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다섯 번째 이야기]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정치권의 두 얼굴

중국 우한 교민 임시생활 시설로 확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교육원 앞에 교민 수용에 반대하는 트랙터와 현수막 등이 걸려 있다.
중국 우한 교민 임시생활 시설로 확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교육원 앞에 교민 수용에 반대하는 트랙터와 현수막 등이 걸려 있다.

정부가 오늘(31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지역 교민과 유학생들을 전세기를 보내 데려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공무원 교육시설에 이들을 2주간 격리 수용한다.

정부는 당초 이들의 임시 생활시설로 충남 천안의 2곳을 정했다. 일부 언론은 정부 발표도 전에 천안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최종 장소는 하루 만에 바뀌었다. 이러자 아산과 진천 지역 주민들은 트랙터로 길을 막고, 촛불을 들며 정부의 졸속행정에 공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두 지역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수준 이하의 행태에 있다. 별안간 터진 ‘감염병’ 이슈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부침을 겪고 있는 야당에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여론을 선동하고, 공포감을 부채질하는 정쟁의 도구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지역민들의 표심을 끌어안으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반면 지역구 여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 공천 불이익이 겁나서인가 수습은 단체장들 몫인 양 뒤로 쑥 빠져있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교민들의 임시 생활시설이 천안에서 아산으로 바뀌는데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현재 천안은 국회의원 의석수 3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고, 4월 총선과 함께 천안시장 보궐선거도 치러진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천안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에 임시생활 시설을 둘 경우 충남 전체 선거판이 엎어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양승조 지사는 지난 29일 도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임시 생활시설이 천안에서 아산으로 바뀌는 과정에 “정치적인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장소 변경 이유를 묻는 말에는 자세히 답하지 못했다. 양 지사는 이튿날(30일) 아산 주민들과 만나 “장소가 번복된 것이 아니라 정부 평가에서 아산이 1순위로 정해졌다”고 해명했다.

어기구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도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즉답을 피했다.

국회의원은 예산이나 따오라고 뽑아준 자리가 아니다. 어떤 현안이 생겼을 때 지역민을 대표해 정부에 지역의 상황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을 하라고 만들어준 자리다. 지역민들의 생활과 건강에 직결한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양극의 태도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극도의 불안에 빠져있는 지역사회에 분란을 가중해서도, ‘꿀 먹은 벙어리’여도 곤란하다. 그렇다고 바이러스를 때려잡겠다고 나서는 전사(戰士)가 되라는 소리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공포와 불안에 떠는 지역민을 안심시키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 ‘같이 살’ 방도를 찾으란 말이다.

바이러스 사태에도 총선 시계는 돌아간다. 이번 총선이 바이러스 사태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치러진다면, 국회는 무능한 정치인들의 수용시설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맡기는 4년의 국정이 어쩌면 신종 바이러스보다 더 큰 공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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