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1987년생 이적 Friend 5인방 활약 여부 관건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1987년생들의 대활약이 중요하다. 사진은 2020 시즌을 앞두고 담금질에 들어간 한화이글스 선수단 모습.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1987년생들의 대활약이 중요하다. 사진은 2020 시즌을 앞두고 담금질에 들어간 한화이글스 선수단 모습.

한화이글스는 지난 1985년 한국프로야구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로 창단 승인이 나면서 한국프로야구의 일원이 되었다. 1985년 구단의 구색을 갖추는 시기를 지나 1986년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로 리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빙그레 이글스는 창단 첫 시즌에 신생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08경기에서 31승을 거두며 승률 0.290로 최하위 기록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인 이듬해 1987년에는 108경기에서 첫 시즌 보다 무려 16승을 더 거두며 47승, 승률 0.454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비록 순위는 한 단계 상승한 6위에 불과했지만 강팀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던 중요한 시즌이었다. 이를 교두보로 1988년, 1989년, 1992년에는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그 이후 1999년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첫 우승의 염원을 이룬 이글스는 2000년 초반 하락세를 겪었다.

2005년 김인식 감독의 부임 이후 반짝 활약과 함께 2006년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그 이후 길고 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2006년 이후 한국시리즈는커녕 가을야구에 진출한 횟수는 단 한번 2018년이 유일했다.

지난 1980년대를 지나 강팀의 면모를 다진 빙그레 이글스처럼 한화이글스는 2020시즌이 매우 중요하다. 1988년 대권 도전에 나서기 전 초석을 다졌던 1987년처럼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2006년 혜성처럼 나타나 한화이글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이끌었던 류현진처럼 그들 세대가 이글스의 중심이 되어야 팀 전체의 균형이 맞으며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이적한 이후 류현진 세대는 한화이글스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 1차 지명자 유원상과 메이저리그에서도 탐을 냈던 유망주 정범모는 각각 팀을 떠나 이적했고  한 해 먼저 입단한 윤근영, 양훈의 성장은 더뎠다. 한 해 뒤에 지명한 장필준은 입단을 거부하고 군복무, 해외진출 후 삼성의 유니폼을 입으며 이글스와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았고 기대주 김혁민은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한화이글스는 암흑기에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 간의 간극이 너무 컸다. 실력도 연차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류현진 세대의 선수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다시 강팀으로 가는 도약의 시즌을 맞이할 기회를 맞았다.

이글스 부흥기의 교두보였던 1987년생인 류현진 세대 대거 입단하며 큰 기대와 관심  

2019시즌 한화이글스는 시즌 후 FA를 앞둔 베테랑 송은범을 LG에 내주며 신정락을 영입했다. 신정락은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대형 유망주였다. 하지만 LG에서 기복을 보이며 결국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나 소위 긁히는 날에는 굉장히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 한화이글스는 지역 출신인 신정락을 영입하면서 옆구리 계열의 활용폭을 넓히는 한편 신정락의 반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신정락은 기대대로 2019시즌 후반기에 한화이글스의 마운드에 힘을 보태며 반전의 활약과 더불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는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고향 팀이자 프로에서의 마지막 팀으로 생각한 신정락의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바로 신정락이 1987년생으로 고졸 기준으로 2006년 입단, 대졸 기준으로 2010년에 프로에 입단하는 류현진 세대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류현진 세대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구단이었지만 류현진 말고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하며 암흑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정락의 영입은 1987년생 영입의 신호탄이 되었다.

정민철 단장이 영입이 되고 선발 투수 확보에 나선 한화이글스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포수 이해창을 선발하게 된다. 주전을 확고히 한 최재훈에 포수 최대 유망주로 손꼽히는 지성준까지 있는 팀에서 1군 경험이 풍부한 이해창을 선발했다는 것은 그 이후에 있을 움직임에 대한 무언의 의미 전달로 받아들여졌다. 이내 2차 드래프트가 행해진 다음 날 한화이글스는 포수 유망주 지성준을 내주고 롯데의 선발 투수 장시환을 영입하게 된다.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된 이해창과 장시환이 바로 1987년생이다. 이해창은 경기고 시절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아에 4라운드 전체 29번으로 지명(2006년 두산이 8라운드 59번에 지명한 진흥고 포수가 바로 양의지)을 받았지만 한양대로 진학을 하게 된다. 대학 시절 국가대표도 지낸 그는 2010년 재도전한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에 전체 50번으로 지명을 받는다. 오히려 지명 순위가 떨어진 흔치 않는 사례였다. 

넥센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해창은 KT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1군 자원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장성우의 영입으로 백업으로 물러나면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한편, 1987년생 장시환은 신정락과 같은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학창 시절 유급 전력이 있어서 동기들 보다 한 해 늦은 2007년에 키움의 전신인 현대에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을 했는데 전체 2번이라는 높은 순번만큼이나 팀에서 건 기대는 매우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장시환은 빠른 볼을 주무기로 떨어지는 포크볼까지 위력을 보이면서 KT 시절에는 WBC 대표에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주로 불펜에서 뛰었지만 롯데로 트레이드 된 이후로는 선발로 뛰면서 인정을 받았고 결국 고향 팀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배터리를 이룰 이해창과 장시환은 이미 넥센과 KT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인연이 있어 시기는 다르지만 이번이 세 번째 같은 팀에서 뛰는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자유계약을 통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최승준과 김문호. 역시 이 두 선수도 공교롭게도 1987년생들이다. 최승준은 1988년 1월생이지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로 1987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인천동산고 출신으로 바로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 출신이다.

2006년 7라운드 51번으로 LG에 지명이 되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병역을 마치고 포수에서 내야수로 포지션을 바꾸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성장은 더뎠다. 하지만 2016시즌을 앞두고 정상호의 보상 선수로 SK로 이적, 소위 “탈LG” 효과를 누리며 그 꽃을 피웠다.

이적 첫 시즌인 2016년 무려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SK의 거포 군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나며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하지만 장타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한화이글스는 이런 임팩트가 있는 최승준을 영입하면서 다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최승준이 김태균과 이성열의 체력을 유지시켜 주면서 본인의 장타 본능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덕수정보고 시절 천재 타자로 불렸던 김문호. 김문호는 이용규, 최진행의 후배로 고등학교 시절 류현진, 한기주, 강정호, 민병헌 등과 청소년대표를 하면서 천재 타자로 불릴 정도로 타격에 재능을 보였다. 2006년 롯데에 3라운드 전체 17번으로 지명되면서 프로에 입문했다. 기대보다는 성장이 더뎠으나 꾸준하게 성장하여 2016년에는 171안타를 치면서 타율 0.325를, 2017년에는 114안타 타율 0.292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발휘했으나 롯데에서 더 이상 김문호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외야 자원이 부족한 한화이글스의 부름을 받은 김문호는 최승준과 더불어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한화이글스의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에게는 빈 세대가 되어버린 1987년생들의 활약 여부가 2020시즌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이 다섯 명의 포지션이 한화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포지션이고 그만큼 활약을 해줘야 그 부족함이 메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선수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1987년생들은 야구를 잘했다. 아니 잘한다. 한화이글스 출신의 류현진을 필두로 강정호, 황재균(KT)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거나 뛰었던 경험이 있고 국가대표를 지냈거나 팀의 간판으로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한 선수만 보더라도 양의지, 원종현(이상 NC), 차우찬(LG), 이재원(SK), 민병헌(롯데), 김상수(키움), 김세현(기아), 유원상(KT), 한기주(은퇴) 등이 있다.

여기에 아직도 1군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다수가 포진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한화이글스의 신정락, 이해창, 장시환, 최승준, 김문호 그리고 롯데의 배장호, NC의 정범모, SK의 김성현, 두산의 최주환, 기아의 유재신 등이 여기에 포함이 된다.

리그를 주름 잡고 있는 이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화이글스의 1987년생들이 날아오르는 2020시즌이 되기를 바란다. 이게 바로 한화이글스가 강팀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1999년 첫 우승 당시 전지훈련 장소가 미국이었다. 그 좋은 기운을 받아서 부상 없이 값진 스프링 캠프를 치르기를 바란다. 선수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지도자들로 팀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