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나는 ‘나의 그것’이 나의 큰 단점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좋아했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그동안의 나의 관계 맺음이 엉터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아픈 경험을 하면서, 사람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면 위축되기도 하였고, 내가 스스로 모든 모임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공황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폐쇄된 생활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여전히 잘 지내고 바쁘게 지낸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를 온전히 공감해 주는 사람은 없었었다.

나는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말 힘든 사람이었다. 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서툴고 모나고 유아같다. 생각해보면, 상대방 또한 나랑 같은 유아적인 사람이었거나 더 유아였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나열하면 듣고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버럭 흥분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유아적인 사람이 많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이야기 해 보면, 해마다 연말이 되면 다양한 시상식이 많이 열린다. 연애계, 영화계, 기자단, 블로그 홍보팀 등 각 종 지역마다, 모임마다 한 해 동안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 00지역을 대표하는 0000 명예기자단이 있다. 연말이 되면 기자단의 행적을, 즉 일 년에 몇 편의 기사가 올라갔는지에 따라 시장상을 시상한다. 3년째 해마다 시상 후보였는데, 기자단에서 투표로써 뽑아서 시상을 하곤 했다. 그 투표는 단톡에서 ‘저는 누구를 추천합니다.’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3년째 투표에서 떨어지고 보니, 자괴감도 들고, 이게 뭔가 싶었다. 처음에는 시상과 무관하게 기사를 쓰곤 했는데, 자존심이 상한 부분도 있었다. 00지역을 대표하는 명예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는 시청에서 형평성과 공정성이란 것이 없었다. 편집장과 통화를 했다. 편집장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라서 놓친 부분을 인정했다. 그리고 투표를 해서 뽑는 방법이 그동안 해 왔던 방식이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얼굴 모르면 기자님도 가끔 나오라고 할 때 얼굴 비춰주면 되지 않았느냐'고 한다. 이 말이 공정성 있는 말인가에 대해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명예기자단은 정기적으로 정해진 모임도 있질 않다. 결국 이야기를 하는 도중 따지게 되는 현장이 벌어졌다. 편집장은 '지금 따지려고 전화한 거 아니냐?' 처음에는 그러려고 전화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어가니, '그러네요. 따지는 거 인정합니다‘ 라고 말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있다면 형평성 있게 시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상식이 끝난 뒤에 전화를 했던 이유도 그렇다. 만약 편집장이 말대로라면 시상식 전에 따졌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내 목소리를 내면서 후회를 많이 했고, 마치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또 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많은 시간동안 괴로웠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안정을 가졌다.

이런 나를 보면서, ‘아, 내가 그동안 사람관계를 잘 했다 생각했는데 엉터리였구나.’ 또한 내 목소리를 내면서 더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상대방의 마음의 그릇을 알면서 ‘관계 멈춤’을 스스로 해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어떤 직위, 혈연, 사회적인 상하관계, 경제적인 부, 갑을관계 등의 겉옷을 벗으며 인간다움으로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인가에 스스로 질문을 하면서 숙제처럼 안고 살아가는 날들도 있었다. 나는 비즈니스 관계로 사람을 만나는 게 안 되는 사람인가. 스스로 책망한다. ‘너 왜 그렇게 사니?’ 그런 물음에서 지금은 ‘너 자신을 어떤 상황 때문에 버리거나 포기하지 말자’ 라고 스스로 말하기도 하면서 익숙해지는 부분이 아니여서 아직까지도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모임이나 활동을 접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인 자아가 넘 미숙한 탓인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삶이겠지’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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