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섯 번째 이야기] 간절함‧진정성 빠진 ‘통합론과 창당론’

“이렇게 하면 망해!” 몇 달 전 SBS 예능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씨는 자매가 운영하는 전집(지짐이)의 운영 방식에 이렇게 화를 냈다. 백 씨는 자신의 솔루션에도 불구하고, 자매 사장의 노력과 절박함이 부족하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들에게 “간절함이 없다. 쉽고 편한 방법으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지만, 꾸준한 노력은 결국 손님들이 알게 된다”고 충고했다.

총선 때마다 ‘통합론’과 ‘신당(新黨) 창당’은 단골 메뉴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두 이벤트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골목식당 전집처럼 간절함이 없다보니, 국민들은 이 소문난 잔치에 관심 밖이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은 보수통합 중심에 서 있다. 결국은 양 당이 합치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한국당은 또 통합신당과 ‘투 트랙’으로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한국당은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보낼 계획이다. 한쪽에선 ‘보수 개혁’을 외치면서 다른 쪽으론 ‘수구(守舊)’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4번째 신당 창당을 앞두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붙여 ‘안철수 신당’이란 당명을 쓰려고 했지만, 선관위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정당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고,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하며, 투표 때 ‘정치인 안철수’와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당명은 전례가 없다. 3대째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 북한의 집권당 이름도 ‘김정은 당’이 아니라 ‘조선노동당’이다. 물론 총선이 임박해 있고, 정당을 홍보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당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다만, 야권 지도자로서 ‘안철수’라는 네임 밸류가 얼마나 파급력을 가져올진 미지수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 보수진영이 통합을 모색하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에 반대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인과(因果)가 지극히 평범하다면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을 섞어놓고 특별한 맛을 바랄 순 없는 노릇이다. 급조한 통합과 창당, 여기에 ‘반(反)문재인’이란 기치만으로는 아무런 감동도,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설령 이번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한 인적쇄신과 정책 발굴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개혁의 가치와 혁신적 철학을 온전히 담아내야 국민들도 통합과 창당의 진정성에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나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린 통합론과 신당 창당에도 백종원 식 충격요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폭망(폭삭 망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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