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즉시 전력감 확정과 백업 그리고 미래를 위한 동기 부여

한화이글스가 지난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운영 중이다.
한화이글스가 지난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운영 중이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1월 30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선수단은 3월 11일에 귀국을 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캠프를 차렸던 한화이글스는 여러 가지 상황을 맞아 미국 애리조나를 캠프 장소로 결정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구단의 스프링캠프 목적은 같다. 1년 농사를 위해 주전급의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주전급 백업을 확정하며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더불어 동기를 부여해주는 측면 등 매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각 팀의 확정된 스프링캠프 명단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 당해 시즌의 선수단 운영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한화이글스도 마찬가지다. 이번 캠프에 승선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용덕 감독 나름의 운영 철학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화이글스 스프링캠프 명단을 토대로 2020시즌 한화이글스의 선수단 운영을 대략적으로 그려 보는 것도 스토브리그의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계속되는 토종 선발 찾기와 1군 라인업 구상 그리고 영건들의 기량 향상

투수진은 맏형격인 윤규진과 안영명을 필두로 모두 24명의 선수가 애리조나로 향했다. 현지에서 합류한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채드벨도 포함된 수치였다. 여기에 신인 3인방 신지후, 남지민, 한승주도 선배들과의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번 캠프에서 한화이글스는 숙원 사업인 토종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서폴드와 채드벨이 지난 시즌과 같이 확고한 원, 투 펀치 역할을 해주면서 중심을 잡아주면 외국인 투수 싸움에서는 뒤질 게 없다. 하지만 류현진 이후 언제나 토종 선발진은 취약지구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시환이 가장 주목이 된다. 장시환이 지난 시즌 롯데에서 보여준 선발로서의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는 원한대로 3선발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또 다시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캠프 명단에서 선발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지난 시즌 선발로 마운드에 섰던 장민재, 김진영, 김민우, 김범수, 김이환 등이다. 특히 지난 시즌 선발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장민재 그리고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진영과 김이환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변수가 있다면 좌완 임준섭과 김번수, 이번에 이적한 이현호 그리고 사이드암 신정락이 선발로서의 경쟁력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완성형 투수로 평가 받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신인 남지민이 얼마의 잠재력으로 경쟁력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도 흥밋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승 계투진에는 안영명, 이태양, 박상원의 우완 트리오와 정우람이 마무리를 맡게 된다. 부족한 좌완 불펜은 선발진에서 밀린 선수가 합류하게 되는데 임준섭과 이현호 그리고 김범수가 주인공이다. 특히 150km의 빠른 공을 가진 김범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선발이든 불펜이든 좌완 쪽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일한 사이드암 신정락도 어느 위치에서든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붙박이 1군이 되기 위해 경쟁을 이어갈 다크호스들이 좋은 기량을 선보인다면 그만큼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강해질 것이다. FA계약을 체결하며 홀가분해진 베테랑 윤규진,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윤호솔, 10라운드 신화를 꿈꾸는 작은 거인 김진욱 그리고 고졸 신인 신지후와 한승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1군 후보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튼튼한 안방과 여전히 걱정인 내야, 피 말리는 경쟁이 예고된 외야는 격전 될 듯

지성준이 롯데로 떠났지만 최재훈이 지키고 있는 안방은 여전히 믿음직하다. 하지만 최재훈 혼자 안방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 지성준이 떠난 자리는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해창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1군 풀타임도 소화해 본 경험이 있는 이해창이기 때문에 최재훈의 백업으로는 더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박상언과 허관회가 다투는 제3의 포수 자리 경쟁이 흥미로울 전망이다. 이 두 선수의 성장 여부는 올시즌 1군에 얼굴을 내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만 한화이글스의 안방도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한화이글스의 내야진, 특히 키스톤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캠프 명단을 확인하면서 다시 그 걱정이 살아났다. 10명의 내야수 명단 중에 키스톤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오선진, 하주석, 박한결, 정은원 단 네 명에 불과하다. 강경학이 부상으로 합류가 안 되면서 박한결만이 승선한 상황이다.

1루, 3루, 지명 세 자리를 놓고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 최승준, 노시환까지 무려 여섯 명의 선수가 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인환, 변우혁, 김현민 등의 젊은 선수들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이다. 여기에 지명 자리는 상황에 따라 외야에서도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코너 내야진의 교통정리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족한 키스톤을 커버하기 위해 대형 3루수로 유망한 노시환을 유격수 훈련을 병행 시킨다면 노시환이 과연 그 혼란스러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반드시 키스톤 후보군이 1-2명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이용규가 복귀하고 호잉이 건재한 외야진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이용규의 실전 능력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최진행에 이적생 김문호, 정진호 그리고 젊음의 장진혁, 장운호, 이동훈, 유장혁까지 그야말로 무한 경쟁 체제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선수마다 장점들이 명확하기 때문에 과연 어느 선수가 캠프에서 한용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화이글스의 외야는 박힌 돌과 굴러 들어온 돌 그리고 새로운 돌들의 전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시작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2군 캠프에서도 똑같이 훈련은 계속된다. 2군에 남아 있는 선수들도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해야지만 1군 캠프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시즌에 들어가서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투수진에서는 송창식, 김종수, 서균, 박윤철, 박주홍 등이, 야수진에서는 강경학, 김인환, 김태연, 변우혁, 양성우, 백진우, 김민하 등이 지난 시즌 1군에서 얼굴을 내밀고 경쟁을 벌였던 선수들이다.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라도 명단에서 제외됐을 수도 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어느 캠프에서라도 좋은 컨디션으로 몸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준다면 시즌이 시작되고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다. 그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에서의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1999년 첫 우승 당시 전지훈련 장소가 미국이었다.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부상 없이 값진 스프링 캠프를 치르기를 바란다. 선수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지도자들도 팀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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