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3개동에서 올해 9개동까지 추가...예산은 대전시 등에서 지원
한국당 대덕구의원들, 구청장 사과 요구하며 일부 상임위 회의 불참

대전 대덕구가 동 주민자치지원관 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가 동 주민자치지원관 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가 지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주민자치지원관을 기존 3개 동에서 전체 동(12개 동)으로 확대키로 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당 대덕구의원들은 재정상태가 열악해 지고 있는 대덕구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박정현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기 일정에 불참했다.

4일 대덕구에 따르면 대덕구는 지난해부터 시범사업 중인 주민자치지원회를 대덕구 전체 12개 동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세부 절차에 착수했다. 

주민자치회는 동 단위로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생활상의 어려움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 대표조직으로, 대전시는 지난해 4개 자치구 8개 동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대덕구는 송촌동과 중리동, 덕암동 등 3개 동에서 시범적으로 주민자치회를 운영했다. 주민자치지원관은 주민자치회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로 연간 3800여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지급되며 임기는 2년이다.

대덕구는 지난해 3개 동에 시범운영 결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잖은 성과를 거둠에 따라 올해는 전체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대덕구가 예상한 주민자치회 지원 계획을 보면 올해 확대되는 9개 동에는 총 8억 6700만여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동별로 따지면 9440만원 가량이다.

한국당 소속 대덕구의원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이 예산 문제, 그리고 주민자치지원관의 역할이다. 김홍태 의원은 3일 열린 제24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민선 7기 들어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추락할 정도로 대덕구 재정상태가 열악해 지고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 집행으로 대덕구가 거덜 날 지경에 이르렀다"며 "구비로 구의원 연봉의 인건비를 지급하며 동장급의 동주민자치관을 12개동에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대덕구의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든 박정현 구청장과 거수기 역할을 한 서미경 대덕구의회 의장, 민주당 의원들이 개탄스럽다"며 "박 청장과 서 의장은 책임지고 대덕구 주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동환 대덕구의원도 "주민자치회 사업의 무리한 확대, 특히 동 주민자치지원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폐해를 인식하며 점진적인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며 "이미 각 동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지방의원과 공무원 인력활용도 가능한 상황에서 동 자치지원관은 구청장이 별도로 임명하는 특수공무원인 셈이어서 구청장의 친위조직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채용된 3인의 동 주민자치지원관은 구청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대전마을 활동가, 대전여민회 상근 대표, 대전사회적지원센터 현장지원팀장 등 시민단체 출신이고, 3인 중 2인은 대덕구민도 아니다"며 "주민자치지원관제는 옥상옥 조직으로 공직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구청장을 위한 친위조직, 특정 정당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대덕구의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대덕구에서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존 동장의 옥상옥 격인 주민자치지원관을 확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집행기관인 대덕구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일단 예산 문제는 지난해부터 시범사업 1단계로 시행 중인 3개 동은 전액 대전시에서 예산이 지원되지만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시범사업 2단계는 시비만으로는 부족해 일정부분 구비가 사용된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동별로 9440만여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 중 대전시에서 동별로 지원되는 예산 5600만원과 주민자치기반 분권지표 평가 결과에 따른 2억원의 특별교부금을 사용할 경우 부족한 1억여원 가량만 구비로 충당하면 된다는 게 대덕구 측 설명이다. 9개 동에 추가로 확대 시행되면 연간 8~9억 혈세가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우려처럼 구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덕구 관계자는 "지난해 3개 동에 대해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해 본 결과 그동안 동장이나 구청에 현안 문제를 건의나 요구했던 주민들이 직접 주민자치지원관과 협의해 사업을 결정하고 시행하면서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자 참여자치라고 생각해 올해 나머지 지역으로 확대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주민자치지원관은 공개 모집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한다"며 구청장 친위조직이라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한 뒤 "동 행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동장을 보좌하면서 주민자치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일부 상임위 일정까지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한 의원은 "현재 대덕구는 8명 의원 중 민주당이 5명이고 한국당은 3명에 불과해 소수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며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상임위에서 심사를 통해 계수조정 했음에도 본회의에서는 상임위 의견을 무시한 채 원안가결됐다"고 거듭 박 청장과 서 의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집행부 및 다수 여당 의원과 소수 야당 의원간 불신으로 인해 주민자치지원관을 비롯한 대덕구 주요 정책 시행 과정에서의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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