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전시 트램 디자인공모 대상작. 자료사진.
대전시 트램 디자인공모 대상작. 자료사진.

도시철도 2호선이 트램으로 건설될 경우 도로 교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확하게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트램이 다니는 것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는 도로가 대전에도 두 곳이나 있다. 중앙버스차로제 시행중인 대덕구 오정동과 유성구 도안동이다. 중앙버스차로에 버스 대신 2~3량의 철도차량이 다니는 게 트램이다. 

러시아워에 이들 지역을 통과하는 승용차들의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다. 트램은 이런 불편이 2호선 전 구간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차로제(BRT)가 시행되자마자 이곳 상가들이 잇따라 떠났고, 도안동 주민들이 중앙차로제를 폐지해달고 소송까지 낼 정도였다는 점만으로도 불편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트램이 땅속으로 가거나 공중으로 달리지 않는 한, 도로 잠식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오정동 도안동 같은 교통체증은 예고돼 있는 셈이다.

세종시민들도 출퇴근 때마다 고통을 당하고 있다. 세종시는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도시로 만들겠다며 도로를 일부러 좁게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종시 설계자가 세종시를 유럽의 도시들처럼 만들어봤으면 하는 고상한 꿈을 꾸면서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 쫓다가 빚은 결과다. 죄없는 시민들만 매일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 방식으로 강행한다면 많은 더 많은 시민들이 그런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트램이 통과하면 대동4가에서 우송대 방향의 동대전로 일부 구간은 승용차가 못 들어가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될 것이란 소문도 돈다. 정말 그렇게 되면 그 지역 사람들에겐 날벼락이다.

대전시민 대부분 트램 실상 잘 몰라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직도 이런 문제점을 잘 모른다. 오히려 노선이 지나는 주변의 주민들 가운데는 지하철이 생겨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상을 안다면 이런 반응은 나오기 어렵다. 2017년 서울 양천구 국회의원은 트램을 추진하다가 혼쭐이 났다. 트램을 공약한 국회의원이 트램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트램을 접었다. 동네 망치는 트램 말고 지하철을 가져오라는 게 양천구 주민들의 요구였다.

양천구 주민들이 유별난 건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트램은 인기가 없다. 1990년 대 유럽에서 트램이 부활하는 걸 보고 일본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게 트램을 적극 권유했고, 여러 지방에서 트램 도입을 시도했으나 성공한 곳이 거의 없다. 도야마 같은 중소도시에서 일부 도입했을 뿐이다. 작년 말 나온 트램 논문에 따르면 중국 도시철도(5539km)의 82%는 지하철이고 트램 비율은 6.8%에 불과하다.

중국 트램 노선 가운데 58%는 대도시 지하철의 보조노선(연장노선)이고, 34%는 중소도시 간선도로용, 나머지 8%는 관광 등 특수목적용이다. 대전 2호선처럼 대도시의 시내 간선도로에 트램을 까는 경우는 중국에도 없다는 뜻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트램은 마을버스 개념의 보조노선이므로 지하철 아닌 트램이 맞지만, 대전처럼 간선도로에 트램을 놓는 건 고속도로 안에 동네 골목길을 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트램은 운행속도가 시내버스와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트램 도입으로 대중교통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 트램은 승용차 운전자는 물론이고 버스 승객들에게 고통과 불편만 주는 방식이다. 트램주의자들은 승용차 운행을 불편하게 해서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자는 주장도 한다. 억지고 괴변이다. 정말 어쩔 도리가 없을 때 그런 강제정책을 쓰는 것이지 대전처럼 도로가 멀쩡한데 일부러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

어떤 문제가 생길지 뻔한데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이번 총선에서 대전시민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램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판단을 받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트램 문제는 많은 시민들의 일상을 크게 좌우하는 중대정책인 데도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타운홀미팅을 그 과정으로 인정한다 해도 트램은 시민의 뜻과 반대되는 결정이었다. 이제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건 마땅한 일이다. 아직 트램이 깔린 건 아닌 만큼 그 결과에 따라 2호선 사업의 내용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전문가 “대전 2호선 바꿀 방법 아직 있다”

광주 2호선은 지하철로 건설되고 있다. 대전시민들도 대다수는 지하철을 원한다. 두 도시는 인구도, 2호선의 모양과 길이까지 비슷한데, 광주엔 쌩쌩 지하철이 놓이고 대전엔 느림보 트램이 깔릴 판이다. 두 도시의 지반(地盤) 차이가 있네 없네 하는 변명이 없진 않으나, 대전시민으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가 뭔지,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지 대전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알 권리가 있다. 물론 트램도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 한다.

철도분야 업무의 한 전문가의 말은 희망을 준다. 그는 “대전2호선은 과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것을 살리면 트램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편익(역의 개수와 표정속도)이 같고 사업비용이 늘지 않으면 한번 받은 예타는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1조3천원 규모로 받았던 예타를 살리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2호선을 최소 1조3천 억짜리 도시철도로 건설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트램 노선의 상당 부분을 지하화나 고가로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쉽지는 않은 일이겠으나 이런 걸 해결해내는 게 정치다. 이번 선거가 기회다.

이를 위해선 우선 트램에 대한 대전시민들의 의견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트램에 대해선 그런 여론조사조차 없었다. 믿을 만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시민들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대전시민의 뜻을 받들 능력과 의지가 분명한 정당과 후보들을 밀어주는 선거로 가야 한다. 대전이 지금처럼 위축된 적은 없었다. 하는 일마다 ‘탈락’이요 ‘퇴짜’다. 지하철 아닌 트램은 또 하나의 탈락이고 차별이다. 바꿔야 한다. 방법은 선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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