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호의 허튼소리] 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수필가.

14세기 중세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유럽인구의 3분의 1이나 앗아갔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백신은 물론 치료약이 없었을 터이니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전염병의 무서움에 떨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껏해야 외딴 별장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언젠가 본 외국영화가 생각난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의 비행선에 의해 도시가 파괴되고 불탄다.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어느 날 외계인들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었다. 지구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없던 외계인들이 비행선으로 납치한 지구인에게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흐물흐물 물처럼 녹아내린 것으로 기억된다.

재작년 3월에 작고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핵전쟁, 지구온난화, AI인공지능, 변종바이러스 등에 의해 인류가 멸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한다. 인간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변종바이러스가 치료약을 개발하기도 전에 급속도로 확산돼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니 섬뜩하다. 

지금 지구촌에 급속히 번지는 우한(武漢) 폐렴 코로나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우한시(武漢市)에서 발생한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 백신과 치료약이 없다니 걱정스럽다. 그간 우한 폐렴은 박쥐를 1차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우한 화난수산시장의 야생동물을 감염시키고 이를 식용한 사람에게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가 외신(미국 WP, 영국 데일리 메일)을 번역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던 변종바이러스의 방어망이 뚫리면서 화난시장에 유입돼 전파됐다고 한다. 오보이길 바라지만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는 2003년 세계에 번졌던 사스와, 2015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메르스와 유사하지만, 신종으로 전파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중국은 이미 국가 전체로 번졌고, 세계적으로도 한대, 온대, 열대지역 할 것 없이 전 지구촌에 번지고 있다. 

지난해 31일 우한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사실을 세계에 처음 알린 중국은 이미 ‘사망자가 560명을 넘어서고, 감염 확진자수는 2만8000명을 넘어섰다(2월 6일 0시 기준)’니 가히 그 전파 속도가 폭발적임을 알 수 있다. 초기에는 완만하게 증가하던 사망자와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금은 하루에 사망자가 수십 명씩 나오고, 확진자는 수천 명씩 발생한다고 한다. 중국은 대도시 국민을 대상으로 (한시적이겠지만) 외출제한 조치를 취했다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일본, 프랑스, 독일,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등 지구촌 곳곳 수십 국에서 이미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였고, 발생국과 환자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늘(2월 6일) 또 4명이 발생해 우리나라 확진자수는 3차 감염자를 포함해 총23명에 이르고, 환자 접촉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니 자칫 지역 확산마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확진자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는 정부의 초기대응 미숙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설 연휴 초기 때만 해도 겨우 3명이 발생했었는데, 설 연휴가 끝나면서 증가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유동인구가 많은 설 연휴 기간에는 정부(질병관리본부)가 우한 폐렴 발병 사실을 알리고, 최근 2주 이내 중국여행자의 활동자제 권고와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해야 마땅함에도, 대통령이 나서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말라”고 말해(1월26일) 오히려 경계심을 허물고 말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에는 “과하다싶을 정도로 (신속히) 선제 조치해야 한다”고 말을 바꿔(1월28일) 정부신뢰성만 떨어뜨렸다. 또 이달 4일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만약이지만 대통령이 우한 폐렴 발생초기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정부관계자들의 보고 잘못 때문일 것이다. 

‘우한 폐렴 걱정 말고 한국관광 즐기세요’ 지난 설날, 관광주무부처 장관이 관광현장 점검에 나선다는 기사의 제목이다(서울경제). 이를 봐도 정부부처 간에 소통과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로도 정부는 우왕좌왕, 허둥지둥, 우물쭈물했다. 컨트롤 타워부터 애매했다. 어느 때는 BH라고 했다가 어느 때는 질병관리본부라고 했다. 또 어느 때는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질병관리본부장이 나서는가 하면, 어느 때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나서니 혼란스럽다. 초기에 1339 콜센터가 먹통이거나 접속량 과다로 통화할 수 없었던 사례도 미숙함이 아닐 수 없다.

질병의 전파와 관련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는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하더니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를 인정한 것이 그렇고, 격리대상자로 분류한 사람을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도 그렇다. 

이외에도 우한 교민 철수를 위한 특별기 띄울 때의 혼선과 차질, 뒤늦은 우한에서의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 중국인에 대한 단기관광비자 발급중단 발표의 번복 등도 그렇다. 

지금 시중에 마스크와 세정제가 품귀라고 한다. 질병확산 방지 필수품목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마스크와 세정제를 자가제조해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거래가 가능한 마스크의 경우도 가격이 몇 배나 폭등했다고 한다. 경제부총리는 마스크의 1일 생산량을 제시하며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가 뒤늦게 ‘매점·매석을 금하고, 국외 대량 반출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을 먼저 보호해야할 정부의 무계획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협회가 방역에서 중요한 것은 감염자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하는데도 정부는 못 들은 체 하는 모양이다. 과다할 정도로 신속히 조치한다더니 중국에 대해서는 왜  미적거리는지 모르겠다. 때를 놓치면 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필자는 솔직히 초기에 다잡지 못하고 사태를 키운 정부가 미덥지 못하다. 전염병은 2차 발생 시에 막지 못하고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한 폐렴의 급속한 지역사회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적기정책 추진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 정립과 전문방역인력 확충 같은 큰 부분은 정부 몫이다. 국민 각자는 손 자주 씻기, 기침 시에 소매로 가리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발열이나 호흡기증상 발생시 1339상담 등을 잘 지켜야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도 폐렴 확산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질병에 취약한 노인 분들이 경로당 이용을 자제하거나 경로당 문을 잠시 닫는 것은 어떨까?

한편으로 각종 모임이나 회합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또 세계 각국에서 폐렴이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해 당분간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것도 질병 확산방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자체나 각급 단체에서는 인파가 운집하는 각종행사와 지역축제를 취소하거나, 폐렴 종식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우한 폐렴은 민관이 합심해서 노력하면 조기에 종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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