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2형사부, A씨 징역 1년 6월에 벌금 5천만원 판결

대전지역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로 상품권 등을 받아 챙긴데 이어 특정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지시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역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로 상품권 등을 받아 챙긴데 이어 특정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지시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상납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전지역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특정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후원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과 공갈,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전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A씨(74)씨에게 징역 1년 6월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6월 9일 새마을금고 명의의 토지를 비싸게 매입하면서 매도인으로부터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1300만원 가량을 수수한 혐의다. 추가로 98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직원 17명으로부터 직급별 할당액을 책정해 매년 두차례씩 총 970만원 가량의 상품권과 현금을 받아 챙긴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2006년부터 명절 선물의 종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금액이 적으면 "너네 내 말 안 들으면 진급 따위는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 언젠가 짤린다"며 협박을 일삼아 왔고, 이런 A씨의 행태에 두려움을 느낀 직원들은 직급별로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명절 선물을 상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씨는 자신에게 명절 선물할 때 봉투 안에 누가 주는 것인지 알기 위해 명함이나 이름을 적은 쪽지를 넣도록 지시한 뒤 일일이 메모했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선물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갔고 결국 2017년 8월 새마을금고 중앙회에서 감사를 실시하며 명절선물 상납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비슷한 시기 강압적인 명절 선물 상납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 3월께 전 직원이 참석한 직원회의에서 "니들 어차피 10만원씩 내면 연말정산 때 환급받으니까 10만원씩 국회의원 후보자한테 후원해라"고 지시했다. 이 말에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A씨의 지시를 어길 경우 보복적인 조치를 두려워해 울며 겨자먹기로 국회의원에 정치후원금을 기부했다. 직원들이 10만원씩 총 금액만 700만원에 달한다. 

이같은 혐의 사실에 대해 A씨는 법원 공판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 기부를 권장했을 뿐 직원들의 의사를 억압해 기부하도록 알선한 적은 없다"며 "직원들이 관례적인 명절 선물로 상품권이나 현금을 주었을 뿐 협박해 갈취한 것이 아니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피고인은 일부 범행은 인정하고 있고 공소제기 직후에 책임을 통감하고 이사장직을 사임했으며, 피고인의 아들도 함께 사직했다"며 "직원들로부터 명절 선물로 받은 재물도 피해자별로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고 정치후원금 기부 관련 범행도 직원들의 의사를 억압한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유리한 정상을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유도 장황하게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고의 이사장으로서 지점 신축부지를 매입하면서 그 토지소유자가 요구하는 대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뒤 토지소유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금액의 다과를 떠나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수의 금고 직원들로부터 오랜 기간 명절 선물을 빙자해 상품권과 현금 등 재물을 갈취한 범행 또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명절마다 최소 500만 원에 육박하는 재물을 갈취하였으므로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고, 대담하게도 경찰 조사를 앞두고 오히려 빨리 선물을 갖고 오라고 요구해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피고인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알선한 범행 또한 피고인의 직장 내 횡포가 얼마나 심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 대부분을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부인하고 있을 뿐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고, 그런 범행을 통해 취득한 부정한 이득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더 이상 잡아뗄 수 없을 때까지 시종일관 부인하고 나선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거나 종용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에는 "피해자들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새마을금고 직원들의 입장도 알려줬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고령인데다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이고 암 수술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인지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A씨는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항소심에서 또 한번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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