시 및 교육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고 결과적으로 부회장 및 사무처장 인사로 나타났다. 당연직 인사를 제외하고도 부회장 자리에 교육장 출신이 포함됐으며, 실무를 담당할 사무처장 자리에 불과 얼마전까지 대전시청에서 근무했던 고위 공무원을 낙점했다.

겉으로는 대전시체육회장이 단체장 겸직에서 벗어나 민선체제를 갖췄지만 내면을 보면 여전히 대전시의 영향력 속에 있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역 체육계에서 우려했던 정치권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정도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대전시 등과 협력관계가 돼야 하는 함에도 주종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과 우려가 많다"면서 "이 회장이 선거공약대로 대전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지 일단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는 "인선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이 회장이 대전체육을 잘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고 짤막한 인사평을 내놨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로 대전시체육회가 대전시민과 함께 대전체육의 발전을 이끌어가기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며 "대전시체육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대전시 없이 체육행정을 논할 수 없고 대전교육청과의 관계없이 학교체육을 발전시킬 수 없으며 종목단체의 적극적인 협력없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는 기본 전제하에 인선작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초대 민간 대전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 회장이 앞으로 3년 동안 어느 정도 대전체육 발전을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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