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암흑기의 재도래, 프랜차이즈의 성패, 베테랑들의 마무리와 리빌딩

한용덕 감독에게나 한화이글스 구단에게나 2020 시즌은 무척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용덕 감독에게나 한화이글스 구단에게나 2020 시즌은 무척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는 유일한 팀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8개 구단 체제로 전환된 이후 유일하게 딱 한번만 우승한 유일한 팀이 바로 한화이글스다. 현재는 NC와 KT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신생팀이었던 NC와 KT는 아직 우승이 없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두 신생팀이 한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한 번의 우승도 대접을 받을 시기가 올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1999년 첫 우승 이후 한화이글스는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 좋은 지도자를 영입하는데 노력했고 일부는 성공했음도 사실이다. 특히 2005년 김인식 감독을 영입하면서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0년대에 들어서는 처음으로 지역 출신인 한대화 감독과 역대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 받는 김응룡, 김성근 감독을 연이어 영입하면서 우승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결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각 감독들은 그들만의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면서 많은 이슈의 중심이 되기는 했으나 이글스를 가을야구로 안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결국 한화이글스가 찾은 해답은 프랜차이즈 출신의 지도자였다. 그 적임자로 낙점된 인물은 한용덕 감독이었다.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된 한용덕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 해에 돌풍을 일으키며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꾸라지고 말았다.

한화이글스가 미래의 10년을 시작하는 2020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강팀으로, 명문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여는 2020시즌에 좋은 결과로 10년의 시작을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지도자들의 성패와 그 미래

한화이글스는 감독이 교체되는 시점에 유독 많은 후보군들이 물망에 오르곤 했다. 그 중 대부분의 후보들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이글스를 위해 그라운드를 뒹굴었던 프랜차이즈 지도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프랜차이즈 출신 지도자들 중에 이글스의 수장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은 주인공은 한용덕 감독이 유일하다. 즉, 한용덕 감독의 성공 여부는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수많은 이글스 프랜차이즈 지도자들의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해의 성공과 두 번째 시즌의 실패가 공존하는 한용덕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한 배를 타면서 2018시즌을 앞두고 함께 돌아온 프랜차이즈 레전드 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 레전드 출신의 정민철 전 해설위원이 단장으로 영입되면서 공교롭게도 영구결번 3인방(장종훈, 송진우, 정민철)을 포함해 통산 120승에 빛나는 한용덕 감독이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황이 됐다. 반드시 성공을 해야 프랜차이즈 출신 지도자들이 빛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재적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감독은 외롭다. 최종 결정을 해야 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수많은 경쟁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 뿐인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한화이글스처럼 프랜차이즈 출신의 레전드급 후보군들이 많은 팀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있다. 이글스를 위해 평생을 뛰었고 이글스의 미래를 위해 뛰고 있는 그들의 지도력에 희망을 걸어 본다.

정민철 단장의 첫 시즌이자 한용덕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인 2020시즌. 프랜차이즈 출신 지도자들의 빛나는 호흡이 그라운드에서 발휘된다면 전력상 어려운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좋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 

베테랑들의 마무리와 리빌딩이라는 숙제

한화이글스의 중심은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다. 지난 칼럼(2020년 2월 3일)에서도 필자가 언급했듯이 류현진 이후의 세대들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중간 세대가 없어진 한화이글스였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베테랑들이 그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젊은 세대들은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이내 도태되고 말았다.

하지만 2020시즌을 앞두고 류현진 세대들이 대거 영입(2020년 2월 3일 칼럼 참조)되면서 중간 세대층이 두터워졌고 베테랑들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여기에 자질이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입단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베테랑들이 앞서고 있다.

2018시즌 11년 만의 달콤한 가을축제의 맛을 본 이글스. 그렇기 때문에 러닝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들의 마음은 급하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기 때문이다. 성적에 욕심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화이글스의 프랜차이즈로서 팀을 위해 헌신한 김태균과 송광민의 마음은 더욱 그럴 것이다. 앞서 언급한 프랜차이즈 출신의 선배들은 한 번이었지만 우승의 기쁨을 맛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암흑기를 그대로 맛 본 김태균과 송광민에게는 우승은커녕 가을야구의 맛도 그리 달콤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올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하며 단년 계약을 체결한 김태균.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우타자로 평가 받지만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반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송광민 또한 그렇다. 후배들의 거센 도전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선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두 선배들처럼 아직 우승 경험이 없지만 언제나 마운드에서 묵묵히 공을 뿌렸던 안영명, 윤규진, 송창식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여기에 많은 팀을 거쳐 비로소 이글스 유니폼이 딱 맞게 된 이성열, SK에서 우승 경험이 있지만 한화에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정우람, 기아에서 우승을 경험했지만 역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생각한 캡틴 이용규까지 많은 베테랑들이 그들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이 베테랑들이 그라운드를 지켜줘야 하는 2020시즌에 후배들은 빠르게 성장을 해야 한다. 지난 2018시즌처럼 신, 구의 조화와 프랜차이즈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다시 가을야구에 초대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길 것이다. 러닝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들의 분전과 젊은 선수들의 악착같은 의지가 전지훈련에서 땀방울로 승화되어 승리의 이글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미국에서의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1999년 첫 우승 당시 전지훈련 장소가 미국이었다.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부상 없이 값진 스프링 캠프를 치르기를 바란다. 선수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지도자들도 팀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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